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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구속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공식 수사개시 이후 최대성과를 냈지만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사건 전체로 보면 규명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산더미다.
특히 특검팀이 공들여온 뇌물 혐의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박 대통령과 다른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특검은 수사기한만 연장되면 롯데·SK·CJ 등 대기업 수사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하기도 했다.변수는 수사기한 연장여부다. 특검 활동기한 연장의 키를 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특검은 기한연장 신청서를 송부하며 압박하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을 계기로 다른 대기업 수사도 꼭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것도 변수로 떠오른다.
◇삼성 다음은 롯데·SK·CJ…11일 남은 수사기한 '발목'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자 재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몸을 납작 엎드리며 숨죽이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기업들의 뇌물죄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삼성 다음 타겟으로 지목돼온 롯데·SK·CJ그룹 등은 초비상이다.
SK그룹은 2015년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을 대가로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한 의혹을 받아왔다. 특검은 두 재단에 대한 기금출연과 최 회장의 특사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 등도 확보했다.
롯데는 면세점 인허가권을 놓고 신동빈 회장(62)과 박 대통령 사이의 거래가 있었고, 해당 민원을 해결받는 조건으로 재단에 출연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롯데는 두 재단에 총 45억원을 출연했고,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냈다가 검찰의 롯데 총수일가 수사 착수 직전 돌려받기도 했다.
CJ는 이재현 회장(57)이 기업인 중 유일하게 지난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받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청탁한 정황이 '안종범 수첩'을 통해 드러났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13억원을 출연한 CJ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기소) 주도의 'K컬처밸리' 등 문화융성사업에 1조4000억원대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특검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삼성의 벽을 넘으면서 대기업 수사는 불가피하지만 이달 말까지인 수사기한이 발목을 잡고 있다. 특검에서는 삼성 외 대기업들을 상대로 한 수가가 거의 진척되지 않았지만 뇌물죄 적용 선례를 남겼다. 본격적으로 대기업 수사에 돌입할 경우 뇌물혐의 입증이 한결 수월해진 셈이다.
또 새롭게 확보한 39권의 '안종범 수첩'과 구속수감자들로부터 어떤 진술을 확보했는지도 알 수 없는 대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특검 기한연장이 이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다. 혹 기한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수사대상 기업들에서는 '삼성특검' 비판이 불거진 만큼 특검의 칼이 비켜가기를 기대하는 기류도 있다.
특검대변인 이규철 특별검사보는 17일 "현재로서는 (기한)연장이 되지 않으면 10일 정도 남은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식 수사기한 내 조사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일단 (수사기한) 연장이 된다면 현재까지 수사대상 14가지 중에서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하되, 다른 대기업 수사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 중 한 가지"라고 대기업 수사 방침을 분명히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2017.2.14/뉴스1 |
◇불붙는 '특검연장' 여론…黃대행 승인 가능성 '글쎄'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청구한 뒤 곧바로 황 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신청서를 제출했다. 특검법상 기한연장 신청은 종료 3일 전에 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그 이전에 신청해도 법적인 문제는 없다.
특검은 기한연장 필요성을 수 차례 강조했으나 황 대행은 원론적·소극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17일 "수사기간 연장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신청했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접촉은 없는 걸로 안다"고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신청서 조기제출은 황 대행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 부회장 구속은 특검 기한연장에도 중대변수로 떠올랐다. 대선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황 대행으로서는 특검연장을 바라는 여론이 급등할수록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황 대행이 특검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여전히 낮아보인다. 자신의 지지층이 박 대통령에 우호적인 보수세력인데다, 이 부회장 구속으로 박 대통령의 뇌물혐의 적용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또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론이 내달 초가 유력한 가운데 기한연장을 승인하면 자칫 박 대통령이 곧바로 구속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구속수사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하더라도 당선 가능성은 크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국회에 계류중인 특검법 개정안이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자유한국당(새누리당 전신)의 반대로 기한내 통과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혹 본회의를 통과해도 황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결국 특검 수사기한 연장의 키는 황 대행이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황 대행이 대선출마 결심을 접어도 특검의 수사기한 연장을 승인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현 정부에서 법무부장관과 국무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황 대행이 주군의 등에 비수를 꽂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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