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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공급줄면 집값뛴다" 강남 매물 급회수…호가 2천만원↑

집주인들 매물 거두고 호가 1000만~2000만원 올려
중개업자들 "오르기 전 지금이 적기" 매수 권유도

(서울=뉴스1) 국종환 기자 | 2016-08-26 07:00 송고 | 2016-08-26 09:33 최종수정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정부의 주택 공급 규제 정책 발표 이후 매수를 권유하며 보낸 문자.© News1
부동산 중개업소들이 정부의 주택 공급 규제 정책 발표 이후 매수를 권유하며 보낸 문자.© News1

"주택 공급을 줄인다는 정책이 나온 뒤 집주인들이 빠르게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어요. 집값이 오른다고 보신 거 같아요. 어제 11억원에 내놓으셨던 분도 이제는 2000만원 더 받아야 팔겠다고 하시네요."(개포주공1단지 D공인)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전체적인 주택 공급이 줄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습니다. 정책이 나온 뒤 값을 올리겠다는 집주인들의 전화가 많이 오네요. 매수자 입장에서는 빨리 결정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신천역 엘스아파트 인근 S공인)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주택시장 공급 물량을 규제하기로 하자 부동산 시장이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주택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은 매물을 거둬들여 적정 가격을 재산정하고 있고 매수자들은 매수 타이밍을 재고 있다.

정부는 25일 택지 매입단계서부터 인허가 준공단계까지 규제를 강화해 적정 수준의 주택공급을 유도하는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공공택지 공급 물량을 줄이고 건설업체들의 PF대출 보증 심사를 강화해 주택 과잉 공급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규제한다는 정책이 발표된 이날 오후 강남3구(강남·송파·서초구)를 중심으로 기존 아파트와 재건축, 분양권 시장에서 모두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움직임이 현장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정책이 공개된 직후 공급이 줄면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고객들에게 문자를 보내 빠른 매수를 권유하기도 했다.
잠실 엘스 아파트© News1
잠실 엘스 아파트© News1

송파구 대표 아파트 단지인 엘스와 리센츠, 트리지움 등이 위치한 신천역 인근 공인중개소에는 정부 정책이 발표된 뒤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공급 감소로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감에 매도자들은 가격을 조금씩 올렸고 매수자가 받아들이면 매물을 거둬들인 뒤 호가를 다시 올렸다.

C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전날까지 11억원에 시세가 형성됐던 엘스아파트 84.8㎡(이하 전용면적) 주택형은 이날 가격이 점차 오르더니 11억2000만원까지 호가됐다. 정책이 나온 직후라 매도자와 매수자간 눈치 작전도 치열했다. A공인중개소 대표는 "매도자가 매수자인 것처럼 매수자가 매도자인 것처럼 신분을 숨기고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 일부 시세 파악이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 대규모 재건축 단지가 포진한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인근 공인중개소에도 문의전화와 현장을 찾는 손님이 확연히 늘었다. 개포 재건축 단지의 경우 수익성이 검증돼 재건축 진행이 확실한 만큼 주택 공급이 줄면 수혜 단지가 될 거라는 기대가 형성됐다.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옛 15평형인 49.58㎡ 주택형은 전날까지 11억원에 호가됐으나 하루만에 1000만~2000만원 올랐다. 41.98㎡ 주택형도 전날 9억7000만원에 거래되던 것이 9억9000만원까지 뛰었다. S공인중개소 대표는 "개포 3단지 재건축 '디에이치 아너힐즈'가 흥행에 성공한데 이어 주택 공급 감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격을 올린다는 주인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개포주공1단지© News1
개포주공1단지© News1

서초구 반포도 래미안퍼스티지 등 대표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움직임이 확인됐다. 일부 중개업소들은 정부 정책이 나온 직후 가격이 더 오르기 전 빨리 매수해야 한다며 고객들에게 안내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분양권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예상과 달리 정부 가계부채대책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규제 강화가 빠지자 안도한 투자자들이 몰리며 매도, 매수 문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강남 초대형 재건축 단지인 송파헬리오시티(가락시영 재건축)의 경우 이날 하루 일부 매물에서 웃돈이 1000만원 이상 더 올려 호가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G공인중개소 대표는 "정부의 칼날이 분양권 시장을 비껴가면서 오늘 문의전화가 크게 늘었다"면서 "주택 공급도 줄면 가격이 당분간 계속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반기에도 이미 예정된 공급 물량이 충분한 만큼 정부 정책으로 인해 급격히 공급이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급 규제로 인한 가격 상승도 강남권과 수도권 강세지역에 한정될 뿐 지방 등 비인기지역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이번 정책으로 하반기 시장이 크게 영향 받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나와 있는 분양계획은 최종 분양승인만 남은 상태"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주택 공급 규제에 대해 "인기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공급이 줄면) 강남과 수도권 강세 지역에는 계속 돈이 몰리겠지만 지방은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jhk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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