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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용선료 협상의 X맨들

(서울=뉴스1) 심언기 기자 | 2016-05-20 13:50 송고 | 2016-05-20 15:19 최종수정
 
"선주들끼리도 눈치싸움이 치열한데 분위기 좋다, 나쁘다 얘기 한번 나올 때마다 협상하기 정말 힘들어집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용선료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달 이같이 하소연했다. 하지만 '협상 분위기 좋다' '몇몇 선주들과 상당히 진전됐다' '용선료 인하 목표치는 28.4%' 등 협상 추이는 실시간으로 샜다.
목줄을 틀어쥐고 있는 산업은행에서 한마디씩 흘러나올 때마다 현대상선은 끙끙 앓으며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22개 선주사를 대상으로 협상해야 하는 현대상선 협상팀은 가진 패를 다 까고 협상테이블에 앉아야만 했다.

산업은행은 선주들과의 담판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 18일 "용선료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보도는 협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관련 보도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해운업에선 쓴웃음이 터져나왔다.

정부도 오락가락하긴 마찬가지였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21일 "용선료 협상이 잘 안 될 경우 법정관리로 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유동성 등의 정부 추가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강력한 의지를 표하면서 해외선주들 사이에선 '정말 용선료 못 받을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과거 STX팬오션과 대한해운의 선례가 선주들 머릿속에 떠올랐을 터다.
그러나 정부가 '한국판 양적완화'를 언급하면서 혼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유로 버티던 한국은행도 모양새를 갖추는 선에서 호응했다. 오션 얼라이언스 출범으로 글로벌 해운업계의 합종연횡이 시작되자 정부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제3 해운동맹 합류에 애가 닳았다. 해운사에 구조조정 회초리를 든 정부와 산은의 손에 힘이 빠졌다.

이때부터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꼬이기 시작했다. 정부가 양대 해운사 회생을 원한다는 메시지로 읽히면서 배값을 떼일까 좌불안석이던 선주들은 여유를 되찾았다. 영국의 조디악은 현대상선과 산은이 주최한 설명회에 불참하면서 "협상하고 싶으면 영국으로 오라"고 배짱을 튕겼다.

유일호 부총리는 용선료 담판협상 이튿날에 "(협상결렬시 법정관리라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 없이는 기업 정상화를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으름장이 해외선주들에게 얼마만큼 효과가 있었는지는 내주에 판명난다.


eon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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