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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삼성' 컬처 윤곽…스타트업 DNA 확산에 초점(종합)

상하 공통 호칭 '님'으로...부장님, 차장님은 없앤다
'관리의 삼성' 문화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 발로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6-06-27 16:11 송고 | 2016-06-27 18:02 최종수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뉴삼성'을 위한 컬처혁신의 첫 발을 뗐다.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선언 이후 또 한번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터닝포인트다. 그간 그룹차원에서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단순화해온 것과 궤를 같이 하는 변화다.
삼성전자는 27일 직급체계를 단순화하고 비능률적인 회의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 등을 담은 인사제도 개편을 발표하고 내년 3월부터 본격시행하기로 했다.

직급과 관련 직무역량 개념을 강조한 '경력개발 단계(Career Level)' 라는 개념을 도입해 '~장'위로 되어 있는 연공서열형 체계에 변화를 준다. 이에 따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로 되어 있는 직급체계는 4단계(CL1~CL4)로 줄어든다.

CL 단계는 어떻게 구획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CL1은 사원1과2, CL2는 사원3·대리, 3은 과·차장 4는 부장 등으로 매칭될 가능성이 높다. 부장, 차장, 과장, 대리라는 직급은 명함에서도 사라진다.

호칭도 달라져서 이름뒤에 '님'이나 '프로' 등을 붙여 부르거나 직책을 쓰게 된다. 상급자에 대한 호칭은 팀장 이상의 직책과 임원들에게는 직급·직책뒤에 '님'자를 붙여  것은 유지된다. 그러나 상사도 후배나 하급자에게 '00님' 이라는 존칭이나 경어를 사용하도록 한 만큼 상호존중 효과가 있을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회의는 꼭 필요한 경우 1시간 이내로 모든 참석자가 발언하고 '후다닥' 끝내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불필요한 잔업과 특근을 근절하고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문화를 정착한다.

개혁안의 많은 부분이 '스타트업' 기업에서나 볼수 있는 자유로운 것들이다. 그간 삼성의 조직문화가 '관리의 삼성' '군대식 삼성' 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점을 고려하면 모험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만큼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함이 컸다는 말도 된다.

삼성전자는 누구나 입사하길 원하는 글로벌 기업이지만, '삼성맨'들의 중도 이탈이 높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자율출퇴근제 도입 등 국내 기업 최초의 시도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관리의 삼성' 조직문화는 바뀌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의 수익창출력도 예전 같지 않다. 삼성의 심장인 '삼성전자'는 2013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핵심 사업인 스마트폰 사업도 위기를 겪었고,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세계1위지만, 더 큰 시장인 시스템반도체에서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위기감이 높았다. 더이상 제조업만 해서는 글로벌 초일류기업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도입기 애플의 '아이폰'에 우왕좌왕했던 것도 변화의 속도에서 늦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한 전략적 판단이 미숙했고, 수십년간 제조업 중심으로 운영돼온 기업문화가 휘몰아치는 산업 혁신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탓이다.

이에 삼성 안팎에서는 삼성전자의 미래를 걱정하고 '파괴적 혁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노키아'처럼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졌다.

내년부터 삼성전자에서 하절기 반바지차림 주중 출근이 가능해진다.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지난 3개월간 임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수렴한 의견들이 반영된 점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파격적인 호칭 개선 등이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경영진과 중간 리더들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달라진 호칭 등 조직문화가 잘 자리잡으려면 기존 관행에 익숙해져온 중간 리더들의 솔선수범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동안 해오던대로 회의를 길게 하고, 어색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써오던 호칭을 계속 부른다면 조직문화 혁신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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