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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피했지만 9년만에 날아든 부실 회계감사 '경고장'

증선위, 안진회계법인의 분식회계 조직적 가담 인정
딜로이트-안진 파트너십에 촉각…회계업계 '초긴장'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2017-03-24 16:35 송고 | 2017-03-24 20:42 최종수정
함종호 안진회계법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9.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함종호 안진회계법인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서별관회의 청문회(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9.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회계사기)에 연루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폐업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24일 증권선물위원회가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가리지 않고 1년간 영업정지를 결정했다면, 안진은 사실상 폐업 상태가 된다. 본업인 감사업무를 금지하면 회계법인의 존재 의미가 사라진다.
금융당국은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지만, 안진에 기존 기업들의 재계약은 유지할 수 있는 '틈'은 남겨줬다. 

◇딜로이트와 파트너십 유지 촉각…빅4 체제 재편될까

안진의 영업상 손해는 적지 않다. 업계에선 2~3년간은 영업에 차질을 겪을 것으로 본다. 신규 계약은 포기하더라도, 기존의 피감사법인과의 재계약도 유지될지 미지수다. 이날 3년 계약이 만료된 미래에셋대우는 안진에서 삼정KPMG로 외부감사인을 바꿨다. 재계약에 실패한 기업들이 시장에 나오면 나머지 대형 회계법인은 어부지리를 얻는다. 업계 1위인 삼일회계법인, 2위 안진을 턱밑까지 쫓아온 삼정회계법인, 만년 4위를 벗어나려는 한영회계법인 등은 반사이익의 수혜자다.

안진은 글로벌 회계·컨설팅기업인 딜로이트와 파트너십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000년 산동회계법인과 제휴를 맺고 있던 KPMG는 영업정지를 당하자, 산동과의 제휴계약을 끊고 삼정회계법인의 손을 잡았다. 그만큼 기업들 입장에선 글로벌 파트너와 제휴한 빅4 회계법인에서 감사받는다는 의미가 크다. 파트너십이 깨지면, 존폐기로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딜로이트 글로벌은 "증선위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9년 만에 중징계…회계업계 일단 '긴장'

회계법인에 대한 중징계는 9년 만이다. 2009년에 화인경영회계법인이 케이디세코의 분식회계와 관련해 영업정지 6개월을 받았다. 당시 화인은 일감이 없어지자 회계사들이 사표를 내면서 자진 폐업했다. 감리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치면서 일부 위원들이 징계가 지나치다고 주장한 것도 회계법인에 영업정지는 그만큼 강력한 제제이기 때문이다.

회계업계에선 안진의 징계를 외부감사법에 던지는 '경고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영업정지 사유인 안진이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묵인했고, 현 상태로는 외부감사의 신뢰와 지속 가능성 의문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상장사 등 피감사법인에 '을(乙)'의 입장인 회계법인의 태도도 달라졌다. 안진이 분식회계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불려간 이후, 대우건설과 한진중공업 등 큰 규모의 상장사들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3분기 검토 의견 거절을 받았고, 한진중공업도 검토의견으로 ‘한정' 의견을 받았다.

한 상장사 재무담당자는 "짧은 기간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요구해 놓고 자료가 부족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버리니 당황스럽다"는 얘기도 나온다. 대우조선 사태 이후 회계법인들이 기업들에 지나치게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이번 (안진의 중징계)이 회계법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감사를 어떻게 할지 고민거리"라며 "산업계의 구조조정 등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레 재무적인 문제가 불거지면 불똥은 회계법인에 퇼 수밖에 없어 더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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