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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감산이 기대된다고? 아직 섣부른 3가지 이유

이란 동참여부가 여전히 최대 걸림돌
OPEC, 저장위기 활용해 감산효과 누릴 생각
OPEC-러시아, OPEC 회원국 간 불신도 팽배

(서울=뉴스1) 장안나 기자 | 2016-02-13 07:53 송고 | 2016-02-13 08:36 최종수정
미국 텍사스 지역의 원유생산 시설 © AFP=뉴스1
미국 텍사스 지역의 원유생산 시설 © AFP=뉴스1


국제 원유시장이 호악재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모습이다. 최근 원유감산 기대가 되살아나자 유가는 12일(현지시간) 두 자릿수 급등세로 화답했다. 공급과잉 우려로 13년 만에 최저로 추락한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러시아가 되살려낸 감산 기대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석유장관이 기름을 부었다.
수하일 모하메드 알-마즈루이 장관은 전일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비회원국들의 협조 없이도 독자적으로 원유감산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트레이더들 사이에는 회의론이 팽배했다고 한다. 최근 베네수엘라의 산유국 순방이 가시적 성과 없이 끝난 데 실망한 기억 탓이다.

하지만 오래 주저하기에는 장기간의 유가 폭락에 따른 상처가 너무 컸다. 저유가 한파에 절망하던 시장참가자들이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으려는 듯 감산 기대감이 다시 살아 올랐다. 코메르츠방크는 "산유국들, 특히 미국이 감산할 경우 유가가 연말에 배럴당 50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원유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유가 폭등세를 두고 "'헛된 희망'이 빚어낸 결과"라며 "시장이 아무 것도 아닌 일에 또 과잉반응했다"고 지적했다. 바클레이즈의 마이클 코헨 에너지원자재 리서치 헤드는 "UAE 장관의 발언에 별다른 감흥은 없다"며 "최근 수주간 석유장관과 업계 임원진에게서 나온 말의 연장선상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 OPEC 저장위기 활용으로 감산효과 가능
무엇보다 최근 고조되고 있는 ‘저장공간 부족위기’가 감산합의를 막을 걸림돌로 지적된다. 석유를 더 이상 쌓아놓을 곳이 없다면, 생산자들은 헐값에라도 팔아치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OPEC이 하루 생산량을 3230만배럴에서 3150만배럴로 줄인다면 저장위기 문제가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저장위기’를 잘 활용하면 경쟁자들을 내쫓을 수 있다고 믿는 판국에 OPEC이 굳이 감축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포트글로벌증권의 리처드 해스팅스 거시전략가는 "감산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랠리였다"고 말했다.  

어게인캐피털의 존 킬더프 투자부문 대표는 "사우디가 경쟁업체들, 특히 미국 셰일업체들에 충분한 고통을 주었다고 확신하기 전까지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시장이 균형을 찾을 때까지 유가가 배럴당 18달러로 떨어질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 OPEC-러시아, OPEC 회원국 간 불신도 팽배

사우디와 러시아는 물론, OPEC 회원국들 간에도 불신의 골이 깊다. 이 역시 우려스러운 점이다. 설령 감산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실제 합의이행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바클레이즈의 코헨은 "과거에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하자마자 바로 약속을 뒤집은 전과가 있다"며 OPEC의 리더인 사우디와 비(非) OPEC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 간 불신을 문제로 지적했다.  

가트먼레터의 발행자 데니스 가트먼은 "실제로 감산논의가 이뤄질 수 있고, 생산적 결과물이 나올지도 모르지만, OPEC 회원국들이 이를 제대로 지킬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거 사례에서 얻은 한 가지 교훈이라면 OPEC이 감산에 대해 무슨 말을 하든 이것이 결과로 어이진 적은 결코 없다는 점"이라며 "모두가 속고 있다"고 강조했다.

◇ 이란 동참여부가 여전히 최대 걸림돌

OPEC 내 2위 산유국인 이란 역시 여전한 걸림돌이다. 이란은 서방 제재가 풀리기 무섭게 판매량을 늘리며 감산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재 이전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를 원하는 데다, 제재해제에 따른 경제이득이 커졌기 때문에 유가하락 여파가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특히 카르텔 1위 산유국인 사우디와의 점유율 경쟁에서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모습이다. 실제로 최근 이란은 사우디의 원유가격 인하에 맞불을 놓으며 유럽에 공급하는 중질유 가격을 사우디보다 배럴당 1.25달러 낮게 책정했다. 이에 앞서 사우디는 유럽 수출가격을 0.20달러 낮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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