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어제는 JP·오늘은 TK…반기문 대권행보 '시동'

방한 첫날부터 거침없는 동선으로 여권 유력주자 부상…'TK·충청 연정론' 솔솔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6-05-29 13:36 송고 | 2016-05-29 16:17 최종수정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2016.5.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9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후 손을 흔들고 있다. 2016.5.2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지난 25일 1년여만에 귀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30일 경북 경주 일정을 끝으로 짧은 한국행을 마무리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상한 '충청 대망론'의 주인공 반 총장은 방한 기간 거침없는 동선,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정치권 전반의 대선 시계를 한층 앞당겼다.
특히 반 총장은 출국을 하루 앞둔 29일부터 새누리당의 심장부인 TK(대구·경북)을 돌며 광폭 행보에 나설 예정이라, 인물이 없는 여권의 유력 차기 주자로 자타공인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첫날부터 대권도전 시사…반기문의 '말말말'

그간 특유의 애매모호한 화법으로 일관하던 반 총장은 입국 첫날 예상을 깨고 강도 높은 발언으로 정치권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25일 제주에서 열린 관훈클럽 언론인 간담회에서 "(임기 종료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것을 그때 가서 고민하고 결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가 너무 분열돼 있다. 정치지도자가 국가 통합에 나서야 한다"며 "누군가 대통합 선언을 하고 솔선수범하며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했다.

현 정치상황을 비판하며 자신의 앞날을 고민하겠는 반 총장의 말은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돼 정계가 크게 술렁였다. 강력한 대선주자가 없는 여권, 나아가 정치권이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면, 본인은 기름을 부은 셈이다. 
 
반 총장은 특히 "제가 그런 말(대망론)을 안했는데 자생적으로 나오는 데 대해 제 자신은 개인적으로 '인생을 열심히 살았는데 헛되지는 않았고 노력한 데 대한 평가가 있구나' 하는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럽고 고맙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 총장은 다만 이튿날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을 통해 "대권출마를 결심한 듯이 많이 보도됐는데 확대해석됐고 과잉된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비공개 했던 지난 28일 일정이 알려지면서 다시 정치권이 요동쳤다. 

반 총장은 옛 충청권 맹주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JP)와 배석자 없이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 원로, 대 선배님께 인사차 방문해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설명하고 격려를 받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만남 자체가 갖는 정치적 함의가 작지 않다. 
 
그는 본인의 대선 출마, 충청 대망론 등에 대해선 "그런 말씀을 드릴 상황이 아니다. 다음에, 내년에 와서 뵙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2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제주포럼 사무국 제공)2016.5.26/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2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제주포럼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제주포럼 사무국 제공)2016.5.26/뉴스1 © News1 이석형 기자

동선 보면 대선의지 보인다…TK·충청에 공들인 潘

당초 고향(충북 음성) 방문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반 총장은 충청권은 이를 피해 동선을 짰다.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행보는 자제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JP를 예방하는 것으로 자신의 뿌리인 충청을 분명히 각인시켰다. 물리적 위치는 물론, 정치지형상 '중원'에 해당하는 충청은 역대 '캐스팅 보트'를 쥐었던 정치성향과 인구증가 등이 맞물려 급기야 '대망론'의 진앙지가 된 곳이다.
 
올해 1월 구순 때 반 총장으로부터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는 서신을 받았던 JP는 이날 만남에 흡족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25일부터 잠시 일본으로 출국한 27일을 빼고 닷새간 고국에 머물렀다. 그중 이틀은 새누리당의 텃밭이자 지난 20대 총선에서 격랑에 휩싸였던 TK에서 시간을 보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TK에 차기 주자로 떠오른 반 총장이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크다. 특히 친박(친박근혜)계를 위주로, 차기 대선 'TK+충청 연합 정권론'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주목도를 높인다.

반 총장은 이날 공식 일정으로 경북 안동 충효당(류성룡 선생 생가)에서 지역 국회의원인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 김관용 경북지사, 류성룡 선생 종손 등과 오찬을 했다.

이어 하회마을에서 별신굿 탈놀이 공연을 관람한 뒤 저녁에는 경주로 이동, 30일 열리는 유엔 컨퍼런스 환영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도 해당 지역 김석기 당선자 등 새누리당 당선자, 국회의원 등이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 총장은 방한 중 차기 대선 행보에서 멘토 역할을 할 이들과의 만남에도 공을 들였다. 전날인 28일 저녁 노신영 전 국무총리, 한승수 전 총리, 고건 전 국무총리, 이현재 전 총리, 신경식 헌정회장, 금진호 전 상공부 장관, 정치근 전 법무부 장관 등 '반기문 사단'으로 불리는 원로 인사들과 만찬했다.

"확대해석" 발언에도 반색하는 與…"潘은 상수"

반 총장의 귀국 전부터 새누리당에선 "반기문은 내년 대선에서 상수"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총선에서 유력 주자들이 줄줄이 내상을 입고 마땅한 주자가 없어 당내 강력한 구심점이 없던 여권은 반 총장의 방한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총선 참패 이후 무기력증에 빠져있던 당에 모처럼 활력을 불어넣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3선 의원은 "반 총장이 오래 전부터 (대선을) 준비한 것으로 안다. 본인은 확대해석이라는데 말하는 면면, 가는 곳만 봐도 노골적으로 '나오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 아니냐"고 했다.
 
야권은 일제히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반 총장이 참여정부에서 승승장구, 유엔 사무총장까지 오른 만큼 한때 영입 대상으로도 거론됐지만 여권 후보로 기우는 듯하자 포문을 연 것이다. 

임기 중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에서 부터 대권 도전이 UN사무총장 퇴임 후 정부직 진출 제한 규정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이 야권으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야인으로 돌아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7일 안동을 찾은 것도 반 총장을 의식한 행보란 관측이 나왔다.


chacha@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