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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중국 이어 시리아도 '두고 봐'… 한국, 집중하고 있습니까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3-28 15:33 송고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7차전 한국-시리아 전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파주 NFC에서 최종 훈련을 하고 있다. 2017.3.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7차전 한국-시리아 전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파주 NFC에서 최종 훈련을 하고 있다. 2017.3.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지난 3월22일 중국 창사. 이튿날 한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을 갖는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존중한다. 하지만 다른 것은 관심 없다. 오직 결과만을 생각하겠다"며 "5개월 전 한국에서 패했던 것은 참고하지 않겠다. 내일 여러분들이 '우리'의 모습을 지켜봐주길 바란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월드컵 진출의 희망을 이어가기 위해 무조건 한국을 잡아내야한다고 했던 리피는, 특별한 두려움이나 구구절절 각오 없이 '내일 보자'를 외쳤다. 그리고는 덜커덕 한국을 1-0으로 꺾었다. 준비된 세트피스(코너킥) 한방으로 슈틸리케호를 쓰러뜨렸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난 27일 서울월드컵 경기장. 역시 다음날 한국과 최종예선 7차전을 치르게 되는 시리아의 아이만 알하킴 감독도 당당한 출사표를 던졌다. 알하킴 감독은 "(최근의 페이스는 좋지는 않으나)한국은 강팀이고 과거의 성과들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계획하고 준비한대로 임할 것이다. 그 내용은 내일 경기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선전'을 바라는 수준이 아니었다. 알하킴 감독은 "전략적 전술적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 한국이 아니라 그 어느 팀을 만나도 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으며 동석한 주장 피라스 알카팁은 "우리는 강하게 승리를 바란다. 한국이 분명 강하지만, 우리가 이기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과거 아시아의 호랑이로 통하던 때, 중국이나 시리아를 이끄는 지도자가 한국전을 앞둔 각오를 이렇게 피력한 경우는 드물었다. 적어도 괜한 호언장담은 삼갔다. 그런데 지금은 "두고 봐'라는 말로 칼을 갈았고 또 벨 수 있다는 의중을 전했다. 외려 지금 꼬리를 내리는 쪽은 한국이다.

창사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을 이겨보겠다는 중국의 분위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없어야한다"고 소극적으로 받아쳤다. 벼랑 끝에서 맞이하는 시리아전 각오를 묻는 질문에는 "그래도 홈에서는 잘했다"는 긍정 마인드로 듣는 이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골을 넣어주길 바란다' '결정력을 높여야한다'는 원론적 답변 말고 구체적 대안이 있는가라는 물음에도 "설기현 코치와 매일 특훈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안방에서는 8골이나 넣었다. 이런 팀도 없다"며 '잘 될 거야'를 반복했다. 애석하지만, 지금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은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될 전망이다. 물론 이마저도 싸움이 녹록진 않다.

시리아는 현재 내전 중이다. 반 정부 시위로 출발한 내전이 어느덧 6년이나 이어지면서 시리아 국민들은 '살아 있는 지옥' 속에서 눈물겹게 살아가고 있다. 이미 사망자가 30만명이 넘어섰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린이 70% 이상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월드컵이 무슨 의미가 있고 축구가 무슨 소용이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 시리아에게 축구는 스포츠가 아니라 희망 그 자체다. 

시리아의 주장 알카팁은 "시리아는 현재 큰 슬픔에 빠져 있다. 고통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의 국가대표로서 국민들에게 작은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면서 "개인적으로 바라건대, 시리아의 모든 이들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정신력? 시리아가 결코 한국에 뒤지지 않는다. 중국전 때보다 더 차가운 '집중'이 필요하다. 객관적인 기량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우위를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신만 차리면 충분히 꺾을 수 있는 상대다.

대표팀 캡틴 기성용은 "가라앉은 분위기를 빨리 바꾸는 것도 강팀의 조건"이라면서 "이런 위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선수인지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충고했다. 이어 "결국은 간절함이나 집중력의 문제인데, 이런 것은 하루아침에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어젯밤이 선수들에게 그러한 시간으로 쓰였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중국도 시리아도 이제 한국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또 다시 "우리도 단단히 준비했으니 한 번 붙어보자"라는 팀과 마주하고 있다. 작은 방심, 찰나의 안일함도 없어야한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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