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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헬기 총격' 37년만에 드러난 이유는

당시 희생자 발견 안되고 공실로 남아 '증거'부족
광주시 리모델링 사업하면서 드러나…국과수 의뢰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2017-01-12 15:27 송고 | 2017-01-13 08:10 최종수정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 주변에 헬기가 떠 있는 모습.(5·18기념재단 제공)/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동구 전일빌딩 주변에 헬기가 떠 있는 모습.(5·18기념재단 제공)/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앞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총탄 자국이 헬기에서 발포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가 나왔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7년만에 증언과 소문으로만 나돌던 헬기 무차별 사격이 정부기관에 의해 공식 확인된 것이다.  5·18 당시 헬기내 총기 발포가 37년만에 인정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광주시에 따르면 국과수는 이날 결과서에서 전일빌딩 외벽에서 탄흔 35개, 10층 기둥과 바닥 등에서 최소 150개의 탄흔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발사 위치는 호버링(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채 움직이지 않는 상태) 상태의 헬기에서의 가능성이 추정된다"고 했다. 다만 사용 총기 종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

시는 국과수가 명확하게 '5·18 당시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이라고 적시하지 않았지만 "5·18 때 헬기에서 총을 쐈다"는 여러 증언 등을 고려해 5·18 헬기 사격 총탄 흔적으로 결론냈다.

윤장현 광주시장이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총탄흔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News1
윤장현 광주시장이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총탄흔적으로 확인하고 있다(광주시 제공)© News1


그렇다면 왜 전일빌딩에서 37년만에 총탄흔적이 발견됐을까. 

1980년 5월 당시 옛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소유의 건물인 전일빌딩은 편집국 등 신문사가 3개층을 사용했고 10층은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DB) 사업부가 이용했다.

전일빌딩은 5·18 최후 항쟁지인 옛 전남도청과 가까워 시민들이 계엄군을 피해 숨었던 장소다.

하지만 전일빌딩을 정조준한 헬기 사격에 대한 조사나 총탄 흔적에 대한 목격자는 없었다. 이곳에서 희생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5·18 이후 10층은 사무실로 사용하지 않아 '공실'로 남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당시 광주공원과 사직공원, 월산동 인근의 헬기 사격에 대한 증언은 있었지만 전일빌딩을 향해 사격을 했다는 증언이 나오지 않아 이를 이증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다.

1994년 발간된 '사제의 증언:진실을 말해도 안 믿는 세상'(빛고을출판사)에 따르면 고(故) 조비오 신부는 1989년 2월 국회 광주특위 청문회에서 "5월21일 오후 1시30분에서 2시 사이 (옛)도청 쪽에서 사직공원 쪽으로 헬기가 날아가면서 번쩍하는 불빛과 함께 연속 3차례에 걸쳐 지축을 울리는 기관총 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현장을 목격한 김주호씨로부터 그 기총사격으로 불로교 양쪽에서 시민들이 각각 10명 이상씩 쓰러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또 5·18 당시 승려로 적십자 구조활동을 했던 이광영씨도 청문회에서 "5월21일 오후 2시에서 2시30분 사이 적십자 활동차를 타고 월산동 로터리에 이르렀을 때 광주공원 쪽에서 날아온 헬기가 총을 난사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며 "그 때 헬기의 기총소사로 관통상을 입을 한 여학생을 적십자병원에 실어다 줬다"고 증언했다.

광주 전일빌딩./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광주 전일빌딩./뉴스1 © News1 황희규 기자

하지만 정부와 군 당국은 그동안 헬기 집단발포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헬기사격에 대한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건물속에 묻힐 뻔 했던 5·18 헬기 사격의 증거는 시가 전일빌딩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면서 드러났다.

시는 옛 전남도청에 들어선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연계해 노후된 전일빌딩을 복합문화센터 및 관광자원화 시설로 조성키로 했다. 총탄흔적이 발견된 최상층인 10층에는 문화전당 관광 지원존으로 전망탑이나 스카이워크, 커피숍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리모델링을 앞두고 5월 단체가 '전일빌딩 외곽에 총탄 흔적이 남아있다'고 정밀감식을 주문하자 시는 지난해 8월 국과수에 정밀 조사를 의뢰했고 전일빌딩 외벽과 10층 내부에서 무더기로 총탄 흔적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시는 국과수의 최종 조사결과에서 5·18 당시 총탄 흔적으로 확인될 경우 전일빌딩 리모델링 공사를 다시 검토키로 밝힌 바 있다.


ragu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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