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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성동격서 전술'에 한미 뒤통수 맞았나?

베이징 NEACD에서 北 6자회담 대화 복귀 기대감, 미사일 발사로 물거품

(서울=뉴스1) 홍기삼 기자 | 2016-06-24 07:30 송고 | 2016-06-24 11:18 최종수정
북한이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하며 무기 개발 수준을 과시했다. (노동신문)
북한이 23일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케트 화성-10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하며 무기 개발 수준을 과시했다. (노동신문)

"(핵탄두) 운반수단을 갖게 돼 매우 기쁘다. 지금 미국이 핵전쟁을 걸어와도 당당히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능력을 강화해갈 것이다."

제26차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차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최선희(52)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23일 오전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 부국장은 "우린 핵무기를 만들었고, 지금은 운반수단도 갖췄다"며 "비핵화를 논의하는 협의는 생각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NEACD 참석자들은 북한의 태도에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세미나에 참석한 김건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은 23일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의 대화 복귀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던 많은 학자들이 좌절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막한 NEACD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6자회담 당사국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 외에도 북한이 4년 만에 참석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국제 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NEACD에 참석한 미국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개막 전부터 북한과의 양자회담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자연스런 대화'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가능성은 낮지만, 일말의 기대감을 안고 간 것이다.

그러나 NEACD 세미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2일 아침에 북한이 전격적으로 중거리탄도탄 미사일을 쏘아올리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더욱이 올해 들어 6번째 쏘아올린 무수단 미사일이 1000㎞ 이상 대기권 밖으로 솟구친 뒤 400㎞를 날아간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NEACD 분위기가 싸늘하게 식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4년 만에 NEACD에 참석한 이유가 미사일 발사 성공에 대비해 사전에 기획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됐다. 6자회담 당사국들이 모두 참여한 NEACD 회의장에서 핵주권과 미사일 발사의 당위성을 선전하기 위해서 북한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과 동시에 중국에서 국제사회를 향해 선전공세를 펼치는 북한 특유의 '성동격서'(聲東擊西, 속임수 등으로 혼선을 준 뒤 허를 찌르는 공격을 의미) 전술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선희 부국장은 발사 당일인 22일 NEACD에 참석한 한미 대표들이 북한의 추가 탄도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자, "6자 회담은 죽었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맞섰다. 그는 '핵과 경제' 병진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하며 6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최 부국장이 사전에 미사일 발사 사실을 알고 갔다기보다는 미사일 발사후 평양의 지침에 따라 발언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또다른 소식통은 "대내외 핵주권을 과시하려는 북한이 NEACD 참석과 미사일 발사를 연계해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며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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