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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 턱없이 부족" 경주 주민들, '양철기와'로 복구

당장 비 새고 비용없어 불가피…고도육성법 위반 논란

(경주=뉴스1) 최창호 기자 | 2016-09-27 15:07 송고 | 2016-09-27 18:19 최종수정
9·12경주지진으로 지붕 기와  피해가 발생한 황남동 한 한옥이 전통 기와 대신 양철 기와로 27일 복구 작업을 마쳤다. 2016.9.27/뉴스1© News1 최창호 기자
9·12경주지진으로 지붕 기와  피해가 발생한 황남동 한 한옥이 전통 기와 대신 양철 기와로 27일 복구 작업을 마쳤다. 2016.9.27/뉴스1© News1 최창호 기자


9·12경주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전통한옥 주택 주민들이 정부가 정한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법률 특별법(고도육성법)에 발이 묶여 속앓이를 하고 있다.
고도(古都)육성법에는 전통기와를 얹는 한옥 주택 이외에는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규정돼 있지만 일부 피해 주민들은 이를 무시하고 양철로 만든 기와로 시공해 향후 논란이 될 전망이다.

27일 경주시에 따르면 지진으로 지붕 기왓장 균열·파손 등의 피해를 당했다고 신고한 전통 한옥 등은 3000여채다.

이 중 한옥 밀집지역인 황남동에서 700채가 넘는 한옥이 피해를 당했다. 황남동은 고도육성법 중에서도 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정돼 있어 전통 기와를 얹은 한옥 이외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도록 돼 있는 곳이다.

피해 주민들은 지난 24일 정부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이후 보상에 한가닥 희망을 품었지만 재난지역 선포에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감추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현재의 보상액으로는 전통기와로 교체하기 어렵다. 보상액이 현실과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하소연했다.

자연재난조사및 복구계획수리 지침에는 지진으로 인한 보상 규정이 따로 없고 풍수해 피해 기준인 전파(全破) 900만원, 반파(半破) 450만원, 침수 100만원의 보상을 받도록 돼 있다.

또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따라 소파(小破, 작은 파손)의 경우에도 침수 피해와 같은 100만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경주시 황남동의 한옥 주택 주민들은 "35평 크기의 한옥 주택에 드는 기와가 약 1만3000장이며, 기와 1장에 대략 1600~2300원이다. 여기에 인건비 등을 더하면 수천만원이 필요한데 보상금으로 교체가 가능하겠느냐"고 했다.

황남동에 사는 주민이 피해 복구가 늦어져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뉴스1 자료© News1 최창호 기자
황남동에 사는 주민이 피해 복구가 늦어져 생활에 불편을 겪고 있다며 호소하고 있다./뉴스1 자료© News1 최창호 기자


황남동 주민 황모씨(85)는 "1980년 말 경주시의 권유에 따라 전통 한옥을 지었는데 막상 지진 피해를 입고 보니 계속 기와집을 고집할 수 없을 것 같다.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면 재료비와 시공비 등이 비교적 저렴한 양철 기와로 시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진으로 기와 등이 파손된 한옥의 대부분은 집 전체가 비틀려 기와를 전부 교체해야 하지만 정부가 주는 보상액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 사는 강모씨(71)는 "보상금은 둘째치고, 당장 비가 줄줄 새 손을 놓은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며 "전통 기와 대신 양철 기와 지붕으로 모두 바꿔버렸다"고 말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에는 전통 한옥 기와 대신 다른 방법으로 시공되는 건축물에 대해서는 단속하도록 돼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피해 주민들에게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정부가 지붕 기와 파손 등의 피해를 입은 주택에 대해 전체 수리비를 지원해 주지 않는 이상 양철 기와를 택하는 시민들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주민들이 당장 비가 샌다. 지붕에서 흙 먼지가 들어온다는 등 각종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특별법을 완화해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향후 실태조사를 통해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덧 붙였다.

황남동 지구에서 고도육성법을 무시하고 양철 기와로 시공한 주택은 5~7채인 것으로 알려졌다.


choi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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