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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회사' 행남자기, 독단경영 견제 못했다…사외이사 없이 매각

회계결산·증자·M&A 이사회 통과…'회사 견제'사외이사 불능
경영악화·신사업 진출 실패 탓 매각 수순…"주주 문제제기 가능"

(서울=뉴스1) 양종곤 기자 | 2015-12-16 07:20 송고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상장사인 행남자기가 올해 사외이사 전원이 불참한 17차례 이사회에서 주요 경영 사안을 결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행남자기 사외이사는 이 회사의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비판받을 수 있다. 오너회사인 행남자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독단적인 경영도 사실상 차단할 수 없다는 얘기다.
행남자기는 적자상태에서 본업과 관계없는 신사업 진출을 시도해오다 매각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과 행남자기에 따르면 행남자기는 올해 2월부터 11월까지 총 17차례 이사회를 개최했다. 

이사회 안건은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을 비롯해 차입금 연장, 광주일보 인수합병(M&A) 추진, 유상증자 실시, 자사주처분 등 회사 경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 안건은 행남자기의 사외이사 전원(3명)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원안대로 가결됐다. 

행남자기 이사회는 상근이사 7명과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됐다. 사외이사가 연달아 불참하면서 이사회는 이 회사의 경영진이 주축이 됐다. 실제 행남자기가 10월 신주발행을 위해 개최한 이사회의 의사록을 보면 7명의 등기임원(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출석했다. 

17차례 이사회 모두 5명 이상 등기임원이 참석했다면 행남자기 이사회의 안건가결은 상법상 위법이 아니다. 행남자기 정관에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를 이사회 결의조건으로 명시했다. 

하지만 행남자기 주주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외이사는 외부의 전문가를 이사회 구성원으로 선임하는 제도다. 정부는 1998년부터 행남자기와 같은 상장사에 사외이사 선임을 의무화했다.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전횡을 방지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회사의 경영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점에서 행남자기 사외이사는 주어진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행남자기 사외이사의 17차례 이사회 전원 불참은 증권시장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대신경제연구소가 3월 400개 상장사의 주주총회 의안을 분석한 결과 기업별 사외이사의 평균 참석률은 91.6%를 기록했다. 

행남자기의 '사외이사 공백'은 공교롭게도 이 회사가 경영악화로 인해 매각을 결정한 시기와 겹쳤다.
    
행남자기는 상반기 4억원 당기순이익을 냈지만 지난해 43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2개년 매출액은 430억원에서 묶여 있다. 신사업 진출도 여의치 않았다. 태양전지산업, 로봇청소업, 의료기기업, 화장품사업 진출이 무산됐다.

여기에 도자기 업황까지 개선되지 않자 김유석 행남자기 대표와 오너 일가는 11월 행남자기 지분 36.89%를 더 미디어와 진광호씨에게 매각하기로 했다.

행남자기도 사외이사를 방치한 상황에 대해 도의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사외이사 활동내역은 분반기보고서 등에 공시되지 않는다. 대부분 주주가 사외이사 공백을 알지 못한 상황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주는 사외이사의 잘못된 행태에 대해 해임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김 대표를 비롯해 8명의 기존 이사(사외이사 3명 포함)는 중도 퇴임할 예정이다. 행남자기는 내년 1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바이오산업, 방송업, 면세업 등을 신사업으로 정관에 추가한다. 주총에서 이사 13명을 신규 선임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행남자기의 상황은 주주들이 문제 삼을 수 있다"며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진의 판단에 대해 견제하고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ggm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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