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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다시 무력화된 대그룹 금융회사의 이사회

(서울=뉴스1) 김영신 기자 | 2017-03-02 13:43 송고
 © News1 

자살보험금(재해사망보험금) 논란 속에 대그룹 금융회사의 이사회가 다시 무너졌다. 대주주와 경영진(대표이사)을 견제하면서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존재 이유인 이사회가 자살보험금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민낯을 또 드러냈다.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지 않고 버텨온 국내 3대 보험사들에 유례없는 중징계를 내렸다. 삼성생명은 3사 중 최고 수준인 CEO 문책 경고와 영업 일부 정지(재해사망보장 신계약 판매금지) 3개월 처분을 받았다. 가뜩이나 최순실 게이트로 총수가 구속된 그룹 사상 초유의 악재 속에 김창수 사장의 연임마저 불투명해졌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 직전까지도 "일부 지급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버텨온 삼성생명은 이렇게 중징계가 현실화하고서야 슬며시 꼬리를 내렸다. 김창수 사장은 지난달 28일 금감원을 방문해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삼성생명은 오늘(2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김 사장이 당국에 약속한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의결했다. 한화생명은 내일(3일) 정기 이사회에 안건을 추가해 자살보험금 전액 지급을 결정한다.

문제는 의사결정의 선·후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회사 경영진이 미리 답을 정해놓고 이사회는 거수기와 같이 추후 의결만 하는 데 그치는 구태가 이번 자살보험금 논란 과정에서 고스란히 반복됐다. 금융회사들의 이사회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대그룹들은 정치 비자금 조성에 줄줄이 연루됐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야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고, 그러면서 사외이사 제도가 생겼다. 외부 인사를 통해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은 최근 이사회의 상근감사직을 폐지하고 사외이사들로만 순수 이사회를 꾸리겠다고 밝혔다. 총수가 구속되고 그룹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초유의 위기 속에 나온 자구책이다. 역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만약 경영진의 기존 판단이 바뀌었다면 먼저 이사회를 통해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교보생명은 제재심이 열리기 이틀 전 이사회를 열어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하면서 그나마 삼성생명보다는 절차적 민주성을 확보하는 모습은 갖췄다. 한화생명도 부랴부랴 정기 이사회에 이 문제를 긴급 안건으로 올려 처리할 예정이다.

경영진이 답을 정해 놓고 금감원을 방문해 방침을 전달하고 곧바로 긴급 이사회를 열어 결정하는 것은 직전에 내놓은 이사회 개혁 방향과는 차이가 크다. 삼성생명은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이자 금융부문을 중간지주회사로 재편하면 명실상부한 맏형이다. 맏형다운 모습이 필요할 때다.


eri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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