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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4500만원 싣고 대구서 광주 온 80대…무슨 사연?

(광주=뉴스1) 윤용민 기자 | 2016-06-23 16:04 송고 | 2016-06-23 17:59 최종수정
지난 20일 광주 북구 양산동 인근도로에 있던 양모씨(80)의 차량 안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 2016.6.23/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지난 20일 광주 북구 양산동 인근도로에 있던 양모씨(80)의 차량 안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 (광주 북부경찰서 제공) 2016.6.23/뉴스1 © News1 윤용민 기자

"은혜를 갚기 위해 왔어. 이 돈을 줘야해"

대구에 사는 양모씨(80)는 지난 21일 오전 환자복을 입고 한 중년 여성의 부축을 받은 채 광주 북부경찰서 건국지구대를 찾아 이 말만을 되뇌일 뿐이었다.
치매 증세를 보이며 같은 말만 되풀이하는 노인과 중년의 여성, 어찌된 일일까.

양씨는 지난 20일 오후 9시께 광주 북구 양산동 한 김밥집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양씨를 급히 병원으로 이송하고, 가족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 소지품을 뒤지던 중 자동차 키 하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창문이 열린 모닝 차량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1000만원권 수표 4장과 현금 뭉치 등 4500만원의 현금이 나왔다고 한다.
현금과 함께 차량 안에서 발견된 신용카드를 추적해보니 대구에 거주하는 김모씨(48·여)로 확인됐다. 김씨는 양씨의 며느리였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김씨는 다음 날인 21일 새벽 광주를 찾아 돈을 돌려받기 위해 양씨와 함께 지구대에 들른 것이다.

양씨는 의식은 회복했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수십년전에 입은 은혜를 갚기 위해 왔어"라는 말만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경찰은 건강하던 양씨가 직접 운전해 대구에서 광주로 온 뒤 갑자기 쓰려져 뇌출혈 또는 치매가 발병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며느리는 경찰에 "우리 아버님은 굉장히 건강했으며, 노인성 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며 "은행을 믿지 못해 늘 저렇게 현금을 가지고 다니셨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양씨가 왜 수천만원에 달하는 돈뭉치를 들고 광주로 왔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예전에 광주에서 정말 큰 은혜를 입은 게 아닌가하고 추정만 할 뿐이다"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sal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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