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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말랐던 20시간…이재용 부회장 '최악의 하루'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7-01-19 06:17 송고 | 2017-01-19 09:01 최종수정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서고 있다.2017.1.18/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나서고 있다.2017.1.18/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이 구속을 피했다. 이 부회장은 난생처음 서울구치소에서 14시간을 보냈다. 특혜없이 원칙대로 구치소에서 대기한 이 부회장은 영장 기각에 따라 구치소를 나섰다. 전날 특검에 출석한 시점부터 구치소에 머무른 시간을 모두 계산하면 20시간이 넘는다. 

영장 기각으로 삼성그룹은 창립 79년만에 총수 첫 구속이라는 최악의 위기를 면했다. 하지만 18일 하루는 이 부회장에게 평생 기억될 최악의 하루였다. 
19일 새벽 4시53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이 전해지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대기하던 삼성그룹 관계자들의 입에선 장탄식이 흘렀다. 오너의 구치소행을 맥없이 지켜봐야 했던 그룹 관계자들은 영장 기각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삼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삼성은 추가적인 입장 대신 짧은 소감문 형식의 코멘트만 공식 입장으로 전했다.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진행된 지난 하루는 이 부회장에게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이 부회장은 18일 오전 일찍 서울 한남동 자택을 나서 서초동 삼성사옥에 들렀다 오전 9시15분쯤 대치동에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도착했다. 특검사무실로 이동할 때엔 이 부회장이 평상시 타고 다니는 체어맨 차량을 이용했다. 이 부회장에게 익숙했던 공간은 이때가 마지막이었다. 
특검에서 법원으로 이동하는 시간부터는 특검팀이 마련한 카니발 차량을 이용했다. 특검팀의 안내에 따라 카니발에 탑승한 이 부회장은 어색한 시트에 앉아 한참동안 취재진의 카메라 세례를 받아야 했다. 고난의 시작이었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특검팀의 차량으로 법원까지 이동했다. 특검에 들어갈 때와 법원에 출두할 때 모두 이 부회장은 취재진들의 질문에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영장실질심사 예정 시각인 10시30분보다 30여분 이른 9시56분쯤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 들어섰다.

법원 입장 과정에서 수백 명씩의 국내외 취재진이 몰려 이 부회장의 모습을 생중계했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서 최순실 지원을 약속하셨나' '청문회에서 거짓증언을 했나' '최순실 (지원)자금을 직접 승인했나' '최순실을 처음 언제 아셨나'는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 침묵했다. 이 부회장은 '한 말씀만 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도 말이 없었다. 이 부회장은 평소와 달리 참담한 기색이 역력했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세례에 표정은 빠르게 굳어졌다.

이같은 모습을 지켜본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라며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말을 극도로 아끼면서도 법원이 법리가 아닌 분노한 국민여론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취재진이 늘어선 좁은 계단과 복도를 통해 어색한 법정에 입장한 이 부회장은 4시간 여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위한 피의자 심문을 받았다. 전날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과 삼성 측 변호인단은 '뇌물죄' 성립 여부를 놓고 4시간 가까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삼성 측은 700쪽이 넘는 의견서를 제출하며 구속영장 기각을 호소했다.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19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이 굳게 닫힌 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벽 4시를 넘기는 시간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 2017.1.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가 진행되고 있는 19일 오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이 굳게 닫힌 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새벽 4시를 넘기는 시간까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결정되지 않고 있다. 2017.1.19/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당초 특검팀은 전날 이 부회장의 유치 장소를 서울구치소로 밝혔다가 밤늦게 '특검팀 사무실'로 변경했다. 이후 다시 서울구치소로 대기장소가 바뀌었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피의자는 법원의 결정에 따라 구치소 혹은 검찰청에서 대기하며 결과를 기다리게 된다.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 부회장이 서울구치소에서 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도록 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이 부회장은 곧바로 특검팀이 준비한 카니발 차량에 다시 올라탔다. 마찬가지로 이날 처음 타본 그 차량이다. 카니발 차량은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이동, 이 부회장은 구치소에서 대기하게 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생애 처음으로 구치소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 부회장은 다른 입소자들과 마찬가지로 신분 확인과 신체 검사 등을 거친 뒤 대기실로 이동해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서울구치소 수감동에는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수감돼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2013년 7월 CJ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구속영장을 심사받을 당시 이재현 회장은 검찰로 이동해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이 회장은 구속 결정이 내려진 뒤 검찰에서 서울구치소로 이동했다. 지난해 10월 진행된 롯데 신동빈 회장 일가의 횡령 사건에서도 신동빈 회장 등은 검찰에 머무르며 영장 심사를 기다렸다. 당시 신 회장은 영장이 기각돼 구치소행을 피할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특검에서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검찰에서 대기할 수 있는 배려가 주어지지 않았다. 특검 사무실에서 대기할 수도 있으나 법원은 이같은 배려를 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망신주기에 나선 것 같다"며 "이 부회장이 구속은 피했지만 뇌물죄로 특검수사를 받고 구치소에 가는 등의 뉴스가 외신에도 크게 보도되며 삼성의 글로벌이미지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19일 오전 6시 13분 서울구치소에서 나왔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시간은 오전 4시 53분이었으나 구치소에서 관련 서류 작업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한시간여가 더 걸렸다. 이 부회장은 구치소 현관부터 정문까지 천천히 걸어 나와 준비돼 있던 차량을 이용해 이동했다. 본인이 평소 타고 다닌 익숙한 체어맨 차량에 다시 올라 탔다. 피말랐던 20시간이 지났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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