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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예약 반토막 났어요"…김영란법 시행 앞둔 식당가

[김영란법 새세상]고급 한식·일식집 메뉴 변경 잇따라
전직 대통령 찾던 골목…업종 변경·폐업에 '찬바람'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2016-09-27 06:20 송고
26일 오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한우전문점 앞에 1만~2만원대 점심 메뉴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2016.9.26/뉴스1© News1

"이렇게 피부로 느껴질만큼 손님이 줄어든 건 이번이 처음이예요. 예약은 반토막 났죠. 메뉴부터 바꾸려고 (메뉴판) 작업도 다 맡겨놓은 상태예요."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직전인 26일 오전 11시20분쯤. 서울 영등포구 증권가 사이에 자리잡은 'ㅁ' 한우전문점 관계자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곳은 이날 점심 예약이 간신히 10개를 넘은 모습이었다. 예약자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힌 수첩은 반도 채워지지 않은 채 전화기 옆에 놓여있었다.

그는 "김영란법 방침이 정해진 뒤로 매출이 10%정도 줄었다"며 "그동안 불경기로 매출이 꾸준히 줄었는데 이렇게 크게 줄어든 건 5년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찾은 여의도 인근 한우전문점들은 일부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대부분이 28일부터 새로운 메뉴를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1인분당 180g·4만원대에 팔리는 한우를 모두 100g·3만원 이하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식사비가 3만원을 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점심 메뉴는 일찌감치 대응에 나선 분위기였다. 여의도역 인근에서 한우전문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점심 메뉴는 미리 대응을 시작해 1만원대부터 판매하고 있다며 "일부러 광고판도 따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식당 입구에는 1만2000원~2만3000원의 점심 특선 메뉴를 광고하는 플랜카드가 내걸렸다.

국회의사당 맞은편에 위치한 'ㅇ' 일식집은 27일부터 '김영란 정식'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부가세를 포함해도 3만원을 넘지 않는 2만9920원이다.

이곳의 관계자는 "예약이 눈에 띄게 줄고 손님들의 요청이 이어져 마련했다"며 "3만8000원짜리 메뉴와 구성이 비슷한 수준으로 그만큼 손해를 감안하고 파는 셈"이라고 말했다.

26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퍼16(구 유정·왼쪽)'과 영업을 중단한 일식집 '학'. 2016.9.26/뉴스1© News1
26일 오후 찾은 서울 종로구 수송동의 '퍼16(구 유정·왼쪽)'과 영업을 중단한 일식집 '학'. 2016.9.26/뉴스1© News1

전직 대통령과 장관들이 즐겨 찾았다던 종로구의 유명 식당가에서는 과거의 영광을 찾아볼 수 없었다.

종로구 수송동에서 '60년 전통'을 이어가던 한식당 '유정'은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바로 옆에 위치한 일식집 '학'은 불이 모두 꺼진 채 운영을 중단한 모습이었다.

쌀국수집 '퍼16(구 유정)'을 운영하는 이종문씨는 "어머니가 60년을 운영해 온 한식당을 접고 한 달 전 이곳을 오픈했다"며 "공무원들이 다 세종시로 간 뒤 세월호·메르스 사태도 겪었지만 김영란법까지 시행되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아쉽지만 고민을 정말 많이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옆집 '학'도 비슷한 이유로 2주 전쯤 문을 닫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인근의 'ㅂ' 일식집이 3만5000원짜리 코스 메뉴를 2만9000원으로 낮췄다. 

앞서 한국외식업중앙회 산하 연구기간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60개의 외식업체 가운데 26.4%는 김영란법 합헌 결정 이후 매출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대응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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