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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설마 했는데…비행장 웬 말, 절대 안 돼"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 화옹지구 주민들 '당혹·반발'

(화성=뉴스1) 최대호 기자, 이윤희 기자 | 2017-02-17 17:03 송고 | 2017-02-17 17:10 최종수정
화성시 우정읍 한 삼거리에 내걸린 군공항 이전 반대 현수막. © News1
화성시 우정읍 한 삼거리에 내걸린 군공항 이전 반대 현수막. © News1

"여긴 군 비행장이 들어올 곳이 못 돼요. 여객기가 다니는 항로인데다 철새도 많아서 상당히 위험해요."

17일 오후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선정된 경기 화성시 화옹지구로 향하는 길. 주요 도로 곳곳에는 '군공항 이전 반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우정읍 한 치과건물 앞 삼거리에 걸린 지역 축산인 명의의 현수막에는 '보상은 극소수, 절대 다수 소음피해는 누가 책임질거냐' ‘결사 반대’ 등의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인근 택시정류장에서 휴식 중이던 한 택시기사는 "비행장 이전 문제 때문에 동네가 시끌시끌하다"며 "일부는 동네가 발전할 거라는 기대감에 찬성하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 주민들은 (군공항이)들어서는 걸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암리에 거주한다는 또 다른 택시기사는 "우리도 사람인데, 자기네 시끄럽다고 그걸(군공항을) 이쪽으로 보낸다는 게 말이 되냐. 시골 사람이라고 만만하게 보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비행장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 무조건 반대할 것"이라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매향리 평화마을. 수북이 쌓여 있는 포탄들. © News1
매향리 평화마을. 수북이 쌓여 있는 포탄들. © News1

우정읍을 빠져나와 화옹방조제로 향하다보니 평화마을의 상징인 매향리에 다다랐다.

'매향리 역사기념관 종합복지관 건립예정지'라고 적힌 푯말 앞에는 과거 미군 폭격장이던 '농섬' 주변에서 수거한 포탄이 여기저기에 수북이 쌓여 있었다.

이곳을 지키는 전만규씨(매향리 주민대책위원장)는 "설마 했다. 이곳이 예비후보지로 정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여기는 군공항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전씨는 "화옹지구 상공은 인천공항을 오가는 여객기 항로다. 전투기가 다니기에는 위험하다. 게다가 철새도래지도 많아 사고 우려도 높다"고 설명했다.

전투기 소음과 관련해서도 "여기는 바닷가여서 소음을 흡수할 수 있는 지형물이나 건물 등이 없다. 때문에 주민들은 전투기 소음을 곧바로 흡수할 수밖에 없다. 피해가 엄청날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그래서 어제의 발표(예비이전 후보지 선정)에 의구심이 든다. 국방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실행하지도 않을 거면서 임시방편식 발표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군공항 이전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하는 전씨와 헤어진 뒤 인근 매향항을 둘러봤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낮은 지붕에 주택들이 전형적인 어촌마을 모습이었다.

봄을 앞두고 모처럼 화창한 날씨였지만 거리를 오가는 주민들은 드물었다.

한 주민은 "조용히 잘 살고 있는데 웬 비행장이냐. 누구는 보상이 좋을 거라며 이리로 비행장이 들어왔으면 하는 이도 있다던데 뭘 모르는 사람이다. 멀쩡히 잘 있는 비행장을 왜 이리로 옮기냐. (정부가)쓸데없는 짓 좀 안했으면 좋겠다"며 핏대를 세웠다.   

화옹지구 간척농지 개발 사업 안내판. © News1
화옹지구 간척농지 개발 사업 안내판. © News1

다시 차를 타고 화옹방조제로 향했다. 방조제에 들어서자 왼쪽에는 서해바다가 오른쪽에는 광활한 대지가 눈에 들어왔다.

바로 군공항 예비이전 후보지로 선정된 화옹지구다. 화옹지구는 바닷물을 막아 간척농지 개발 사업을 진행하는 곳이다.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의 바닷물을 막아 조성했다. 매립면적만 6212㏊(간척지 4482만㏊, 담수호 1730만㏊)에 이른다.

우정읍·남양읍·장안면·마도면·서신면 등 화성시 서부 5개 읍·면 일원에 걸쳐 있다.

9.8㎞의 방조제 위 도로 끝지점 해수유통을 위해 설치한 배수갑문 위에서 한 낚시객을 만났다.

화성 동탄신도시에 거주한다는 이 남성은 "(군공항 이전에)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잘은 모르겠지만 기왕이면 사람이 많은 도심보다 이런 곳에 위치하는 게 맞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국방부는 지난 16일 수원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로 화성시 화옹지구를 최종 선정해 발표한 바 있다.


sun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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