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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L] 아프게 한방 맞았으나 서울이 가야할 길은 보았다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2017-02-22 06:00 송고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2017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지시를 하고 있다. 경기는 후반전 헐크의 결승골로 상하이 상강이 1대0 승리했다. 2017.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2017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황선홍 FC서울 감독이 지시를 하고 있다. 경기는 후반전 헐크의 결승골로 상하이 상강이 1대0 승리했다. 2017.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지난 15일 구리에 위치한 FC서울의 훈련장 GS챔피언스파크에서 만난 고요한은 겨우내 진행된 동계훈련이 어땠냐는 질문에 "서울에서만 14번째 동계훈련이었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었다"면서 웃었다.

본격적인 '황선홍 축구'를 밑그림부터 함께 그리는 첫해이기 때문에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의욕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의 '힘들었다'는 '열심히 했다'는 뜻이었다. 이어 황선홍 감독이 선수들에게 특별히 주문한 것이 있었냐고 물었다. 대답이 너무 '정답'이었다.

그는 "수비는 유기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조직적이길 원하셨고 공격은 심플하게 진행하되 상대 진영에서는 창의적인 움직임을 가지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상향에 가까웠다. 고요한도 "사실 모든 감독들이 추구하는 것"이라 했다. 따라서 그냥 '잘하자'는 표현의 다른 말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FC서울은 그런 축구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플레이를 실전에서 선보였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21일, FC서울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상하이 상강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F조 예선 1차전을 가졌다. 올 시즌 첫 경기였는데, 0-1로 졌다. 그러나 경기는 잘 풀었다. 후반 7분 헐크의 중거리 슈팅 한방에 무너졌을 뿐이다.

손에 받아든 결과는 씁쓸했다. 하지만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팬들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팀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적인 내용을 본 까닭이다.

가깝게는 '죽음의 조'라 불리는 F조(서울, 상하이 상강, 우라와 레즈, 웨스턴 시드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점쳐볼 수 있는 경기였고, 멀게는 대회 우승을 노릴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있는 첫 단추였는데 꽤 흡족했다. 공격은 마무리를 짓지 못했고 수비도 실점은 했다. 실패다. 그러나 공수 모두 황 감독이 동계훈련 동안 주문했던 것을 실천하려 노력했다.

전반전 때 오른쪽 측면에 위치해 있던 선수들의 플레이가 대표적이다. 라이벌 수원에서 이적한 오른쪽 미드필더 이상호는 막아서는 선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드리블 돌파를 선보였고 이상호 뒤에 있던 우측 풀백 신광훈과 중앙 오른쪽에서 호흡을 맞추던 고요한은 과감한 패스를 찔러줬다.

세 선수가 번갈아 가면서 논스톱으로 공의 방향을 돌려 세운 뒤 공간으로 향해 돌아들어가던 경쾌한 플레이에 상하이 상강 수비는 쉽게 무너졌다. 마지막 패스, 마지막 돌파, 마지막 슈팅 등에 정확도만 따라줬다면 충분히 선제골은 서울의 몫이었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2017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고요한(FC서울)이 드리볼 돌파를 하고 있다. 2017.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2017 AFC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C서울과 상하이 상강의 경기에서 고요한(FC서울)이 드리볼 돌파를 하고 있다. 2017.2.2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언급한 선수들을 비롯해 데얀과 윤일록 등 공격진 주요 선수들이 정체되지 않은 판단과 움직임으로 공격을 빠르게 진행시켰다. 완벽하진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와 견줘 달라진 선수들이 많고 동계훈련을 마치고 첫 번째 공식적이라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수비도 요구사항을 충족했다.

헐크를 비롯해 오스카와 엘케손 그리고 우즈벡 대표팀의 아흐메도프까지, 상하이 상강이 자랑하는 외국인 공격수들이 공을 잡으면 주변의 FC서울 선수들이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만약 매 경기 이 정도 조직적인 수비를 펼칠 수 있다면, 어느 팀도 쉽사리 서울 골문을 노릴 수 없을 수준이었다.

요컨대 황선홍 감독이 요구했던 만화 같은 주문을 일단 시도하고 있었다. 이날 FC서울은 90분 내내 무언가 약속된 플레이를 펼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냥 대충 길게 때리거나 어쩔 수 없이 개인전술로 뚫어보자는 식의 확률 낮은 공격은 없었다. 수비도 그랬다. 피곤하지만 서로 한 발 더 뛰었다. FC서울이 가고자하는 방향은 대략 보았다.

마침표에 아쉬움이 있었으나 사실 결정력이란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아드리아노가 빠져서 그래!"라는 푸념은 더 생산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황선홍 감독의 경기 후 전한 소감이 인상적이다.

황 감독은 "누군가의 한방을 기대하는 것보다는 유기적인 플레이가 더 자주 나오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한다"는 뜻을 전했다. 헐크라는 무자비한 공격수에게 아프게 한방 맞았으나 서울이 가야할 길은 보았던 경기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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