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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시사' 반기문, 하루 만에 '수위 조절' 까닭은

潘, 조찬서 "내 발언 과잉해석돼…신중 행보로 '큰 그림' 관측도
국제적 성과 통합 리더십 강조…現정치권과 차별화하며 스케일 과시

(서귀포=뉴스1) 이정우 기자 | 2016-05-26 14:03 송고 | 2016-05-26 17:42 최종수정
 
 

방한 이틀째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자신의 '대권 시사 발언'이 과잉해석됐다고 언급했다.
전날(25일) 제주포럼 참석에 앞서 가진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친 후)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결심하겠다"고 말한지 하루 만에 한발 물러선 것이다.

반 총장은 이날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도 국내 현안에 대한 언급은 자제한 채, 국제적 이슈만을 언급했다.

전날 자신의 발언으로 달아오른 '충청 대망론'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자체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앞서 이날 가졌던 전직 외교부 장관 및 전·현직 외교부 인사들과의 조찬 자리에서도 국내 정치 상황이나 현안에 대한 언급은 별달리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조찬에는 원로급 인사인 공로명 전 외무장관과 반 총장의 외교통상부장관 재직(2004~2006년) 이후 외교수장을 맡았던 송민순, 김성환 전 장관을 비롯해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 오준 유엔 대사, 최종문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이태식 전 주미대사, 주철기 전 외교안보수석 등 전·현직 외교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회에서는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만이 자리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홍문표 사무총장 권한대행 등은 함께 하지 않았다. 아울러 당초 예상됐던 충청권 인사들과의 비공개 만남도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중앙일보 제공) 2016.5.25/뉴스1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주포럼 만찬에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귀엣말을 하고 있다.(중앙일보 제공) 2016.5.25/뉴스1

그러나 반 총장의 이러한 '신중 행보'는 장기적인 포석일 가능성이 여전히 커 보인다. 평소 신중한 반 총장의 성향을 고려하면,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전날 발언은 고심의 흔적이라는 평가다. 

홍문표 권한대행은 전날(25일)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이 (만찬에서) '봉사할 기회 있으면 봉사한다'는 식으로 말했다"면서 "나름대로 상당히 정리된 얘기이지 않겠느냐"라고 기대했다.

반 총장의 화법도 정치적 결단을 앞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을 뒷받침한다. 그는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사무총장으로서 10년 간 성과를 강조하는 모두발언에만 30분을 할애했다. 고령의 나이(72세)가 지적받는 것에 대해서는 "나이, 체력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적극 대응했다.  그 과정에서 "10년간 마라톤을 해야 하는데 100m 뛰는 기분으로 계속 뛰었다"라고도 했다.

시종일관 통합의 리더십을 부각하며 국내정치와 차별화하는 모습 역시 국제적 지도자로서 자신의 남다른 스케일을 강조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북핵 문제 해결 및 대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것도 의미심장하다는 평가다. 특히 북핵 포기가 대화의 선결조건이라는 정부의 입장과 달리 북한과의 대화 개선을 당부한 지점은 주목된다.

반 총장은 "우리는 북한과 대화를 향한 길을 다시 찾아야 한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2270호가 온전히 시행됐을 때 한반도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가 단호히 행동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 총장의 대중적 지지도 역시 그의 결단에 무시 못할 변수다. 이날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면담 후엔 "반 총장님 사인 좀 해주세요" "사진 좀 찍어주세요"라며 시민들이 몰려들기도 했다. 반 총장은 싱긋이 웃으며 사인을 부탁한 중학생의 노트에 이름 석자를 적었다.  

한편, 올해를 기점으로 유엔 사무총장에서 물러나는 반 총장은 퇴임 후엔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관심 역시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krus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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