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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재근, ‘괴짜 디자이너’로 살아가는 법

‘마리텔’, ‘복면가왕’ 등으로 활약…2016 대세 아티스트

(서울=뉴스1) 박시은 기자 | 2016-12-28 15:36 송고 | 2016-12-29 09:30 최종수정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범상치 않은 외모로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섭렵해버린 괴짜 디자이너가 등장해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복면가왕’, ‘나 혼자 산다’, ‘사람이 좋다’ 등 예능인들도 탐내는 자리를 꿰차며 방송계를 종횡무진하는 그는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출신 실력파 디자이너 황재근이다. 

‘머리카락 손질 대신 수염을 곧게 손질하며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는 외모만큼이나 유니크한 감성으로 똘똘 뭉친 만능 재주꾼이다. 사업 실패 얘기를 누구보다 유쾌하게 털어놓던 그는 인터뷰 내내 거침없는 입담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처럼 솔직하고 가식 없는 괴짜 디자이너 황재근을 서울시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카페 ‘비스트로 녘’에서 만났다.
Q. 근황 및 주력하고 있는 활동은 무엇인가?

꾸준한 방송활동 외에도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맡아서 진행하고 있다. 방송 일이 두드러지다 보니 “예능인으로 직업을 전향한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홈쇼핑과 동화책 기획, 컬렉션 준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방송을 통해 알려진 독특한 이미지와 거침없는 말투 때문에 신선한 인물을 필요로 하는 예술 분야에서도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이처럼 능력이 되는 한 최대한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싶고, 그 분야에서 디자인으로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있다. 

Q. 홍익대학교 도예과 졸업 후 유학을 결심한 이유는?
홍대 재학 시절부터 다른 분야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다. 도예과 졸업 후 공예가로서의 삶도 생각해 봤지만 도예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이고 다듬는 ‘장인 정신’이 필요한 직업이기에 자유분방한 내 성격상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트렌드의 변화를 빠르게 담아내는 창의적인 작업을 선호하기 때문에 보다 개방적인 분야에서 디자인 공부를 하길 원했고, 그렇게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며 유학길에 오르게 됐다. 
N스타일과 인터뷰 중인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N스타일과 인터뷰 중인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Q. 세계 3대 패션 스쿨 중 하나인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한 실력파다. 어려움은 없었나?

입학을 준비하던 당시만 해도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는 흔치않은 도전이었고 성공사례도 없었다. 따라서 서류 준비부터 시작해 모든 부분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으며 그만큼 어려움도 컸다. 이처럼 많은 어려움 끝에 유학길에 올랐지만 긴 유학생활 내내 한 번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 했을 정도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학교 자체가 스파르타식으로 타이트한 수업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는 4년 동안 숨을 고를 시간조차 없었다. 수업 자체가 무엇을 배운다는 개념보다는 스스로 재능을 찾고 이를 최대치로 끌어올려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따라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할 땐 많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그때 실력이 가장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Q. 앤트워프왕립예술학교의 ‘한국인 최초 졸업생’이란 타이틀은 어떤 의미인가? 

학교 자체에 동양인이 많이 없는 편이며 입학 자체도 무척 까다롭다. 더군다나 수료과정이 4년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길고 타이트해 버티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 중에서도 특히 패션 디자인은 편입 자체가 인정이 안 될 정도로 폐쇄적이고 자부심이 강한 학과 중 하나다.

빈틈없는 구조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를 선언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졸업 자체에 큰 의미가 있었고, 실제로 많은 이슈가 되기도 했다. 2007년 졸업한 후 현재까지 이를 졸업한 한국인 후배들이 4~5명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여전히 졸업이라는 산을 넘기가 어렵고 힘든 학교다.  
'제쿤(ZÊ QUUN)' 2014-15 FW 컬렉션 / 사진=제쿤 공식 홈페이지
'제쿤(ZÊ QUUN)' 2014-15 FW 컬렉션 / 사진=제쿤 공식 홈페이지
Q.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에서 우승한 뒤 순탄하게 디자이너 생활을 했을 것 같은데

2011년과 2013년 두 시즌에 참가했는데 운 좋게 ‘올스타전’에서 우승했다. 그때 받은 상금으로 디자이너로서 브랜드 ‘제쿤(ZÊ QUUN)’도 론칭하게 됐고, 서울컬렉션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매년 두 차례씩 컬렉션을 선보이고 국가의 지원을 받아 유럽 시장에도 진출했지만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다.

