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영란법 첫 설 풍속도③] "대목은 무슨"…썰렁한 유통街

[르포]김영란법 시행 첫 명절…5만원대 이하 구성 증가
물가 인상에 지갑닫는소비자들

(서울=뉴스1) 정은지 기자, 김민석 기자 | 2017-01-15 06:40 송고
용문시장(왼쪽)과 남대문시장(오른쪽) ©뉴스1
용문시장(왼쪽)과 남대문시장(오른쪽) ©뉴스1

"설 대목? 나라가 시끄러워서 그런지 썰렁해. 사람들이 나오더라도 돈도 잘 안쓰고.."

예년보다 일찍 다가온 설과 얼어붙은 소비 심리, 여기에 김영란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명절을 앞둔 유통가에 찬바람이 불고있다.
한파가 닥친 지난 12일 서울 주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백화점 등은 명절이 코앞이라는 것이 무색케할 정도로 차분한 모습이었다. 

◇날씨만큼이나 '썰렁한 시장'…"명절 맞나요?"

남대문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설을 앞두고 있지만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일단 체감 물가가 높아서인지 사려는 사람들도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상인은 몸으로 느끼기에 손님수가 20% 정도는 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서울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남대문 시장에는 일부 식당을 제외하고는 손님이 거의 없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인지 건어물가게, 토산품가게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상인들과 흥정을 하고 있는 장면이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다.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달걀값을 비롯한 식품 가격들이 잇따라 오른 상황을 반영하듯 상인들과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져갔다. 

서울 용문시장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야채나 고기만 사려고 봐도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올 설에 하려는 음식의 양을 좀 줄이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한 상인은 "설 제수용품으로 나가는 전의 주문을 받고 있다"며 "가격은 지난해와 같이 1kg에 1만5000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계란값때문에 재료비가 올랐지만 전판매 가격은 비슷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주문량이 많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롯덷백화점 설 선물코너. © News1
롯덷백화점 설 선물코너. © News1

◇"대량 구매하면 5만원에 맞춰드려요"
 
설 준비로 북적여야할 백화점이나 마트에 설선물세트를 판매하는 전문 코너가 생겨났음에도 아직까지는 차분한 모습이였다. 특히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맞이하는 명절인만큼 조심스러움도 엿보였다.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1층의 정육 코너와 수산 코너에서는 4만8000원짜리 돈육세트와 호주산정육세트, 5만원짜리 고등어 세트가 견과‧과일‧와인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5만원을 넘지 않은 세트들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었다.

정육매장의 한 판매원은 "4만8000원 실속 정육세트는 지난 추석 땐 진열 안 된 세트"라며 "어젠 190개, 오늘 오전에도 99개 대량주문 해가셨다"고 말했다. 

판매직원들은 김영란법에 맞춰 특별히 제작된 세트라면서 6만원~7만원대와 차이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대량 구매하면 6~7만원대 세트를 5만원에 맞춰주겠다는 제안도 이뤄졌다.

백화점 측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건과‧버섯‧김‧멸치 등 전통식품 세트코너에 많은 공간을 할애했다. 버섯세트 판매 직원은 종합세트로 나온 6만원, 7만원 세트는 김영란법 때문에 가격을 많이 낮춰서 나왔다고 소개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1월2일부터 10일까지 본 판매 기간 매출이 전년대비(1월11일~1월21일) 21% 신장하고 5만원 이하 선물세트의 경우 45% 신장했다.

위축된 소비 심리를 녹이기 위해서인지 고가 상품은 할인 폭이 컸다. 100개 정도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하자 일부 판매직원들은 적혀 있는 가격과 상당한 차이가 나는 파격적인 가격을 언급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 한 판매직원은 "명절 때 롯데를 찾아오는 단골 고객들도 이번에 걱정을 많이 하신다"며 "5만원이 넘어가면 혹시라도 문제될까봐 딱 맞추거나 분위기만 살펴본 후 그냥 가시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같은날 신세계백화점 본점 역시 분위기는 비슷했다. 젊은 연령대가 선호하는 선물 중 하나인 와인코너 '와인하우스(WINE HOUSE)'의 한 판매직원은 "지난 추석에 와인을 구매하신 고객들은 그대로 다시 찾아오신다"면서도 "주문 수량은 크게 차이가 없지만 기존에 10만원 정도 선택한 분들도 올 설엔 5만원 이하로 주문하는 경우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5만원 이하 상품을 표시하는 '499' 마크. © News1

◇할인 통해 5만원 이하로…예약판매는 증가

이 날 이마트 공덕점에서도 설 준비를 하려는 고객들이 크게 눈에띄지 않았다. 식용유, 햄 등으로 구성된 설선물세트를 파는 한 판매원은 "어제부터 설선물세트를 판매하기 시작해 아직 손님이 많은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설선물세트 코너의 또 다른 관계자도 "전체적인 품목수는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김영란법 때문에 5만원 이하의 상품들이 많다"며 "카드 행사 등이 있어 6~7만원대 상품도 실가격 5만원 이하로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와인, 가공식품 등이 모여있는 설선물세트 코너에는 5만원 이하의 상품을 표기하는 '499'가 쓰여진 별도의 스티커가 부착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최근 설선물세트로 각광받고 있는 홍삼 코너 관계자 역시 "기업체 사람들은 5만원원 이하의 상품을 문의한다"며 "젊은분들의 경우에는 3+1 행사를 하는 7만5000원짜리 에브리데이 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굴비 판매 코너. 5만원대 상품부터 60만원대까지 구성됐다. © News1
신세계백화점 굴비 판매 코너. 5만원대 상품부터 60만원대까지 구성됐다. © News1

대체적으로 저렴한 실속 위주의 선물세트가 주를 이뤘지만 백화점과 마트 한켠에는 100만원이 넘는 한우세트나 50만원대의 굴비세트 등도 여전히 자리해 대조를 이뤘다.

굴비세트 한 판매직원은 "잘 나가는 순으로 모아둔 것인데 극과 극을 달린다”며 “이거(5만원짜리 가리키며) 아니면 이게(55만원짜리를 가리키며) 잘 나간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선물을 사전에 구매하려는 고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전예약 구매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하거나 지정일에 배송을 해주는 등의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8일까지 예약판매를 진행한 결과 전년보다 40.7% 신장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5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약 한달간 선물세트의 매출 신장률은 12.6%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이번 주말부터 설명절 D-3 정도까지 선물세트가 잘 팔리는 시기"라며 "이후 프리미엄 선물세트와 5만원 이하 선물세트가 잘 팔리는 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jjung@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