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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2막 귀농]귀농1세대의 '유자사랑'…"37년간 자식처럼 키웠어요"

유자 향기에 매료돼 37년전 귀농한 천만복씨 부부
수차례 고비 극복…친환경 유자 생산·가공·판매로 활로

(부산ㆍ경남=뉴스1) 이회근 기자 | 2016-12-08 07:00 송고 | 2016-12-08 11:44 최종수정
대정유자농장 천만복씨 부부가 올해 가공판매하고 있는 유자청을 들어보이고 있다.© News1
대정유자농장 천만복씨 부부가 올해 가공판매하고 있는 유자청을 들어보이고 있다.© News1

 "복잡하고 따분했던 서울 생활을 접고 거제로 내려와 유자에만 몰두하는 순간이 힘들기도 했지만 행복한 시간입니다." 
경남 거제시 사등면 천곡리 대정유자농장에서 유자농사와 가공공장, 판매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천만복(67)·강순옥씨(56) 부부는 37년 전 귀농해 유자에만 몰두하고 있다. 

천씨 부부는 1만3000㎡여 유자농장과 냉장시설, 가공공장, 판매장 등을 설치해 유자 홍수출하에 따른 가격하락 방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유자 수확과 가공판매로 연간 1억원가량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에서 건과류 도매상을 하던 젊은 천씨를 귀농하게 한 것은 '유자 향기'. 지인과 함께 거제에 유자를 사러왔다가 '유자향기'에 매료됐던 것. 

천씨는 "전원생활을 한번 해보자"며 3개월간 끈질기게 부인을 설득해 동의를 얻어냈다. 
건과류 도매상을 처분하고 지금의 대정유자농장 2만3000여㎡를 매입해 가족들과 거제로 내려왔다.
동경하던 전원생활, 유자농사가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거제산 유자의 품질이 최고인데도 홍수출하로 가격이 해마다 폭락하면서 수차례 고비를 맞았다.    
  
1980~1990년대 중반까지 ㎏당 7000원까지 했던 유자 가격이 2000년대 초반부터 500원까지 폭락했다.

가격이 계속 폭락하자 일부 농민들은 유자밭을 갈아엎고 다른 품종으로 전환, 거제 관내 재배농가도 600여 농가에서 300여 농가로 줄었다.

그는 농민들이 땀 흘려 생산한 유자가 홍수 출하로 헐값에 팔려나가야 하는 것을 막아보겠다고 결심했다.

처음 시도한 일이 15년 전 유자나무 일부를 베어낸 자리에 5억여원을 들여 생과를 1~2개월 보관할 수 있는 냉장창고(330여㎡) 신축. 유자 특성상 홍수 출하가 불가피한 현실을 극복하는 방안은 농민들이 생산한 유자의 신선도 유지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서다. 

두번째 시도가 장기간(1~2년) 보관 및 판매가 가능한 유일한 방법인 유자청 제조. 처음은 유자를 씻은 뒤 껍질을 벗겨내고  썰어 설탕을 첨가하는 수작업이었다. 11월 중순에서 12월 중순까지 이어지는데 매일 50여명의 인력이 필요했다.

유자가격은 계속 폭락하는데 인건비는 늘어나자 2003년 하루 10t의 생과를 작업할 수 있는 400여㎡ 규모의 유자청 가공공장을 세웠다. 10억여원을 투입했다.
대정유자농장 천만복씨 부부가 유자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News1
대정유자농장 천만복씨 부부가 유자농장을 둘러보고 있다.© News1

"유자는 수확하면 버릴 것이 없다"는 것을 확신한 그는 유자청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즙과 씨앗 활용 방안도 찾았다. 

(사)거제유자조합을 결성후 회원들과 일본의 유자가공 공장과 판매장을 견학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일본은 유자 하나로 유자비누, 향수, 식초, 진액 등 34가지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을 목격한 그는 거제로 돌아온 즉시 무역회사를 통해 일본 수출을 타진했다. 그 결과 연간 생즙과 씨앗 10여t을 수출하게 됐다. 

자신감을 얻은 천씨는 2004년 유자재배농가 지인들과 거제유자연구회를 결성, 회원 6명이 1인당 2억원씩 투자해 경남대학교 식품공학과에 비타민C가 풍부한 유자성분 분석과 제품개발 용역을 의뢰했다. 

경남대학교 측으로부터 주스를 비롯한 유자 식초, 엑기스 등 유자제품에 관한 자료를 넘겨 받은 2006년부터 시 농업개발센터의 협조를 받아 가공공장을 만들고 제품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

힘차게 출발한 공장 가동은 불과 3년 만에 대기업들의 유사제품 출하로 판로가 막혀 12억원의 손실을 보고 생산을 중단하는 고비를 맞았다.

여기에 굴하지 않고 전국에 '유기농 붐'이 일자, 회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품질 친환경 유자 생산으로 다시 승부수를 띄웠다.

회원들과 함께 일일이 농가를 돌아보고 농지에서 반경 50m 이상 떨어진 재배농가를 우선적으로 선별했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유자나무의 상단부를 잘라내 2m 이하로 수고(樹高)를 낮추고 친환경 밑거름 주기 등 3년간 기술력을 농가에 지원하고 전량을 수매했다.

그렇게 수확한 연간 400여톤의 친환경 유자에 거제시브랜드를 붙여 유자청 판매에 나서자 유기농 붐을 타고 판매가 순탄했다. 

폭락한 유자 가격도 서서히 회복돼 2007년부터 1㎏당 2000원 넘어 2200원까지 오르면서 농가들에 희망을 줬다.

2008년 거제시와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인 A사 개발한 기능성 화장품인 '유향' 출시에도 적극 나서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유향의 주 원료가 유자 씨앗이기 때문에 상당량의 소비를 기대했으나, 화장품 가격이 고가인 탓으로 3년여 만에 생산이 중단됐다.

이 충격으로 천씨는 유자재배 농가에서 가져다 주는 가공물량 소비를 위해 자신의 농장 규모를 2만3000여㎡에서 1만3000여㎡로 줄였다.  

천씨는 "지난해 연말 수확한 유자를 가공하기 위해 1톤 트럭에 싣고 왔던 유자 300여톤이 2~3일 만에 높은 기온 때문에 생즙이 폐수로 흘러내려 동네 주민들에게 항의를 받았다"면서 "항의보다는 1년 내내 고생하며 유자를 수확한 농민들의 손실이 무엇보다 가슴 아프게 와 닿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천씨는 "연간 거제에서만 1000여톤의 유자가 한꺼번에 출하되고 있다.국내 4개 식품업체을 통하면 중국 등지로 수출할 길이 열려 있기는 하나 안정적인 유자 가공을 위해 최소 1일 30톤 이상 처리 규모의 가공공장 설립이 시급하다"며 "정부나 자치단체, 농협 등의 적극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정유자농장 천만복씨 부부가 가공공장에서 생산된 유자청을 출하하고 있다.© News1
대정유자농장 천만복씨 부부가 가공공장에서 생산된 유자청을 출하하고 있다.© News1



leehg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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