사업을 확장하면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았는데 이 때문에 신용불량자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결국 브랜드 사업도 접게 되고 빚을 갚기 위해 MBC ‘복면가왕’의 가면 제작도 시작하게 됐다. 딱히 수익이 없어서 방송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 덕분에 빚은 거의 다 갚은 상태다.  

Q. 그렇다면 판매에 목적을 둔 ‘대중적인 옷’을 만들 생각은 없었는가? 

판매를 위해 대중적인 옷을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방가르드한 디자이너의 감성을 뺀 옷을 몇 번 선보이기도 했지만 오히려 브랜드의 색깔을 잃어버려 판매가 더욱 부진했다. 실제로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옷을 찾는 마니아층이 있었지만 판매에 목적을 두고 옷을 만들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옷이 돼 버렸다.

이미 패션 시장에 대중적으로 예쁘고 저렴한 옷들은 얼마든지 많다. 따라서 디자이너의 감성을 담은 브랜드는 그대로 가져가되, 세컨 라인을 별도로 운영해 좀 더 평범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게 맞다. 허나 이처럼 두 가지 라인을 운영하려면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에 결국 패션 사업을 접게 됐다. 
N스타일과 인터뷰 중인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N스타일과 인터뷰 중인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Q. ‘브랜드 사업 실패’를 인정한다는 게 디자이너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고백이었을 것 같다 

과거에는 가진 것이 많아 보이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지만 사업 실패 후 많은 것을 잃고 난 뒤 강박관념을 내려놓게 됐다. 방송을 통해 “망했다”고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후부터는 오히려 스트레스도 줄고, 편한 마음으로 작은 일에도 감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방송 활동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덕분에 많은 기회들을 얻게 됐고 디자인의 활동 폭도 더욱 넓어진 게 사실이다. 꼭 패션 분야가 아니더라도 여러 가지 방식으로 나의 감성을 드러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앞으로도 ‘황재근’ 고유의 색깔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작업에 도전할 예정이다.  

Q. 2016 S/S까지는 ‘제쿤’ 컬렉션을 진행했는데, 디자이너 활동은 언제 재기할 계획인가?

“좋은 학교 나와서 왜 패션 디자인은 안 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신다. 그러나 바탕이 탄탄하지 않고 종합적으로 준비되지 않으면 또 실패할 것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조급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스스로가 준비가 됐을 때 다시 도전할 예정이다. 

특히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이 너무 재밌고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이기에 주어진 기회에 충실하고 싶다. 평소 “세상의 모든 것을 디자인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을 긍정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Q. 예능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호흡이 잘 맞는 연예인이 있다면? 

‘마이리틀텔레비전’, ‘헌집줄게 새집다오’, ‘옆집의 CEO들’, ‘라디오스타’ 등 다수의 방송을 통해 MC 김구라와 호흡을 맞출 일이 많았다. 특히 처음에는 직설적인 내 말투가 예능인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캐릭터이기에 그가 적잖이 당황해하셨는데, 지금은 호탕하게 받아주고 있어 매번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배우 김재원도 얼마 전 방송에서 ‘황재근의 옷을 입는 고객’이라며 나를 언급해 주셨다. 이분과는 무척 특별한 인연으로 처음 만나게 됐는데, 사업 실패 후 내놓은 사무실을 김재원씨가 계약하러 오면서 친분을 쌓게 됐다. 알고 보면 나만큼 독특하신 분이다.(웃음)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디자이너 황재근 / 사진=뉴스1 © 강고은 에디터
Q. 2017년 목표와 계획은 무엇인가

빚 갚는 것, 목표가 기승전 빚이다.(웃음) 사업으로 진 빚은 거의 다 갚았지만 최근에 집을 사면서 또 대출을 받았다. 강의를 할 때 ‘빚’을 갚으려고 열심히 일하다 보면 ‘빛’이 나는 때가 반드시 온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실제로 부지런히 움직이면 기회는 찾아오는 것 같다.

지금처럼 바쁘게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는 삶에 충분히 만족하고 또 감사하며 살고싶다. 앞으로도 큰 목표를 갖기보단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고 콘텐츠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news1] ‘뷰티·패션’ 뉴스 제보 - sieun83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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