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유인영 "절실했다, 내게 온 변화의 기회들이"(인터뷰①)

(서울=뉴스1스타) 장아름 기자 | 2016-05-29 14:30 송고 | 2016-06-01 18:13 최종수정
배우 유인영은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이 최근 종영하기까지 쉴 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드라마 '가면', '오 마이 비너스', '굿바이 미스터 블랙' 등 세 작품에 연달아 얼굴을 내비쳤고 영화 '여교사' 촬영에도 매진했다.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는 고백은 새로운 것을 보여줄 기회가 절실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자칫 악녀 이미지로 한정될 것만 같아 고민이 컸다던 그에겐, 변주 가능성이 잠재된 어떠한 역할이라도 소중했다. 쉬지 않고 차기작을 빠르게 정했던 이유에는 분명한 동기가 있었다. 

"배우는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으니까"라는 동기는 유인영이 나아갈 길에 추진력이 돼줬다. 기회가 제한적이라면 주어진 기회에서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었다. '오 마이 비너스'의 외모에 열등감이 많았던 오수진이나, '굿바이 미스터 블랙' 비련의 여인 윤마리는 유인영이 다르게 보여주려 노력했던 여성상이다. 오수진을 연기하면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 언젠가 "책임감의 무게가 큰 역할", "내 실제 모습이 반영된 역할"을 꿈꾼다고 했다. 그저 연기가 좋아 12년간 한 길만 왔다는 그의 결과 보다 과정이 더 궁금해진다.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굿바이 미스터 블랙' 종영 소감을 전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굿바이 미스터 블랙' 종영 소감을 전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Q.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 촬영이 상당히 긴박하게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 촬영이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이 컸나.
A. 사실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남자 배우들이 액션 때문에 훨씬 힘들었을 거다. 정작 촬영할 때 스트레스 받는 건 다 똑같으니까 힘들다고 못 느꼈다. 그런데 힘들었었나 보더라. 살이 많이 빠졌더라. (웃음)

Q. 촬영하면서 뭐가 제일 힘들었나.
A. 아무래도 마리 캐릭터가 공감 받지 못할까봐 고민이 컸다. 선재(김강우 분), 지원(이진욱 분)이 사이에서 감정 기복이 심한 캐릭터였는데 이런 미묘한 감정들을 자칫 잘못 연기해서 캐릭터가 나쁘게 비쳐질까봐 스트레스를 받았다. 마리는 나쁜 아이가 아닌데 나라는 배우 때문에 나쁘게 보여질 것만 같더라.

Q. 유인영과 그간 캐릭터는 많은 접점이 없었을 것 같다. 매번 자신의 본래 모습에 새로운 캐릭터를 덧입히기 보다 자신을 비워내고 새로운 캐릭터를 채워야 하는 과정이 있었을 텐데.
A. 마리는 이전 역할들과 달리 밝은 모습도 있는 캐릭터였지만 그래도 항상 많이 예민해져 있거나 날카로워져 있고 곤두 서 있긴 하더라. 이전에는 더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대본을 보는데 만날 화를 내고 있고 상대를 괴롭히고 째려본다. 난 그걸 만날 봐야 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예민해지게 되는데 그 부분은 사실 어쩔 수 없다. 지금도 어떤 역할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 편안한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어떤 역할이든 다 힘드니까 괜찮다. 하지만 딱 세팅된 캐릭터가 아니라, 다 내려놓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굿바이 미스터 블랙' 윤마리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굿바이 미스터 블랙' 윤마리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Q. 마리의 행동이 다소 모호한 지점들이 많았다. 마리가 스완(문채원 분)에게 백은도(전국환 분)의 딸이라는 사실을 지수(임세미 분)에게 말을 했느냐고 묻는 장면이 있는데 마리가 의도한 장면인지 전혀 의도되지 않은 장면인지 궁금했다. 
A. 전혀 나쁜 의도가 없었다. 그 장면들도 그런 게 제일 걱정이 됐다. 아마 내가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더라면 마리가 의도적으로 그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을 것 같다. 괜히 나라는 배우를 만나서 시청자 분들이 또 선입견을 가지실까봐 고민이 많이 됐다.

Q. '내가 유인영이라 캐릭터가 피해볼까봐 걱정됐다'는데 유인영이 생각하는 자신의 이미지는 뭐라고 생각하나.
A. 드라마 캐릭터 그대로인 것 같다. 차갑고, 보수적이고, 도도하고, 늘 뭔가를 꾸미고 있는 사람 같지 않나. (웃음) 시청자 분들이 볼 때 내 캐릭터는 언제나 그래왔었다. 그게 안타깝기도 했지만 실제 내 모습은 그렇지 않으니까 내 모습이 더 많이 반영된 캐릭터를 앞으로 만나면 되겠다 싶었다.

Q. 유인영은 그간의 이미지를 꼭 벗어나고 싶었던 것일까.
A.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배우는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니까. 그래도 이젠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 급하게 다가가면 보시는 분들이 그 자체를 외려 어색하게 생각하고 불편하게 생각할 수 있으니 천천히 다가가야겠다는 생각이다.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간 도전했던 배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간 도전했던 배역에 대해 이야기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Q. 그렇게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나.
A. 어느 순간 그걸 생각을 하더라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20대까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다른 캐릭터도 시켜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기회가 없으니까 그랬다. 그런데 어느 날은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것 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배역이 작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게 '별에서 온 그대'였고 다행히도 사랑을 많이 받아서 이후 기회가 점점 더 많아지게 됐다.

