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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朴진돗개 '주민선물' 강남구청 개입해 대책회의까지

대통령취임준비위 아이디어 내고 강남구청이 실행
강남구, 주민대표단 꾸려 비용·선물전달방식 계획

(서울=뉴스1) 전성무 기자 | 2017-03-17 11:52 송고 | 2017-03-17 13:40 최종수정
2013년 2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시민들로 부터 진돗개를 선물 받고 있다. 2013.2.25/뉴스1
2013년 2월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취임식 당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서 나와 시민들로 부터 진돗개를 선물 받고 있다. 2013.2.25/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2월25일 취임식 당일 청와대로 가지고 들어간 진돗개 2마리를 주민들이 선물하는 과정에 서울 강남구청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당시 이 진돗개 2마리는 삼성동 주민들의 자발적인 선물인 것처럼 청와대에 의해 대대적으로 홍보됐지만 실제는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아이디어를 내고 강남구청이 비용과 선물 전달 방식 등 세부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이던 2013년 1월부터 그해 2월25일 취임식이 열리기 전까지 강남구청과 행정자치부 파견 공무원들이 주축이 된 취임준비위 관계자들이 모여 총 2~3차례 회의를 열었다.

취임준비위 관계자들이 강남구청을 직접 찾아와 열린 이 회의의 목적은 사저를 떠나는 박근혜 당선인에게 이웃인 삼성동 주민들이 어떤 선물을 할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회의에는 강남구청 총무과에서 2명, 취임준비위에서 2명씩 총 4명 안팎이 참석했다. 당시 강남구청을 대표해 회의에 참석했던 전직 강남구청 간부 A씨는 취임준비위 쪽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진돗개를 좋아한다니 진돗개를 선물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진돗개 외에도 "박 당선인이 메모를 좋아한다고 하니 수첩을 선물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취임준비위와 강남구청은 회의 끝에 진돗개를 선물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실행은 강남구청 주도하에 이뤄졌다. 이 계획에 실행에 옮길 주민대표단도 꾸려졌다. 

A씨는 "선물 품목이 진돗개로 결정이 된 뒤 강남구청은 비용은 누가 낼 것이냐, 전달은 누가할 것이냐 등 이런 굵직굵직한 것들을 결정하는 역할을 강남구청에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구청이나 취임준비위에서 진돗개 구입비를 내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으니 주민들이 사서 선물 한 걸로 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A씨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동 자택을 떠날 때 진돗개를 선물할 주민대표단을 물색하기 위해 강남구 주민자치위원장, 삼성2동장, 삼성2동부녀회장, 삼릉초등학교 운영위원장 등을 직접 만났다.

강남구청은 취임준비위에서 추천한 대학 교수 출신 박모씨 부부와 신연희 강남구청장을 포함해 총 7명을 주민대표단으로 선정했다. 

박씨 부부는 진돗개 2마리를 직접 구입해 취임식 당일 박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한 사람들이다.

당초 강남구청은 박 전 대통령에게 진돗개를 전달할 주민 대표로 삼릉초 운영위원장 부부를 추천했었는데 박씨 부부가 "박근혜 당선인과 평소 친분이 있다"면서 자신들이 직접 선물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피력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 부부는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할 진돗개 암수 한쌍을 취임식이 열리기 보름 전 쯤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를 통해 100만원을 주고 구입했다.

박씨 부부가 구입한 진돗개 2마리는 취임식 전날인 2013년 2월24일 강남구의 한 동물병원에 도착해 하룻밤을 묵은 뒤 다음날 병원 측에 의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으로 옮겨졌다.

신연희 강남구청장 © News1 고아라 기자
신연희 강남구청장 © News1 고아라 기자

주민대표단이 삼성동 자택을 떠나는 박 전 대통령에게 진돗개 2마리를 선물하는 자리에는 신 구청장도 참석했다.

신 구청장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 된 후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할 때 마중을 나간데 이어 화환까지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박 전 대통령이 자택을 떠날 때와 복귀할 때 배웅하고 마중을 나간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박씨 부부로부터 진돗개 2마리를 건네 받아 함께 청와대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의견을 물어 진돗개 암컷에게 '새롬이', 수컷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시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새롬이'와 '희망이'의 소식을 전하며 애정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삼성동 자택으로 복귀하면서 '새롬이'와 '희망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새끼 7마리를 청와대에 두고 나와 한 동물보호단체로부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했다.

'새롬이'와 '희망이'와 새끼 2마리는 진도개혈통보존협회로 옮겨졌고 나머지 새끼 5마리는 분양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lenn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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