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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헌재로…"재판관 정치성향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 미미할 것"

"위헌 어느정도 입증된 상태"…시민들은 보수성향 헌재 심판 우려

(서울=뉴스1) 윤진희 기자 | 2016-12-09 16:11 송고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한 헌법재판관 9명/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9일 국회가 본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함에 따라 본격적인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됐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라는 국가적 중대사를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결정'에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88년 설치된 헌법재판소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다수의 결정을 선고했다. 이 때문에 헌법재판관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국민들의 우려와 달리 헌법재판관들의 개인적 정치성향이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탄핵소추'는 정치의 영역 · '탄핵심리'는 사법의 영역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의결되기까지의 과정은 '정치'의 영역에 속한다. 헌법이 탄핵소추 의결 여부를 국회의 재량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영국·미국 등과 달리 사법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탄핵심리를 하고 파면결정을 하는 '사법형 탄핵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즉 탄핵심판을 '사법의 영역'으로 보고 공정한 재판을 통해 파면 여부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우리의 탄핵제도는 피소추자(탄핵대상)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장치일 뿐 정치적 책임을 묻기 위해 채택한 제도가 아니다. 헌법이 탄핵사유를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로 정하고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형사소송절차를 준용해 이뤄진다. 이 때문에 탄핵심판은 형사소송과 같이 엄격한 법적 절차에 따라 ‘증거'를 통해 '사실인정'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혐의 일부는 검찰이 최순실 등의 공소장에 기재한 상태다. 또 박 대통령의 헌법위반 혐의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증거는 다수이며, 이미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통해 헌법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헌법재판관들이 증거를 외면하고 개인적 정치성향에 따라 대통령의 파면 여부를 결정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재판관들의 '정치성향'이 탄핵심판에 미치는 영향이 소소할 것이라는 주장의 또 다른 근거는 현재 재직 중인 헌법재판관 9명 모두가 순수하게 법조경력만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평생을 증거를 통한 사실인정과 법률의 적용을 통해 밥벌이를 하는 법률가의 삶을 살아낸 이들이다. 이 때문에 국가적 중대사안으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대통령의 탄핵심판 사건에서 개인의 정치적 신념을 고집해 법 해석의 객관성을 잃는 일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또 우리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법관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재판관으로 임명된 지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임명 당시의 정치적 성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대법관의 지명이나 인준과정에서 정치적 성향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임기가 보장되고  불이익이 금지되기 때문에 일단 임명이 되면 정치적 소신을 고집해야 할 이유를 잃고 ‘사법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분보장이 되고, 불이익한 처분을 받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헌법재판관들이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배제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 헌재법 53조 1항 탄핵사유 인정되면 ‘파면결정’… 다른 선택지는 없다

앞서 다수 헌법학자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대해 이미 '차고도 넘친다'는 논평을 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법률위반' 혐의는 차치하더라도 헌법위반은 어느 정도 입증 된 상태이며, 그 중대함에 비춰 ‘파면할 만한 사유’로 인정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탄핵제도는 고위공직자의 하향식 헌법침해에 대한 헌법보호를 궁극의 목적으로 한다. 즉 탄핵심판의 본질적 속성 자체가 일반 재판작용과는 달라 헌법보호의 기능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파면할 만한 사유'인 '헌법위배의 중대성'은 고의 또는 과실과 같은 주관적 요소의 유무로 따지지 않는다. 박 대통령이 아무리 '선의'를 표방한들 탄핵심판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헌법재판소는 박 대통령의 헌법위배 행위가 국민의 기본권, 헌법질서 등에 끼친 해악의 정도를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될 뿐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굳이 정연한 법의 논리를 빌려 올 필요도 없이 주권자인 국민 대다수가 집회·시위 등을 통해 일치된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헌법재판관들이라고 해서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결국 객관적으로 '파면할만한 사유'만 인정되면 헌재법 53조 1항에 따라 지체 없이 대통령을 파면하는 결정을 내릴 수 밖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 '헌법해석의 가늠자' … 주권자의 목소리 '여론'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다. 헌법은 '국가 공동체'를 어떻게 운용해 나갈 것인지, 국가권력은 어떻게 나눌지 등등을 정해 놓은 국가 근본규범이다. 이 때문에 헌법학자들은 헌법을 주권자의 '의지'이자 '결단'으로 표현한다.

헌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준은 당연히 '국민'이 된다. 헌정국가에서의 헌법해석은 결국 주권을 가진 국민의 행복추구에 초점이 맞춰 이뤄질수 밖에 없다. 

이미 여섯 차례의 평화적 촛불집회를 통해 6월 항쟁 때의 두 배가 넘는 국민이 주권자의 의지가 무엇인지 국민이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뚜렷히 밝혔다.
이렇듯 국민여론이 한 방향으로 수렴됐다고 볼수 있는 상태에서 헌법재판소는 당연히 국민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개정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과거와 달리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은 빠짐없이 결정문에 실려 공개된다.

법 개정 이전인 노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는 헌재의 법정의견인 탄핵기각에 대한 반대의견을 낸 재판관들의 의견을 공개되지 않았다. 국민여론에 반하는 결정을 내도 부담이 적었겠지만 이번은 사정이 다르다. 박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헌법재판관들이 어떤 의견을 냈는지가 국민에게 낱낱이 공개된다. 헌법재판관들이 국민여론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또 헌법재판관들 역시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환경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헌재가 '정치'에 휘말리지 않음과 동시에 자신들의 결정에 대한 ‘합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 여론을 세세하게 반영한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을 내 놓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juris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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