Q. 드라마 '오 마이 비너스'는 그런 유인영이 보여준 큰 변화이기도 했다. 뚱뚱했던 오수진을 연기하기 위해 분장도 과감하게 감행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겐 놀랍기도 했다. 당시 배우로서 그런 분장을 감행하는 것이 두렵진 않았나. 
A. 내게는 그게 놀라운 게 아니었다. 외려 나는 그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난 수진이가 더 뚱뚱하고 촌스러웠으면 했다. 그저 캐릭터에 맞춰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을 뿐이다. 당시엔 코믹적인 부분도 나름대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 점이 내 나름 나를 다르게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내 주변 선배님들이 감사하게도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예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선배님들은 '너 예쁜 거 알아, 예쁜 척 안 해도 알아. 그러니까 예쁜 모습은 시상식 때 보여주면 된다'고 하셨다. 화려한 모습들은 충분히 보여줄 기회가 많은데 외려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정말 힘들지 않나.

Q. 벌써 현장 경력이 상당한 배우가 됐는데, 이제 현장에서는 여유가 생겼나. 
A. 너무 아는 게 많아져서 오히려 감정선 보다 기술적인 부분 등 이런 것들이 신경쓰고 가야 하는 게 생기다 보니까 이전 보다는 연기하는 즐거움이 감소됐다. 연기 이외에 생각하는 것들이 많다. 10년 넘게 생활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외려 재미는 아무 것도 모를 때가 훨씬 많았다. 연기는 할수록 어렵다는 그 말 뜻을 알겠다.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악역에 대한 고민을 고백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악역에 대한 고민을 고백했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Q. 이외에 생각하는 것들이라면. 
A. 이를테면 이전엔 우는 장면에서 고민이 많았다. 화면에 나오는 배우로서 예쁘게도 보이고 싶고 연기를 잘 하고도 싶은 거다. 진정성 다해 눈물을 흘리려면 눈물, 콧물 다 빼게 되는데 또 어떤 분들은 '쟤 왜 저렇게 울어?'라고 하시더라. 선배님들이 '잘 하면 무조건 예뻐 보여'라고 하시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거다. 고민이 많이 됐는데 선배님들이 '상황에 맞춰서 하면 된다'고 조언해주신 기억이 났다.

Q. 그간 연기한 캐릭터들이 대부분 사랑에 집착하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A. 항상 내 캐릭터가 모든 걸 다 가졌는데 한 가지를 못 가졌다. 그게 사랑이었다. 사실 한 작품에 두 사람 다 사랑을 받을 수가 없다. 분명 한 명은 시련과 아픔과 고통이 있어야 한다. 메인 여주인공이 사랑을 받지 않을 수는 없으니까. 사실 이 일을 끊임 없이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있다. 12년 간 외도 한 번 안 하고 연기만 계속 해왔는데 책임감의 무게가 큰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기회를 찾기 위해 계속 하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이 비쳐주고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또 다른 기회가 생기니까 더 열심히 하려는 것 같다.

Q. 기회를 위해 쉼 없이 작품을 한다고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다렸다가 더 좋은 기회를 잡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조언하기도 할 것 같다. 
A. 내가 선택을 받는 입장이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기회가 언제올지 모른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 기회를 내가 계속 잡고 해야지만 운이든 또 다른 기회든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예능이나, 다른 곳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부담스러우니까, 나를 보여드릴 기회가 TV와 스크린 밖에 없지 않나. 쉬는 기간이 길어지면 어느새 내가 잊혀질까봐 일을 계속 하고 싶었다.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향후 어떤 배역을 맡고 싶은지 털어놨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배우 유인영이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향후 어떤 배역을 맡고 싶은지 털어놨다. © News1star / 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Q. 어떤 이유로 연기를 계속하게 되는 것 같나. 
A. 나 역시도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난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리고 계획적인 사람인 데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잘 못하는 편이다. 어떻게 이 일을 오래 했는지 스스로한테도 묻기도 했다. 또 나는 고집도 세다. 누군가 뭔가를 시켰을 때 납득이 가지 않으면 표정에도 다 나온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거였다. 싫었으면 못했을 것 같다. 현장이 즐겁고 재밌다. 현장에서의 내 모습은 지금과 좀 다르다. 연기에서 만큼은 활달해지기도 하는 것을 보면 내가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냥 신인이었으면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어서 좋다고 했을 것 같지만, 그냥 연기가 좋다는 게 답인 것 같다.

Q. 유인영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배우상이 있나. 
A. 책임감이 있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얘기하겠지만 아직은 그러기엔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잇다. 배우라는 타이틀을 말하는 게 여전히 어색하다. 연기자지, 배우라는 타이틀은 내게 너무 과분하다. 인터뷰 할 때도 연기자라고 하지, '배우 유인영입니다'가 안 나온다. 배우라고 당당하게 얘기하는 날이 의미하는 바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어느 정도는 만족이 조금이라도 더 되고, 자신감이 지금 보다 생겼을 때 배우라고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aluem_chang@news1.kr

오늘의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