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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제 넣어도 문제, 안 넣으면 더 문제'…딜레마 빠진 물티슈업계

가습기살균제 성분 물티슈 적발… 부모 불안감↑
식약처 "허용성분 제한기준 지켜 사용하면 안전"

(서울=뉴스1) 김민석 기자 | 2016-10-27 06:40 송고 | 2016-10-27 09:25 최종수정
 
 

# 두 살배기 아이를 키우는 주부 A씨(31)는 물티슈에도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들었다는 뉴스에 깜짝 놀라 구매할 때 성분표를 꼼꼼히 살피고 있다. 안전을 확인하고 물티슈를 샀더니 이번엔 쉰내가 났다. 도대체 왜 물티슈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지 A씨는 답답할 뿐이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여파로 생활용품 전반에 '화학포비아'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중소업체 위주인 물티슈 업체들은 어떤 성분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를 두고 '딜레마' 상태에 빠졌다.

기존처럼 보존제를 충분하게 넣었다간 유해성 논란에 휩쓸릴 수 있고 반대로 매우 적은 양을 넣으면 습도가 높은 물티슈 제품 특성상 세균이 쉽게 증식해 변질될 수 있어서다.

◇보존제 넣으면 유해성 논란, 안 넣으면 세균 논란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물티슈는 엄마와 아기가 많이 사용해 유해성 여부에 민감한 품목인 만큼 각 업체는 혹여나 자사 제품에 '불똥'이 튈까 긴장하고 있다.
업체 한 관계자는 "가습기살균제 사태가 터지기 이전까지만 해도 CMIT·MIT는 물티슈 등 생활용품 전반에 많이 쓰이던 보존제"라면서 "물티슈를 관장하는 부처가 식약처로 변경되면서 CMIT·MIT 포함해 많은 성분이 금지됐다"고 말했다.

2014년 12월 환경부, 식품의약안전처,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세정제·방향제 등 생활화학제품은 2015년 4월부터 환경부가 관리하고 인체청결용 물티슈는 2015년 7월부터 식약처가 화장품류로 분류해 관리하기로 했다.

당시 식약처는 물티슈에 59개 성분만 물티슈 보존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CMIT·MIT 성분도 이때 금지됐다. 물티슈를 둘러싼 안전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안전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자료 제공=한국소비자원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자료 제공=한국소비자원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티슈를 둘러싼 유해성 논란은 계속 터지고 있다. 최근에도 소비자원에 따르면 태광유통이 제조·판매한 '맑은 느낌' 물티슈에서 CMIT 0.0006%와  MIT 0.007%가 검출돼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와 함께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 '몽드드 오리지널 아기물티슈'에서는 기준치(100CFU/g 이하)를 4000배 초과한 일반세균이 검출돼 소비자에게 충격을 안겼다.

이 제품은 2년 전인 2014년 9월 4급 암모늄 브롬 화합물인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 성분을 둘러싼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시사저널은 가습기살균제와 같은 성분의 보존제를 써온 물티슈 업계가 전성분 표시제를 앞두고 찾은 대안 성분이 더 독성이 강하다고 보도했다.

◇제품 특성상 변질 쉬운 물티슈… 적당량 보존제 필수

물티슈는 입가를 닦거나 기저귀 갈 때 쓰이는 등 아이의 몸에 직접 닿는 만큼 유해성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품목이다. 게다가 습기가 많은 물티슈 제품 특성상 미생물이 쉽게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이어서 제조·유통 과정에서 혹은 개봉 후 변질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물티슈를 1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보존제를 함유해야 한다. 여기서 물티슈 업계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활용품 전반에 부는 소비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각 물티슈 업체들도 덜 알려진 보존제 성분을 적정 수준보다 적게 넣고 있는 추세"라며 "논란의 제품이 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조심하다 보니 세균 번식 문제가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주로 모이는 인터넷 육아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새 물티슈인데도 쉰내가 난다'는 게시글이 자주 오르고 있다. 이들은 유통기한이 한참 남았는데 변질되는 것은 기업이 불량 제품을 생산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물티슈 업계의 딜레마를 두고 전문가들은 보존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공포심이 다소 지나친 면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물리화학과 교수는 "보존제 성분에 대한 우려가 극심해 도리어 썩은 물티슈가 등장하게 된 것"이라며 "쉰내가 나는 물티슈엔 어떤 박테리아가 증식하게 될지 모르는 만큼 아기에게 노출될 시 폐렴 등 오히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습기살균제 성분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부하는 분들이 있지만 장기간에 걸쳐 많은 양을 지속적으로 흡입할 경우 문제가 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가습기살균제 성분 공포 지나친 면 있다"

CMIT·MIT 혼합물의 경우라도 장기간에 걸쳐 많은 양이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지만, 가끔씩 소량이 단순히 피부에 닿은 후에 물로 씻어내거나, 소량을 먹거나 구강 점막을 통해 몸에 흡수가 되더라도 해가 없다는 설명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국민들의 눈 높이에 맞춰 제품을 생산하다보니 변질되는 문제까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허용된 보존제 성분을 제한기준 이하로 사용하면 안전하니 업체도 적절하게 보존제를 함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됐던 세트리모늄브로마이드 경우에도 오래전부터 화장품 보존제로 사용하고 있었고 안전한 것으로 다시 확인돼 지금도 허용된 성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페넬로페' '슈퍼대디' '간나나기' '내츄럴오가닉' '베베숲' '하얀봄' '호수의나라 수오미' 등 수많은 물티슈 업체들은 CMIT·MIT 성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자사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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