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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불허 佛대선…마크롱·르펜 '엎치락뒤치락'

마크롱, 중도거물 바이루 지지 확보…세몰이 '주목'
의혹에도 '지지율 변동無' 르펜, 측근 구금조사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2017-02-23 17:19 송고
제3지대를 선언하며 독자 출마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선후보와 중도 세력의 거물로 평가 받는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 대표. © AFP=뉴스1
제3지대를 선언하며 독자 출마한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왼쪽) 대선후보와 중도 세력의 거물로 평가 받는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 대표. © AFP=뉴스1

제25대 대통령 선출을 2개월 앞둔 프랑스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기존 양당정치의 색채를 뺀 중도진영이 결집하면서 '프랑스 우선주의'를 앞세운 극우진영에 압박을 더하고 있지만 엎치락뒤치락하며 선거 결과는 날이 갈수록 오히려 예측이 불가능해지는 양상이다.

더욱이 대선 중심에 선 후보들은 사회당·공화당처럼 전통적인 정치 공식에 들어맞는(?) 이들이 아니다. 현재 결선 진출이 유력한 후보는 제3지대를 선언하며 독자 출마한 에마뉘엘 마크롱 앙마르슈(중도신당) 후보와 비리 의혹에 휩싸여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극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
AFP통신에 따르면 마크롱 후보는 22일(현지시간) 핵심 중도파 인사와 연대하는데 성공하면서 중요한 추진력을 확보했다. 반면 같은 날 르펜 후보는 측근들이 공금 유용 의혹으로 당국의 정식 구금 조사를 받으면서 스스로 비판거리로 삼아온 기존 정치권의 '구악'과 비견되는 위기를 맞게 됐다.

이날 프랑스 중도파를 이끄는 중진 프랑수아 바이루 민주운동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극우 위협에 맞서고자 대선 출마를 포기하며 마크롱 후보에 연대를 제안한다고 선언했다.

대선에 총 세 차례 나선 '경험자' 바이루 대표는 올 대선에도 출마할 의사가 있었으나 이 경우 마크롱 후보와 표가 갈려 르펜 후보에 반사 이익을 줄 것을 염려해 이 같은 양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18%를 득표한 바이루 대표는 마크롱 후보로부터 많은 표를 빼앗을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해 좌우를 아우르는 정당 앙마르슈를 창당한 중도파 마크롱은 바이루 대표와 정치색이 겹친다.

마크롱 후보는 바이루 대표의 연대 제안을 유세의 '전환점'이라고 환호하면서 즉시 받아 들였다. 마크롱 후보는 "바이루 대표의 연대 제안은 개혁과 통합을 추구하는 우리 목표에 전적으로 부합한다"며 이 '용감한' 제의에 따라 두 사람이 오는 23일 만난다고 전했다.

바이루 대표는 청렴성으로 명성이 높은 정치인이다. 따라서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대선후보의 '친족 보좌관 허위등용' 등 부패 스캔들에 휩싸인 이번 대선에 큰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대선후보. © AFP=뉴스1
마린 르펜 프랑스 국민전선(FN) 대선후보. © AFP=뉴스1

이번 연대가 르펜 후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집중된다. 르펜 후보는 최근 '유럽의회 공금 유용'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었으나 지지율만은 굳건했기 때문.

특히 르펜 후보의 FN 당사가 지난 20일 사법당국 압수수색을 받은 데 이어 이날 측근 2명이 경찰의 구금 조사를 받으면서 혹여 타격이 있진 않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금된 측근들은 르펜 후보의 경호원인 티레리 레지에와 카트린 그리제 비서실장이다. 이들은 FN이 유럽의회로부터 받은 공금 총 34만유로(약 4억900만원)를 용도와 다르게 사취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식 조사를 받았다.

유럽의회는 르펜 후보가 의원을 지내는 동안 공금을 사용해 이들에게 보좌관 급여를 지급했으며 이는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당시 브뤼셀·스트라스부르·룩셈부르크 소재 유럽의회 사무실이 아닌 파리 FN 당사와 그 인근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렇다면 이들은 유럽의회 보좌관이 아니라 FN 소속 직원이라는 주장이다.

가뜩이나 기존 정치권의 무능과 부패를 비판하며 세력을 불려 온 르펜 후보에게는 이런 의혹들이 이어질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아내를 뚜렷한 증빙 없이 보좌관으로 취업시켜 세비를 탔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공화당의 피용 후보와 비슷한 비리 혐의를 안게 됐기 때문이다.

르펜 후보는 즉시 반발했다. 그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정식으로 이 혐의에 반박한다. 대선 2개월 전에 이처럼 엄청난 사법 활동이 이뤄져 놀랍다"고 주장했다. 

마크롱 후보와 손을 잡은 바이루 대표는 바로 이런 르펜 후보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그는 "이 같은 권력 남용이 (프랑스 정계에서) 암묵적으로 수용되고 있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며 르펜을 피용에 엮어서 비판했다. 반대로 마크롱 후보를 향해서는 "뛰어난 사람"이라고 격찬하며 프랑스 좌우 갈등의 깊은 골을 함께 메워가자고 촉구했다.

이날 발표된 BVA 여론조사에 따르면 1차투표에서는 르펜이 27.5%를 득표해 선두를 거머쥐며 마크롱(21%)과 피용(19%)이 그 뒤를 잇는다. 결선투표에는 마크롱(61%) 또는 피용(55%)이 르펜을 각각 22%포인트(p), 10%p 차로 누르고 제25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선거 결과가 그대로 현실화할 것이라고 확답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 19~20일 실시됐기 때문에 바이루 대표의 지지 선언과 르펜 측근에 대한 정식 수사 여파가 적용되지 않았다. 또 르펜 후보는 조사 기간 동안 이미 공금 유용 논란이 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난 4일 직전 조사에 비해 지지율이 2.5%p 상승했다.

대선 1차투표는 4월23일, 결선투표는 5월7일로 예정돼 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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