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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개월②] '캔커피 신고 1호' 대학가도 변화 바람

캔커피 하나까지 조심…학칙까지 개정 경계 바짝
취업계·외부강의 등 여전히 뜨거운 감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6-10-27 05:30 송고 | 2016-10-27 09:10 최종수정
김영란 전 대법관이 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카톨릭 청년회관에서 창비 책읽는당, 라디오책다방 주최로 열린 저자와의 대담에서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6.10.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청탁금지법) 28일로 시행 한달을 맞는다. 시행 초반보다는 어느 정도 혼란이 줄어든 모습이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는 청탁금지법에 적응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청탁금지법의 적용 대상 4만919개 기관 중 교육 기관은 2만1201개로 전체의 51.8%를 차지한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은 대학교수와 본부 및 법인의 임직원 등이다. 사실상 전국 모든 대학에 청탁금지법 주의보가 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들은 학내 청탁관리관을 따로 두고 청탁금지법에 대응하고 있다. 몇몇 대학은 학칙 변경까지 추진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으로 달라진 대학풍경을 알아봤다.

◇'캔커피 사건' 논란…학칙까지 바꾸는 대학들

대학가에 청탁금지법 태풍을 몰고 온 사건은 이른바 '캔커피 사건'이었다.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인 9월28일 낮 12시쯤 신원을 밝히지 않은 신고자가 "한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커피를 줬다"며 경찰에 신고 전화를 한 것이다. 이는 청탁금지법 1호 신고로 기록됐다.

경찰은 검토 끝에 신고자에게 서면으로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해당 신고는 100만원을 초과하는 현금·선물 등 금품수수 관련 신고에는 현행범 또는 준현행범으로 간주해 경찰이 출동한다는 경찰 내부 기준에도 미달됐다. 신고 처리는 그렇게 종결됐다.

하지만 사건의 파장은 컸다. "사제간의 캔커피 하나도 주고 받지 못할 정도냐"는 불만이 대학가에 쏟아졌다. 경북의 한 대학교는 '교수·교직원들에게 음료수 등 어떠한 것도 건네지 않도록 하고, 일체 오해의 소지를 만들지 않도록 유념하시기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교생들에게 발송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권익위는 "부정청탁의 소지가 있으면 1000원짜리 음료수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회상규' 상 어디까지 예외를 둘 것인가는 과제로 남았다. 권익위 역시 아직까지 이 부분은 명확히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학에서는 우선 불미스러운 일을 남기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하자는 분위기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제자들에게 상담을 받거나 할 때 절대 아무것도 사오지 말라고 한다"며 "우스갯 소리로 얘기하곤 하지만 정작 그런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상당히 난감할 듯하다"라고 밝혔다.

학생들은 '취업계'에 상당히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권익위는 조기 취업생에게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청탁금지법에 어긋난다고 유권해석을 하고 있다. 그동안 통상 학기 중 취업한 학생들은 취업 사실 등을 증명할 수 있는 취업계를 내면 출석을 하지 않더라도 학점을 인정해 줘서 큰 무리 없이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당장 취업을 앞둔 고학년생들은 청탁금지법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서울대 4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씨(28)는 "취업을 그렇게 하라고 권장하면서 정작 취업을 해도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드는 법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울대는 지난 10일 '조기취업자 출석 및 성적처리 지침'을 마련해 혼란을 줄이기 위해 나섰다. 지침에 따르면 출석 및 성적처리에 관해 수강 교과목의 담당교원이 강의계획서에 명시한 평가기준에 의거해 처리함을 원칙으로 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담당 교원의 재량 내에서 학점을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라며 "관련 기록 및 자료를 보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동국대에서도 취업계와 관련해 학칙 개정을 추진 중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수업일수에서 5분의1 이상 결석하게 되면 학점을 못 받는데, 취업자의 경우 5분의1이 넘더라도 학점을 받을 수 있게끔 명문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달라진 외부강의·연구실 분위기…경계 바짝

대학가에서는 '외부 강의'도 뜨거운 감자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나 교수 신분 등의 강의료 상한선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공무원 4급 이상은 30만원, 5급 이하는 20만원 그리고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직원 등은 직급 구분 없이 시간당 100만원이 한도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불만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특히 교수 사회에서는 "좋은 일 하러 외부 강의를 하는데 괜히 눈치가 보인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금액을 너무 과하게 받으면 문제가 되지만 강연료도 정당한 지식을 나누는 대가로 볼 수 있다"며 "강연 시장이 괜히 위축되지 않도록 점차 현실에 맞는 법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학위 논문 심사에 참여하는 외부인사를 줄이는 모습도 포착된다. 서울 한 사립대학 박사과정의 김모씨(29·여) "학위논문 심사에 참여하는 외부 인사들을 줄이고 있다. 심사비가 굉장히 짠 편이라 관행적으로 거마비를 챙겨주곤 했는데 청탁금지법 때문에 그런 관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아예 외부인사를 참여시키지 않고 대학 내에서 해결하면서 연구실 업무가 많아지고 있다"로 토로했다.

그는 이어 "연구실 학생들의 회식 풍경도 달라졌다. 교수가 수고한 학생들에게 밥과 술을 사주곤 했지만 이제 추렴으로 바뀌었다"며 "교수도 학생들의 강의평가를 받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밥과 술을 사줄 수 없게 됐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각 대학에선 청탁관리관을 임명해 청탁금지법에 대한 학내 전반적인 심사와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연세대 관계자는 "윤리위원회에서 청탁관리관을 두고 있는데 학내 구성원들에게 일괄적으로 문의를 받아서 응답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앙대는 별도의 사이트도 만들었다. 중앙대 관계자는 "청렴마당이라는 학내 사이트를 만들어 교수나 교직원들이 자문을 구할 수 있게끔 했다"며 "다양한 권고 사안들이 있어서 충분히 안내를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열어 청탁금지법에 대한 내용을 공유 중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법에 저촉될 수 있는 부분들을 최대한 조심하자는 내부 분위기가 공유가 됐다"며 "교직원 대상으로 설명회를 자주 열었고 교육부와도 청탁금지법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라고 밝혔다.

서울대는 전국 대학 최초로 출입기자들에게 주차비를 받는 등 청탁금지법 경계에 나섰다. 서울대 관계자는 "기존엔 취재차 주차를 하면 무료였지만 최대한 조심하자는 의미에서 주차비를 부과하게 됐다"며 "향후 관련 판례가 쌓이면 지침이 바뀔 수도 있다"고 밝혔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직자와 보좌진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제대로 알기 교육을 받고 있다. 2016.10.18/뉴스1 © News1 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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