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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로도 헵번도 닉슨도 하나 둘 셋 폴짝! 점프해보았더니

[북리뷰]필리프 홀스먼의 사진에세이 '점프!'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2016-04-25 18:29 송고 | 2017-01-26 17:13 최종수정
© News1


리처드 닉슨도 80대의 판사 러니드 핸드도 신학자도 뛰었다. 마릴린 먼로도 오드리 헵번도 그레이스 켈리도 뛰었다. 미국의 저명 사진작가 필리프 홀스먼(1906~1979)의 명령 '하나, 둘, 셋, 뛰어!'(Jump)를 신호로 사회 저명인사들인 이들은 중력을 거스르며 위로 솟구쳤다.
환희에 찬 듯 두 팔을 벌린 점프, 천정에 머리를 박을 듯 아슬아슬해 보이는 점프, 점프가 아니라 '휴거'같은 사태로 들어올려진 듯한 점프 등 이들이 선보인 점프는 다양했다. 이 사진들은 짧은 글이 곁들여진 채 사진집 '점프!'(엘리)에 담겼다.

라트비아 출신 미국사진가이자 인물사진의 거장 홀스먼은 잡지 '라이프'의 인물사진을 가장 많이 찍은 작가로 유명하다. '라이프'는 '잡지 황금기'로 불리는 미국의 1960~70년대를 주도한 시사화보 잡지다. 

인물사진은 자신이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의식하는 피사체와 그 껍질을 깨려는 사진작가와의 기싸움이라 할 수 있다.  찌를듯이 빳빳하게 치켜올려진 콧수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혀를 내민 아인슈타인 사진 등 홀스먼이 찍은 인물사진에서는 이 껍질을 깨고 '유희본능'을 즐기고 있는 피사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몇명을 제외하고 정치, 경제, 학계 등 이미지를 중시하고 틀에 박힌 생활을 해온 대부분의 유명인사들은 온전히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드러내는데 익숙하지 않다. 홀스먼은 이런 인물들을 대상으로 한 수시간의 사진촬영이 고역이었을 것이다.
전문가들은 홀스먼이 수시간 억누른 장난기를 분출하기 위해, 그리고 운동선수 출신으로 40대에도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점프하던 실력자였던 자신의 관심 덕에 이같은 독특한 사진을 찍게 된 것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히 재미가 아니라 이같은 사진으로 그 사람의 성격을 분석할 수 있다고 홀스먼은 말한다. 홀스먼 자신이 장난처럼 이름붙인 '점프학'(Jumpology)에 따르면 점프를 통해 가면이 벗겨지고 진정한 자아가 표면에 떠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 이 학문을 발전시킬 학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를 포함한 몇가지 사진에서는 홀스먼의 이런 설명이 매우 유력해보인다. 

놀라운 것은 수줍고 근엄하고 때로는 거만한 유명인사들에게 청한 '한번 뛰어주시렵니까?'에 겨우 1~2%만이 거절했다는 것. 87세의 러니드 핸드 판사까지도 "그러다간 내가 죽을 것 같지 않소? 뭐 그렇게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하고 자문자답하며 점프를 뛰었다.

만일 홀스먼이  교황, 대통령, 추기경, 대법원장에게 '점프하라'고 외친다면 이들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이들은 어떤 포즈로 뛰어오를 것인가.

◇다음은 사진집에 담긴 주요 사진들이다. 

 "나는 마침내 나를 완전히 표현했다"고 유서에 쓰고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프랑스 소설가 로맹 가리는  마치 공중에 뜬 채로 가슴을 내밀고 적의 총탄을 받는 것같은 낭만적이고도 영웅적인 점프를 뛰었다. 그의 비관적이고 비장한 심리를 점프에서 읽을 수 있다.  
로맹 가리 ©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로맹 가리 ©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소녀처럼 얌전하게 뛰이오른 섹스 심벌 마릴린 먼로. 이 사진을 두고 홀스먼은 다리가 안보인다고 불평을 했다.
마릴린 먼로©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마릴린 먼로©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달리가 모든 사물을 공중에 뜬 모습으로 그리던 시기에 촬영된 달리의 모습. 고양이 세 마리와 물을 스물 여덟 번 내던지고 끼얹은 결과 얻어낸 사진이다.
살바도르 달리. 작품이름은 '달리 아토미쿠스'다. ©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살바도르 달리. 작품이름은 '달리 아토미쿠스'다. © 필리프 홀스먼 (사진제공 엘리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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