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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세탁기 사건 결국 대법원까지…뭣이 중한디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6-06-19 08:30 송고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30일 오후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항소심 2회 공판을 마치고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6.3.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30일 오후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항소심 2회 공판을 마치고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6.3.30/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조성진(60) LG전자 사장의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혐의'가 결국 대법원에서 다뤄지게 됐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삼성전자가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 불원서까지 제출했지만 검찰은 공소를 취소하지 않았다. 1, 2심 모두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검찰은 상고까지 했다. 이 사안은 결국 대법원에서 다뤄지게 됐다. 

조성진 사장 등이 받고 있는 혐의는 2014년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기간 중 조 사장이 베를린 시내 가전 양판점에서 삼성전자의 크리스탈블루 세탁기 문을 무리하게 만지다가 파손했다는 것이다. 
법원은 조 사장이 세탁기 문을 만진 것과 세탁기 파손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1,2 심의 무죄선고는 검찰이 그간 그 인과관계를 뒤집을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해서 나온 결과다.

현장에서 본 공판 현장은 한편의 코미디 같았다. 대단한 사건도 아니고 잡범을 다루는 사건과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지고 있었다. 항소심 선고가 있었던 지난 10일 조성진 사장은 앞 순서였던 사기 잡범과 성폭행범의 선고부터 지켜봐야 했다. 조 사장은 재판정 방청석 3번째 줄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시간 끌기식 공판도 헛웃음을 자아냈다. 지난 3월30일 항소심 두번째 공판에서 사건 당시 CCTV에 대한 대검찰청 과학수사과의 영상분석결과를 확인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재판부는 영상을 직접 재생해 피고인이 양손 모두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했다. 두차례나 처음부터 다시 영상을 돌려보며 수차례 살폈다. CCTV 영상으로는 피고가 양손 모두를 사용해 세탁기 문을 눌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조성진 사장의 다리 굽힘 각도가 6~12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오른손이 부자연스럽지만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 등이 대검 과학수사과의 최종감정 의견이었다. 1년 6개월 전 세탁기를 두고 이제 와서 파손 부위의 복원력을 어떻게 확인하고 검증하느냐는 LG 변호인단의 말은 공허하게 들리기까지 했다.

입을 굳게 닫은 채 눈을 감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조 사장은 고등법원 재판부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았다.

육십 평생 경찰서 한번 가보지 않았다는 그는 자타공인 '세탁기 박사'다. LG전자가 배출한 사상 첫 고졸 출신 사장이다. 1976년 입사 이후 36년간 오로지 세탁기만 만든 인물이다.

문제의 세탁기 출시가격은 239만원이다. 

검찰은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LG는 무죄를 받기 위해 수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다. 독일에서 5명의 증인이 한국으로 날아와 공판에 참석하기도 했다. 증인을 부르고 심문을 하는 데 수천만원 이상의 나랏돈이 들어갔다. 

LG도 막대한 변호사 선임 비용을 썼다. 보이지 않게 조성진 사장의 시간값도 많이 들었다. 초단위로 움직이는 글로벌 기업 CEO가 2년 넘게 법원을 드나들어야 했다. 화폐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이미지 타격은 논외다. 

2심 무죄 선고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은 조 사장은 "앞으로 더 열심히 제품을 개발하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국가경제와 회사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하며 법원을 떠났다.

200만원 때문에 혈세를 포함해 수억원의 돈을 쓰게 만든 사법당국은 국가 경제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 씁쓸한 생각이 든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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