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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옥시의 거짓말과 잘못된 배상지원센터 번호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6-08-01 07:40 송고 | 2016-08-02 17:42 최종수정
© News1
"전화가 왜 저한테 연결됐죠? 저는 내일부터 출근합니다."

기자가 전날 언론사로 배포된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의 '가습기 살균제 배상안' 내 배상지원센터(080-699-2273)로 전화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옥시는 최종 배상안을 확정짓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최대 3억5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배상안에 포함된 배상지원센터는 이날부터 피해 접수에 대한 신청 방법과 문의 사항을 응대한다. 그런데 배상안 발표 당일에는 배상 업무와 관계없는 옥시 홍보대행사의 신입직원이 센터전화 책임자였다.

옥시 측은 "시스템 착오로 전화가 잘못 연결된 것 같다"며 "1일부터 센터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에는 옥시가 너무 큰 '실수'를 했다.
만일 피해자 중 한 명이 전일 최종안 발표 보도를 본 직후 배상지원센터로 전화하고 기자와 같은 답변을 들었으면 심정이 어땠을까. '옥시가 또다시 우리를 속였다'고 몸서리쳤을지 모를 일이다.

옥시 사태는 2011년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드러나며 시작됐다. 5년 넘게 이어지면서 피해자는 정부와 옥시의 대처에 울분을 터뜨렸고 국민은 검찰 수사에서 밝혀진 비리에 치를 떨었다.

일련의 사태가 국민들의 분노를 산 이유 중 하나는 '옥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점이 적잖았다는 것이다.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옥시는 많은 의혹들을 '몰랐다'는 식으로 일관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그간 의혹들이 검찰 수사와 국회 조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옥시의 배상안 발표 직후 "돈으로 입을 막으려는 술수"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옥시에게 다시 한 번 진정성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옥시의 보상과 사과는 여전히 '거짓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주장이 사실이고 옥시의 공언이 거짓말이었다고 깨닫기까지 5년이나 걸리지 않았는가. 

기자 역시 배상지원센터 번호 실수가 '시스템 착오였다'는 옥시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들을수 없는 이유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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