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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벌써 크루즈선...한국조선소에겐 그림의 떡

시장·기술력·채산성 3無...M&A·기술이전도 쉽지 않아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6-09-27 11:54 송고
STX유럽이 건조한 세계 최대의 크루즈선인 오아시스오브더시즈(Oasis of the seas)호© News1

한국 조선업계가 생존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조선업계는 미래 먹거리로 크루즈선을 점지하고 석권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넓은 안방시장을 바탕으로 중국은 외국 조선소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부족한 기술력을 보강, 아시아 크루즈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수주에 목마른 한국조선소는 이같은 중국업체의 시도를 그저 바라만 봐야할 처지다. 크루즈선에 관한 한 설자리가 없어서다. 중국시장은 접근자체가 불가능하고 크루즈선 제작 기술력도 부족하다. 그나마 가능성 있는 유럽 시장의 경우 비싼 내장재를 수입해서 써야해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중국은 벌써 크루즈선...한국업체는 설자리 없어

26일 조선업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선박공업집단(CSSC)은 최근 이탈리아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아시아 크루즈 시장 진출을 위해 첫 크루즈선(2척)의 설계 및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핀칸티에리는 세계 최대 크루즈 선사인 카니발에 선박을 판매하는 조선소다.

해당 선박들은 핀칸티에리가 카니발을 위해 지은 플랫폼을 기반으로 건조될 전망이다. 인도 예정일은 2022년이다.

중국 운수부에 따르면 중국의 크루즈 시장은 지난해 100만 승객규모에 도달했다. 매년 두자릿수 이상 성장해 2030년에는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정작 한국 조선소들은 강건너 불구경이다. 한 조선업체 관계자는 "중국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의 경우 거의 중국 조선소에 발주되기 때문에 한국 업체들이 파고들 틈이 없다"며 "아시아 시장의 경우 이제 막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단계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크루즈 건조를 하려면 유럽 시장으로 진출해야 하지만 모든 내장재를 유럽에서 수입해야하는 등 단가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카니발, 스타크루즈, 로열캐리비언 등 대형 크루즈 선사가 이탈리아 핀칸티에리, STX프랑스, 독일 마이어베르프 등 특정 조선소만을 찾는 등 수주장벽도 높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조선소들에 비해 기술이 부족한 면도 있다. 또다른 조선업체 관계자는 "장거리 여행을 주로 하는 크루즈선의 경우 육지와 다름 없는 흔들림 방지가 첫번째 과제"라며 "한국 조선사들은 모두 상선이나 해양플랜트에 적합한 건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여객의 승선감에 대해서는 아직 유럽 조선소들에 비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유럽 크루즈조선소 M&A도 어려워...야커야즈 인수의 쓴맛

자금력을 이용해 유럽의 크루즈 조선소를 인수합병(M&A)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술이전이 쉽지 않음이 확인됐다. 

STX그룹은 2007년 세계 최대 유람선 건조업체 아커야즈를 1조7000억원에 사들여 'STX유럽'을 설립했다. STX유럽은 인수한 조선소 중 핀란드 투르크 조선소를 'STX핀란드'로, 프랑스 생나제르 조선소를 'STX프랑스'로 명명하고 자회사로 뒀다. 이 2개 조선소가 크루즈 선박 건조 기술을 보유했지만 STX핀란드는 2014년 매각됐으며 STX프랑스 역시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STX는 야커야즈 인수 당시 유럽위원회(EC)의 반독점 규제 조사와 함께 막판까지 기술유출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결국 STX그룹은 인수 계약서에 '기술을 이전받지 않겠다'는 조항을 넣고, 이후 회사를 운영하면서 기술과 관련한 문제는 전적으로 현지 회사들에 일임했다. 핵심 기술의 경우 이전을 거의 받지 못한 셈이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는 "2012년 당시 대우조선이 페리선을 건조한 적은 있지만 현재 크루즈선을 건조하는 한국 업체는 STX프랑스 밖에 없다"며 "매물로 나온 STX프랑스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대형업체가 인수할 수도 있지만 3사 모두 구조조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ir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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