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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 찾아온 불청객 '적대적 M&A'

검찰, A씨 등 5인 자본시장법 위반혐의 기소…신일산업, 실적 악영향
'경영권 분쟁' 보루네오, 주총서 이사해임 안건상정…"적대적 M&A세력"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5-12-28 06:4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중소기업이 이 회사의 동의없이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적대적 M&A(인수합병)'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기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 경영권 사수에 어려움을 겪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일부 기업은 검찰 고발이나 최대주주의 호소와 같은 초강수 대응을 선택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하지만 적대적 M&A에 대한 보호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신일산업, 2년째 '적자'…"직원사기 저하·계약 난항"

28일 신일산업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증권합동수사단은 9일 A씨 등 5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신일산업은 2년 간 이들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한다는 명분으로 다수의 소송을 제기하고 허위적인 보도자료를 배포해왔다고 비판했다.

신일산업 측은 "검찰 수사 결과 적대적 M&A를 시도한 A씨 등 5인은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내부자거래, 횡령 등을 일삼은 중대 불법세력임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1959년 설립된 신일산업은 중소형 생활가전 전문업체로 선풍기 생산기업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선풍기 시장 점유율은 36%로 1위다.

경영권 분쟁 여파는 이 회사의 성장세를 꺾었다. 2013년 1202억원을 기록한 매출액은 지난해 1143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3분기(1~9월) 매출액은 7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0억원 가량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 69억원에서 지난해 1억7000만원 손실로 전환됐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1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8배 가량 늘었다.

신일산업 관계자는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해 실적이 악화됐다"며 "지난해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직원사기 저하, 계약 난항도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일산업은 적대적 M&A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이 회사 오너인 김영 신일산업 회장의 보유주식은 10.72%로 특수관계자 13인을 합산해도 14.2%에 불과하다. 증권가에서는 상장사 오너가 최소 20%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경영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신일산업의 주가는 1200원 대로 다른 상장사에 비해 낮다는 게 불안요소로 꼽힌다. 이 회사의 지분을 96억원어치(23일 종가 1255원 기준)을 산다면 김 회장을 제치고 '자본금 355억원짜리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보루네오, 주총 최대 고비…'2년새 8번 대표교체' 오너리스크

1980년대 국내 가구업계 1위였던 보루네오가구도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이 회사는 1991년부터 20년 가까이 진행된 법정관리, 공기업 관리 등 경영적인 어려움에서 벗어난 뒤 다시 휘청거리고 있다.  

보루네오는 올해 7월과 10월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소송을 공시했다. 기존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주주총회소집허가를 법원에 신청한 것이다. 내달 4일 주주제안으로 7명의 현 이사와 1명의 감사 해임안이 상정된 임시주주총회가 열린다.

현재 보루네오는 이같은 상황을 수습하기 위한 경영진의 능력이 부족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2012년부터 무려 8차례 대표이사가 교체됐다. 올해 3월 대표직에서 물러난 송달석 대표가 9개월 만에 대표직에 다시 복귀하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김환생 대표는 3개월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급기야 보루네오의 최대주주가 나서 현재 회사가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호소했다.

보루네오의 최대주주인 전용진 예림임업 회장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금 경영권을 공격하고 있는 적대적 M&A세력은 여러 상장기업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를 이끌었다"며 "지금의 참담한 상황은 적대적 M&A 세력과 뜻을 같이 한 옛 경영진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보루네오의 실적 또한 예림임업처럼 하향세다. 지난해 매출액은 541억원으로 2013년 940억원 대비 42%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68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2013~2014년 적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손실은 6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배 가량 늘었다. 

보루네오는 신일산업과 마찬가지로 실적 부진과 최대주주의 낮은 지분율·주가 수준을 보이고 있어 경영권 위협에 취약하다. 보루네오 주가는 1615원(24일 종가 기준)이다. 전 회장의 지분은 15%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96억8000만원이다.

보루네오는 상장폐지까지 감수하겠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보루네오는 24일 서울동부지방검찰청에 전 임직원 등 6인이 145억원 규모 횡령 및 배임을 한 혐의가 있다며 고소했다. 이날 한국거래소는 이 회사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시키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기로 했다.

이같은 두 기업의 상황에도 증권사도 '손'을 든 모습이다. 신일산업을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는 2013년 11월 이후 전무하다. 보루네오 보고서는 5년 넘게 발표되지 않고 있다. 보루네오는 회사가 직접 나서 투자주의를 당부할 정도다.

보루네오 관계자는 "주식전문가들은 '(적대적 M&A세력)은 불과 5% 남짓 지분율로 최대주주(15%)를 공격하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전문가들은 '이들의 보유지분은 공시된 지분보다 많고 이 물량은 언제든지 증시에 나올 수 있다'고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적대적 M&A의 대상은 다른 상장사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경고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7월 간담회를 열고 "상장회사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절실한데 한국의 M&A제도는 '공격자'에게 유리하고 '방어자'에게 불리하다"며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 차등의결권제도와 같은 효율적인 경영권 방어 수단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포이즌 필은 기업의 대표적인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꼽힌다. 적대적 M&A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 매입 권리를 준다. 차등의결권제도는 최대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보장한다. 단 두 제도 모두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1주 1의결권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많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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