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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개월 ①] 변화는 시작…공정사회는 '먼길'

'긍정' 평가 속 '시범사례'만 되지 말자 분위기도
전문가, 법제정 취지·세부 내용 교육 필요성 강조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김태헌 기자 | 2016-10-27 05:30 송고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 9월28일 서울 서대문구청 청탁금지법 상담 및 신고센터에서 직원들이 관련 서적과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난 9월28일 서울 서대문구청 청탁금지법 상담 및 신고센터에서 직원들이 관련 서적과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오는 28일 시행 한 달째를 맞는 가운데 법의 직접 대상자가 되는 공직자, 교육자, 언론인들은 물론 이와 관련된 시민들에게도 영향이 적잖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등 금지법'이란 법률 이름처럼 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줄일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경기침체 등 부정적인 측면도 두루 보이는 양상이다.

법의 직접 대상자인 공직자와 교직원 등은 법의 취지에 동감하면서 긍정적인 측면을 높게 샀다. 일각에서는 '시범사례만 되지 말자'는 식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공무원 김모씨(29·여)는 청탁금지법 시행에 맞춰 최근 '요가학원'에 등록했다. 김씨는 "평소 잦은 회식과 업무 때문에 저녁 약속이 불가피했는데 법 시행 이후 그런 자리들이 많이 사라져 건강관리를 위해 학원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 관련 약속들은 대부분 평일 점심을 이용해 하고 있고 저녁은 비워두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 법 시행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편법이 등장하기 전에 미리 운동을 해둬야 나중에도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인 이모씨(26·여)는 "학부모들과 너무 정이 없어지는 건 아닌가 우려도 있지만 애초 부정청탁 가능성을 잘라버린다는 점에서 오히려 편하다"며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그간 어려웠었는데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더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언론인 A씨(43)는 "당장 주말 골프 약속 자체를 잡고 있지 않다. 시행 이후 주말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라면서도 "언론사마다 최초 시범사례만 되지 말자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 같다. 나 역시 조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법 시행 한 달이라 완벽하게 자리 잡은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편법'도 생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법의 직접 적용 대상자는 아니지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외식업계와 화훼업계 등은 매출 감소에 울상이었다.

서울 노원구에서 백숙집을 운영하는 이모씨(29)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단체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특히 공무원이나 교사 등 공직자들의 예약이 뚝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백숙 가격이 아무래도 비싸다 보니 무리가 있는 것 같아 최근에는 할인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는데 이마저도 효과가 크게 없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공기업이나 지자체는 입구에 '꽃 상품 반입금지' 써놓기도

문상섭 화원협회장은 "농축산분야도 피해를 보고 있지만 청탁금지법 시행 한 달 만에 일선 화원은 매출이 50~60%까지 떨어졌다"며 "그야말로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 산하 공기관이나 지자체는 아예 출입문에 '꽃 상품 반입 금지' 등 문구를 써 붙여놓기도 한다"며 "자체 감사실에서 꽃을 주고받는 쪽에 해명자료 제출을 요구한다고도 하니 나라도 꽃 선물이 오면 거부할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문 회장은 "법 개정 요구를 위해 국회의원 서명을 받고 있고 현재 80여명이 서명했다"며 "과반 이상의 서명을 받으면 국회의장실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시행 한 달을 맞는 청탁금지법에 대해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법 제정 취지와 세부 내용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첫 단추는 그럭저럭 꿰어…뿌리 내리는 게 중요

김봉석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교 교수는 "첫 단추는 그럭저럭 성공적으로 뀄다고 본다"면서도 "제도가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법시행 초기 사회 전체가 몸을 웅크리고 있지만 언제까지 위축효과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며 "법 규정이라는 것이 빈틈이 보일 수도 있고 우회적으로 피해가거나 악용하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정도로 법 시행에 대해 사람들이 신경 쓰고 조심하는 걸 보지 못했다"면서 "그 법이 왜 생겼는가 하는 의미 전달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청탁금지법의 도입 취지가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되게끔 하는 후속 조치들이 잇따라 나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덕만 청령윤리연구원장도 "일단 청탁금지법 안착에는 성공했다고 본다"며 "지자체 축제나 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되고 있고 경조사 화환 등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설명회 등을 통해 법 도입 취지와 세부 내용에 대한 교육이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면서 "아직 농촌 지역 등은 제도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입구에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 설치를 알리는 입간판이 걸려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지난 9월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입구에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 설치를 알리는 입간판이 걸려 있다./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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