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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리그렉시트'…"英 탈퇴 서두르지 않겠다"

메르켈 "섣부른 결정보다 침착하고 신중한 분석" 촉구
EU도 절차 압박보다는 통보 오면 그때…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2016-06-27 15:48 송고 | 2016-06-27 18:40 최종수정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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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내에서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을 후회하는 '리그렉시트'(Regrexit) 움직임이 확산되는 가운데, 유럽도 브렉시트 공식절차 개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다소 낮추고 상황을 지켜보려는 모양새다.

26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EU 지도부 내에 브렉시트 협상 방향을 놓고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당장 이번주 EU 정상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국민투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10월 보수당 전당대회 전까지 총리직에서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본격적인 탈퇴 협상은 후임 새 총리가 이끌어갈 차기 정부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캐머런 총리는 오는 28일 개시되는 EU 정상회의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와 영국 내부 상황을 전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결별을 알리는 공식 절차인 리스본협약 50조는 발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스본협약 50조는 EU 탈퇴 규정·절차·기한 등을 다루고 있으며, 회원국이 합법적으로 EU를 떠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영국은 이에 따라 다른 EU 27개 회원국과 2년내에 협상해야 한다.
한편 영국 내에서는 정작 결정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탈퇴를 둘러싼 세대별 분열이 심화하고 브렉시트 결정에 반대해 재투표를 요구하는 청원 서명자만도 350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서 서명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설 경우 이를 의회에서 논의해야 하는 규정에 따라, 하원은 오는 28일 관련 내용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EU 내부에서는 브렉시트 협상 방향을 놓고 의견대립을 빚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탈퇴 절차를 끝내고, 증가하는 반(反)EU 포퓰리즘, 이민자 위기, 경기 침체와 불확실성에 맞서 안정을 이뤄내야 한다는 입장과 중대한 결정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반박이다.

마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은 캐머런 총리에게 EU 탈퇴 공식절차를 시작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빌트암존탁에 "영국 보수당의 편의를 위해 (브렉시트 절차를) 망설일 경우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며 "28일 정상회담이 절차를 개시할 적기"라고 주장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탈퇴 협상은 "시급한 사안"이라며 캐머런 총리에게 리스본협정 50조 발동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융커 위원장은 "영국인들의 결정은 매우 분명하며, 가능한 한 빨리 이들의 의지를 이행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것이 논리적 수순"이라고 강조했다.

EU 창설을 주도했던 6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외무장관들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EU를 강타한 경제적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되도록 빨리 탈퇴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오래 끌어선 안 되지만 빠른 시간 내에 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섣불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침착하고 신중하게 분석할 것을 촉구했다.

당장 탈퇴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으며 영국 내부 상황이 정리되고, EU 내부에서 브렉시트 여파를 충분히 고려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영국은 협상 전까지 완전한 EU회원국으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전 총리는 EU가 영국의 공식 탈퇴 절차 개시를 압박하지 않아야 한다며 "극도로 복잡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EU 역시 정상회의에서 관련 절차 개시를 압박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측에서 탈퇴 절차가 공식적으로 개시되기 전까지는 EU도 비공식 회담을 거부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영국에서) 통지가 있기 전까지는 어떤 협상도 없다"며 "현재 영국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같은 움직임을 기대하기엔 비현실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탈퇴 협상이 즉시 시작될 가능성은 없으며, 리스본협약 50조 발동이라는 중대하고 비가역적인 절차 개시를 강요할 수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브뤼셀에서는 영국이 이번 회담에서 리스본협약 50조를 발동하리란 희망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다만 "EU는 가능한 한 빨리 탈퇴 협상에 돌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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