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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산유량 동결' 가능한 이유…"4월과는 달라졌다"

(서울=뉴스1) 황윤정 기자 | 2016-08-27 08:30 송고
사우디아라비아. © AFP=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 AFP=뉴스1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다음 달 알제리에서 비공식 회담을 갖겠다고 밝힌 가운데 많은 시장 전문가들은 OPEC의 산유량 동결 논의가 ‘허풍’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동결 기대감을 높이는 한편으로 산유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다음 달 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더더욱 높지 않은 상태이다.

◇ 9월 OPEC 회담…"동결 합의 가능, 유가 51불 돌파"
지난 4월에도 주요 산유국들은 카타르 도하에 모여 산유량에 상한선 설정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도하 회담을 앞둔 산유량 동결 기대감으로 국제유가는 상승 랠리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란과 사우디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결국 동결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한 바 있다.

그러나 컨설팅업체 다이버젠트의 라케시 우파디야 연구원은 도하 회담 때와 현재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강조하며 도하 회담의 연장선상에서 다음 달 알제리 회담을 예측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산유량 동결 가능성이 전보다 높아졌으며 주요국들의 의견이 한데 모아지면 국제유가가 강력한 저항선인 배럴당 51달러를 상향 돌파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 이란: 유전 노후화에도 투자할 돈 없어
일단 우파디야 연구원은 이란의 산유량이 서방의 경제 제재 조치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제재 이전 산유량 회복’은 이란이 동결 합의의 전제로 제시했던 조건이었다. 지난 도하회담 때 이란은 당시 산유량이 자신들의 기준에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상한선 설정에 찬성하지 않았다.

향후 이란의 증산 여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추가 증산을 위해서 이란은 석유 탐사 및 개발은 물론 정유시설에 이르기까지 석유산업 전반에 대해 수십억달러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장기간 하회해 글로벌 메이저 석유기업들의 신규 프로젝트 투자 여력은 제한돼 있다.

이란의 기존 유전 노후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란 유전의 절반 이상에서 매년 산유량 감소폭이 9%~11%에 달하는 상황이다.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코헨 애널리스트는 “이란의 유전 노후화로 줄어드는 산유량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산유량이 일평균 20만에서 30만배럴 늘어나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평균 산유량 400만배럴’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이란은 투자 유치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전문가들은 이란이 도하 때와는 달리 산유량 동결 합의에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에 어게인 캐피탈의 창립자이자 저명한 원유 전문가인 존 킬더프는 “매우 확신할 수는 없으나 이란이 보다 현명하게 행동한다면 결국 산유량 동결 의사를 밝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사우디: 셰일 저력 과소평가…유가 전쟁 패배 임박

4개월 전과 다른 상황에 놓인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생산 비용이 높은 미국 셰일오일을 고사시키기 위한 치킨게임을 지속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셰일오일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미국 셰일오일 기업들의 생산 효율성이 크게 제고돼 저유가 장기화에도 생산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파디야 연구원은 “이런 상황은 사우디가 결코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유가 급락과 함께 사우디의 외환보유액도 크게 줄었다. 지난 2014년 8월 이후 사우디의 외환보유액은 1750억달러 감소했다. 사우디는 생존을 위해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심화되고 경제성장률이 1.5%까지 낮아지는 등 사우디의 경제적 어려움은 심화됐다.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아람코 상장이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아람코 지분을 비싸게 팔기 위해서라도 사우디에게 유가 회복은 절실한 문제이다.

사우디는 현재 재정난으로 인해 파키스탄, 인도 등에서 이주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임금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재무부는 공공 공사를 맡은 건설사에게 지급하는 총사업비에 대한 선급금 비율을 20%에서 5%로 대폭 낮췄다.

시장조사업체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중동 지역 경제 전문가 제이슨 터비는 “사우디 정부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큰 저유가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하며 사우디가 곧 유가 전쟁에서 패배를 선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미국 유전지대. © AFP=뉴스1
미국 유전지대. © AFP=뉴스1
◇셰일 리스크: 감당할 가치 있어…동결해도 변화無

이란과 사우디를 제외한 다른 OPEC 국가들은 이미 ‘산유량 동결 합의’에 승선한 상태이다. 또한 OPEC 주요국부터 러시아에 이르기까지 주요국의 산유량이 이미 사상 최고치에 달해 동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실질적으로 산유국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파디야 연구원은 설명이다. 그는 “최근의 증산 흐름은 동결 합의 가능성을 반영하는 지표”라고 분석하며 “도하 회담 때보다 산유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우파디야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존재하나 이는 “감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험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사우디가 미국 셰일오일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장 질서를 받아들여야 하며 셰일오일이 원유시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분석을 근거로 우파디야 연구원은 도하 때와는 달리 알제리 회담에서 산유량 상한선이 설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다음 달 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주요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현재의 수준에서 산유량이 동결된다면 원유시장의 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y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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