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김영란법 논란]②식사 3만1000원이면 위법? 상한 너무 획일적

인원 부풀리기, 영수증 쪼개기 등 편법 기승 우려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16-06-27 06:00 송고 | 2016-06-27 14:37 최종수정
편집자주 부정청탁과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인 김영란법이 오는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부정부패 방지라는 숭고한 목적임에도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않다. 음식업 등을 중심으로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주고 편법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이 그것이다. 27일 국회 정무위 검토를 계기로 김영란법을 둘러싼 논란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주]
 
 

왕십리에 본점을 둔 한우전문점 D식당의 메인 메뉴는 등심 구이다. 1인분 200g에 3만8500원을 받는다. 식후 된장죽이나 깍두기 볶음밥을 추가하면 1인분에 3000원을 더 받는다. 맥주나 소주를 곁들이면 4000~5000원씩 더 내야 한다. 1인당 5만원은 금세 넘는다.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2인이 가서 1인분만 먹고 와야 할 지경이다.  

김영란법은 청탁과 관련없더라도 공무원·교사·언론인 등 특정 직업군에게 3만원 이상의 식사와 5만원 이상의 선물, 10만원 이상의 경조사비를 금지했다. 3만원에 대한 근거는 딱히 없다. 사회 통념상 이 정도면 된다는 식이다. 엄밀히 따지면 2만9000원짜리 식사는 합법이고 3만1000원짜리 식사는 불법이다.
김영란법에 적용이 되는 인원은 약 300만명에 달한다. 또 배우자와 가족까지 대상으로 치면 더 많은 인원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이 된다. 한식당에서 식사하며 소주를 겸하면 모두 잠재적 범법자가 된다. 

김영란법의 이같은 획일적인 비용 상한선은 보이지 않는 부작용을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영수증을 쪼개거나 인원수를 늘리는 등 각종 편법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것이다.

3명이 10만원어치 식사를 했다면 4명이 식사했다고 인원수를 늘리면 된다. 영수증을 두개로 쪼개서 인당 식사비 금액을 낮추는 것도 방법이다. 접대자리에서 각자 계산한 뒤 접대자가 현금으로 비용을 되돌려 주는 방안도 예상해볼 수 있다. 
선물의 경우 현물을 보내지 않고 인편으로 고가의 상품권을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쓸 수도 있다. 회사 상품권 출납장부에는 체육대회, 창립기념일 등으로 용처를 피해갈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골프의 경우 본인의 이름이 아닌 가명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식사비의 김영란법의 위법 여부를 일일이 잡아 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것 또한 편법을 부추기는 바탕이 될 가능성이 적지않다.  

기업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한껏 몸을 사리고 있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은 10월 이후론 아예 골프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인당 비용이 많이들어가는 골프약속은 물론 식사자리도 꺼린다. 

김영란법 시행령을 통해 정해진 식사비 및 선물값은 한번 정해지면 물가에 상관없이 고정화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편법이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얘기다.


xpe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