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월드컵]'창사 참사'…중국 축구 성지에서 한국 축구가 쓰러졌다

창사 허룽 스타디움서 열린 최종예선 6차전서 0-1 패

(창사(중국)=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3-23 22:28 송고 | 2017-03-24 08:34 최종수정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전반전 중국의 위다바오가 첫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7.3.23/뉴스1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전반전 중국의 위다바오가 첫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2017.3.23/뉴스1

창사는 중국에서는 비교적 작은 도시다. 후난성의 성도라고는 하지만 인구가 700만명 정도이며 도시 전체의 풍경도 세련된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도 중국축구협회가 대도시를 마다하고 창사에서 한국전 개최를 결정한 것은 '기운' 때문이다.
중국에서 창사는 '국족복지(國足福地)'로 불린다. 중국 축구대표팀에 축복을 내린 땅이라는 뜻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창사에서 열린 A매치에서 중국은 4승4무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다. 대략 이해가 될 것이다. 이런 '기운'의 힘을 빌려서라도 한국을 잡고 싶다는 바람이 서려 있던 결정이다.

경기를 하루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마르첼로 리피 중국 감독은 "사실 과거 중국 대표팀이 창사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몰랐다. 하지만 좋은 기운이 있다고 하니, 그 기운이 내일 경기에서도 다시 입증됐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 바람이 이루어졌다. 중국의 축구 성지에서 한국 축구가 쓰러지고 공한증이 깨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23일 오후 중국 창사에 위치한 허룽 스타디움에서 열린 중국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6차전에서 0-1로 패했다. 3승1무2패가 된 한국의 승점은 그대로 10점에 머물러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황태자 이정협에게 선봉 임무를 맡겼다. 손흥민이 경고누적으로 빠지고 이재성이 부상 때문에 함께 하지 못해 관심이 향했던 좌우 측면은 남태희와 지동원이 배치됐다. 구자철이 공격형MF로 뒤를 받치고 기성용과 고명진이 '더블 볼란치'로 중심을 잡았다.
수비라인은 전북현대에서 함께 뛰고 있는 공격적 성향의 김진수와 이용이 좌우 풀백으로 나섰으며 중국리그에서 활약하는 장현수와 홍정호가 중앙에서 호흡을 맞췄다. 골문은 권순태가 지켰다.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지동원이 상대 수비를 피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2017.3.23/뉴스1
23일 중국 창사 허룽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6차전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지동원이 상대 수비를 피해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2017.3.23/뉴스1

예상대로 중국은 경기 시작부터 강하게 몰아붙였다. 리피 감독 부임 후 과거의 수비지향적 컬러에서 탈피한 중국은 전방부터 압박을 펼치는 공격적인 팀으로 변모했다. 이날도 원톱 위다바오와 좌우 우레이, 왕용포 등 최전방 공격수들부터 적극적으로 한국 수비진을 눌렀다. 이때 중국의 기에 밀리면 곤란했는데 우려했던 초반 20분을 잘 넘기면서 흐름을 잡았다.

구자철이 앞에서 적극적인 태클과 과감한 드리블을 감행하고 기성용이 뒤에서 완급을 조율했으며 김진수와 이용 좌우 풀백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면서 한국은 조금씩 분위기를 가져오는 듯했다. 우리의 흐름이었기 때문에 전반 35분에 나온 실점은 더 뼈아팠다.

중국의 코너킥 상황에서 위다바오의 헤딩 슈팅이 한국의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낮은 크로스를 몸을 낮춰 방향을 돌려낸 좋은 슈팅이었다. 경기장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전반 종료 때 스코어는 0-1.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였다.

슈틸리케 감독은 빠르게 변화를 꾀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이정협을 빼고 김신욱을 투입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45분이 끝난 뒤 최전방 공격수를 바꾸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하드웨어로 상대를 압도하는 김신욱이 전방에 배치되면서 중국 수비라인이 다소 내려갔다. 아쉽게 골키퍼에게 걸리기는 했으나 후반 13분 기성용의 왼발 중거리 슈팅은 분위기를 끌어오는데 도움이 되던 장면이다. 그러자 중국도 빠르게 대응했다.

리피 감독은 후반 14분에 날개 공격수 양용포를 빼고 인홍보를 넣었다. 인홍보의 위치는 왼쪽 미드필더에 가까웠다. 공격수를 줄이고 허리 숫자를 늘린 셈인데, 보다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하겠다는 의미로 보였다. 하지만 아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20분 중앙 미드필더 고명진을 불러들이고 대표팀 막내 황희찬을 투입했다. 리피의 수와는 반대로 공격 쪽에 비중을 늘린 것이다. 이런 형태라면, 한국이 공격에 집중하고 중국이 틀어막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리피의 선택은 달랐다.

리피 감독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한국 공격이 자신들의 박스 근처까지 내려왔을 때는 미드필더들도 라인을 잡고 수비에 집중했으나 그렇다고 공격의 뜻을 접는 '밀집수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확실히 리피의 중국은 가오홍보의 중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마냥 공격에만 집중할 수도 없던 상황이다. 외려 몇 차례 간담을 서늘케 하는 장면들도 있었다. 중국이 추가골을 넣을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리피 감독은 후반 30분 골을 넣은 위다바오를 빼고 장위닝을 투입했다. 틀어막자는 게 아니었다. 더 싱싱한 공격수를 투입한 것이다. 

전반만큼 팽팽하던 내용, 외려 중국이 보다 잘했던 상황 속에서 한국은 끝내 만회골을 넣지 못했고 결국 0-1로 경기는 마무리됐다.

지난해 9월6일 말레이시아 세렘반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차전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던 한국은 10월11일 이란과의 원정에서는 0-1로 졌다. 그리고 이번 중국 원정에서의 패배까지, 원정 졸전이 이어지고 있다.


lastuncle@news1.kr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