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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조교가 AI라구요?"…'종횡무진' 왓슨의 무한변신

[AI, 어디까지 왔나]② '왓슨' 호텔리어로 근무…AI 의사에 변호사까지
롭 하이 CTO "AI, 인간과 상호소통할 것"…문병로 교수 "패러다임 변화"

(서울=뉴스1) 박희진 기자 | 2016-05-18 08:15 송고 | 2016-05-18 13:44 최종수정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저희 조교가 인공지능(AI)이라구요?"

미국 조지아 공대생들도 감쪽같이 속았다. 이름이 IBM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왓슨과 같지만 몇달을 함께 해온 여자 조교 질 왓슨(Jill Watson)이 IBM의 AI 왓슨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 조지아 공대 컴퓨터공학 교수 아쇽 고엘이 올초 왓슨을 조교로 활용하는 '비밀실험'을 시작했고 학생들은 끝까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지난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대표' 이세돌 9단을 꺾은 역사적 이벤트로 구글만 '잭팟'을 터트렸다는 말이 많았다. 전세계를 상대로 한 구글의 깜짝 마케팅에 구글만 천문학적인 이득을 누렸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묵묵히 회심의 미소를 지은 곳이 있다. 바로 IBM이다. 구글이 AI를 내세워 깜짝 '바둑게임쇼'를 벌이는 동안 IBM은 AI로 당장 '돈벌이'에 나설 채비에 분주하다. 왓슨은 이미 2011년 퀴즈 챔피언만 참가하는 '제퍼디쇼'에서 인간을 눌렀다. 2004년 개발을 시작한 왓슨이 2011년 퀴즈쇼에서 사람을 꺾은 것. 퀴즈쇼 관문을 이미 5년전에 통과한 왓슨은 전분야에서 종횡무진하고 있다.
    
◇ 조교·변호사…왓슨의 무한변신 어디까지?

왓슨은 AI 소프트웨어다. 접목되는 분야에 따라 개인비서, 호텔리어, 휴대폰 매장직원, 의사, 변호사, 요리사 등으로 무한변신한다. 왓슨은 유통, 금융, 교육, 의료, 패션, 로봇 등 다양한 부문에서 활용되고 있다.

조지아 공대에서 왓슨은 조교로 변신했고 최근엔 미국 대형 로펌 베이커&호스테틀러에 변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베이커&호스테틀러가 채용한 파산전문 변호사 로스(Ross)는 IBM의 왓슨을 활용한 AI 변호사다. 베이커&호스테틀러의 앤드류 아루다 최고경영자(CEO)는 "다른 로펌들도 로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안다"며 "조만간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IBM은 미국의 대표 어린이 TV프로그램 '새서미 스트리트'와 제휴를 맺고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부문에 왓슨을 활용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DBS은행'의 자산관리업무에 코그너티브를 도입해 자산관리사(PB)가 이 시스템에 접속하면 특정 고객과 어떤 상담을 해야할지 조언해준다. 
미국 앤더슨 암센터는 왓슨을 이용한 암진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곳에서 왓슨은 병을 진단해주는 '의사'인 셈이다. 미국 종양학회에 따르면 왓슨을 활용한 암진단 정확도가 대장암 98%, 방광암 91%, 췌장암 94%, 자궁경부암 100%에 달한다. 이는 전문의 초기오진비율 20%보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왓슨은 세계적인 요리 잡지인 본아페티와 공동으로 새로운 요리법을 제안하는 '왓슨 요리사' 앱도 선보였다.      

일본에서 왓슨은 소프트뱅크와 손잡고 인공지능 로봇인 '페퍼'로 활동중이다. 페퍼는 일본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소프트뱅크의 휴대폰 매장에서 페퍼는 사람을 대신해 고객들의 문의에 응대하며 인공지능 무인점포 판매 로봇 역할을 해내고 있다. 페퍼는 일본 후쿠시마현의 히사시 고등학교에 정식으로 입학해 세계 최초의 로봇 고등학생이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어와 영어를 할 수 있는 페퍼는 주로 영어수업을 듣는다. 

세계적인 호텔인 힐튼에서 왓슨은 인공지능 로봇 '코니'로 변신해 숙박객들을 맞는 '호텔리어'로 활동하고 있다. 코니는 고객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답을 해주고 호텔 서비스나 주변 관광지 정보 등을 알려준다. 

IBM이 1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한 호텔에서 열린 'IBM 커넥트 2016' 콘퍼런스에서 자사의 코그너티브(인지) 컴퓨팅 기술이 적용된 로봇 '나오미'를 선보이고 있다. 2016.5.12/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왓슨 탑재 '나오미' 한국나들이…"안녕하세요"

왓슨은 최근 국내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나오미'라는 이름의 로봇 모습을 하고 국내를 찾았다. 나오미는 일본의 페퍼처럼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제작된 로봇이다. 나오미는 페퍼와 마찬가지로 사람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도록 자연어 처리능력을 갖추고 있다.

나오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고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한국말도 할 줄 안다. 왓슨은 영어와 일본어, 스페인어까지 가능하고 연내 한국말도 구사할 전망이다.

제이슨 IBM 아시아태평양 담당 전무는 "왓슨은 기존 컴퓨터가 다루지 못한 기후, 콜센터 직원과의 상담내용, 휴대폰 속의 사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중점적으로 다뤄 사람이 생각하는 방식을 보완해준다"고 말했다. 왓슨은 인간이 쓰는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 사람처럼 대화하며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준다.

왓슨의 국내 사업권은 SK㈜ C&C가 확보했다. SK㈜ C&C는 왓슨의 한국어 서비스를 내년초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앞서 판교 클라우드센터에 '왓슨 클라우드 플랫폼'을 구축하고 왓슨 기반 애플리케이션들이 다양하게 개발될 수 있도록 스타트업과 IT개발자들에게 왓슨 API를 오픈할 예정이다.
     
IBM의 롭 하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컴퓨터의 한계를 극복해 인간의 언어로 소통하고 상호 작용할 것"이라며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인지능력을 강화해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병로 서울대 교수는 "알파고가 국내 산업계, 학계에 신선한 자극을 줬다"며 "알파고가 이세돌9단을 이기니 금융, 자율주행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인공지능의 접목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만큼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다.

문 교수는 이어 "컴퓨터가 지원해주는 것에서 컴퓨터가 주도하는 것으로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이제 컴퓨터가 '결정'도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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