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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교문위 국정감사에 대한 단상

(서울=뉴스1) 박창욱 기자 | 2016-10-14 15:10 송고 | 2016-10-14 17:26 최종수정
© News1

"철학 토론과 달리 정치 토론의 목적은 토론자의 의견을 공동으로 촉진하는 데 있지 않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데 있다." 독일 철학자 미하엘 슈미트-살로먼의 책 '어리석은 자에게 권력을 주지 마라'에 나오는 구절인데, 마치 우리나라 국회의 국정감사를 두고 한 얘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국회 국정감사는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예산을 낭비하지 않는지 감독해서, 결과적으로 혈세를 부담한 국민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러나 올해 국정 감사는 슈미트-살로먼의 말처럼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려는 정치 토론 같은 모습으로 변질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지난 9월27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진행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를 봐도 그렇다. 교문위 국정감사에선 문체부가 설립 허가를 내준 '미르·K스포츠재단'의 각종 의혹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주를 이뤘다.

물론 야당으로서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한 비선 실세의 국정 개입' 의혹 문제는 한 점 의문이 남지 않도록 파헤쳐야 하는 중요한 정치 이슈다. 하지만 의혹 추궁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다 보니 국정 감사에서 다뤄야 할 다른 중요한 정책 주제들이 미르·K스포츠재단이라는 '블랙홀'에 모두 빨려들고 말았다.

또 의혹 추궁의 와중에서 고압적인 태도와 함께 단순한 추정이나 불명확한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는 일도 종종 보였다. "미르·K스포츠재단 법인설립 허가 권한이 문체부가 아닌 서울시에 있다"는 주장으로 일어난 논란이 일례다.

'행정권한의 위임·위탁에 관한 규정'의 세부적인 고시 내용까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던 서울시가 야당에 제출한 자료에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정리됐다. 하지만 잘못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추궁에도 문체부는 '자신들이 불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을 해명하기 위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정부 여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겠다는 건 결코 아니다. 국회가 정부 업무의 절차에서 정당성과 투명성이 확보됐는지를 감시·감독하는 것은 헌법으로 명확하게 보장된 권리이자 의무다. 다만, 명확한 근거와 자료를 바탕으로 비판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그래야 감시받는 정부도 더 긴장하고, 일도 더 잘하게 된다.

국회든 정부든 존재 이유는 단 한 가지다. 국민을 더 행복하고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다음 국정감사에서부터는 정치적 이익만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이익을 위한 송곳 같은 질의가 쏟아지길 기대한다. 정부가 정치 공세에 대한 해명을 넘어, 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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