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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잃어버린 20년 우려…日보다 훨씬 안좋다"

[경제위기 릴레이 진단①]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지금은 각개 전투 상황 성장전략 다시 짜야할 때"

(세종=뉴스1) 최경환 기자 | 2015-12-11 06:00 송고 | 2015-12-11 13:53 최종수정
편집자주 경제위기론이 무게를 갖고 거론되고 있다. 1300조원을 넘어선 천문학적 가계부채, 저금리로 연명하는 좀비기업 양산, 수출과 내수의 동시 침체 등 내부 불안요인과 미국 중국 등 대외여건의 급변 가능성 등 위기 징후가 안팎에 도사리고 있다. 한국 경제가 성장의 역사를 만든 이래 최대 위기가 될 것이란 비관론마저 제기되는 와중에 타개할 대책은 없는지 전문가들의 얘기를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들어봤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News1<br><br>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News1

"위기는 이미 몇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은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쓰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위기 의식을 느끼게 해야 구조개혁에 동참할 것이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 원장은 5년전부터 우리 수출시장을 신흥 제조국에 뺏기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우리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도 그 즈음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이제는 위기에 무덤덤해졌다.
 
이 원장이 위기를 말하는 것은 "현재의 성장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면 점진적으로 우리나라의 성장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같이 갑자기 닥치는 위기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점진적인' 위기는 이미 몇년 전부터 시작됐다는 게 이 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얼마나 정확한 구조조정을 하느냐에 따라 잠재성장률이 3%를 능가할 수 있다"고 봤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News1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News1

◇일본의 잃어버린 20년보다 우리가 더 안좋다
많은 전문가들은 수출부진을 우리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고 있는데 이 원장은 다른 생각이다. '그동안 수출로 돈을 벌어서 내수가 돌아갔는데 지금은 이 시스템이 고장났다. 그려면 내수는 무슨 힘으로 돌리는가? 그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은 자산의 붕괴, 채무 증가로 소비가 줄어든 데서 한 원인을 찾는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일반의 평가와 달리 일본은 그래도 운이 좋았던 경우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잃어버린 20년 초입의 일본보다 더 심각한 소비 위축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일본의 인구구조가 떨어진 게 20년 전이고 그 동안 우리는 '얻는 20년'이 됐어야 하는데 아니었다"며 "일본의 실질소비는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에 비해 어느정도 평행으로 가면서 소비가 유지됐다"고 분석했다. 

이 원장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소비가 유지된 것은 자본을 해외 투자로 돌리면서 해외 노동력을 활용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이 일본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지표에는 일본의 성장률로 잡히지 않아 표가 나지 않았다는 진단이다.

이 원장은 "우리는 실질소비가 올라가는 함수를 일본과 똑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인구가 줄면서 소비가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처럼 되면 안되지만 일본이 (소비를 유지)한 것만큼이라도 흉내내 놓고 그 다음을 생각해야 한다. 일본을 따라가는 게 걱정이 아니라 일본보다 훨씬 안좋은 상태에 빠질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News1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News1

◇기초과학에 미친 사람들 많아야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 넛크래커(Nutcracker)론과 관련, 이 원장은 기초과학에 미친 사람을 많이 배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기초과학에 미친 사람들이 있다. 자기 전공을 그것만 파는 사람, 그런 사람이 많아 기초과학이 발전한다. 우리가 첨단산업에서 앞선 부분도 있지만 기초과학은 안된다. 우리가 연구개발에 20년 뒤늦게 뛰어들었는데 갭이 좁혀져야 정상 아닌가. 그런데 여전히 20년 뒤처져 있다. 노벨상 받는 거 보면 알지 않느냐. 선진국처럼 한 분야에 미친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

반면 우리나라 R&D(연구개발)는 투자금액으로 따지면 적지 않은데도 성과는 크지 않다. 이 원장은 "R&D투자는 세계 5위권인데 특허권 등록, 부가가치 창출은 밑에서 5등 안에 든다"며 "R&D 지출에 대한 강한 감사를 해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 관련, 그들의 결단을 배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은 공산주의 계획경제라서 문제라고 하는데 2013년 5개년 계획이 나오기 전 5년 전부터 준비했다. 제가 IMF 근무할 때 저도 그 일에 관련돼 있었다. 중국은 자기들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재원을 다 활용하는 사람들이다. 내부 토론, 논쟁을 치열하게 하지만 결론이 나면 당이 곧바로 집행한다"

이 원장은 현재 상황을 전쟁기가 지난 각개전투 시기로 비유했다. 그는 "과거에는 수출 최종상품 경쟁력만 중요했는데 이제는 단계 단계마다 전부 경쟁을 해서 이겨야 한다"며 "포병끼리 싸우다 전쟁이 무르익으면 각개전투가 시작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각개전투 상황에서 필요한 것으로 창의성을 꼽았다.  "과거에는 창조경제라는 게 필요 없었다. 현존하는 기술로 제조를 효율적으로 하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효율성을 통해 옛날에 10명이 필요했던 게 5명밖에 필요없는 시대에 컨텐츠나 아이디어 같은 새로운 것을 팔아야 한다"

이일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에서 23년간 근무한 국제경제전문가다. 1998년 영국 워릭대학 전임강사로 일하던 중 IMF에 입사했다. IMF 정책기획국 선임 이코노미스트, 중국주재 수석대표 등을 지냈다. 2013년부터 지난 3월까지 대한민국 G20 국제협력대사를 맡았다. 

△서울 출생(1958년) △런던정경대학(LSE) 경제학 학사 △워릭대학 경제학 박사 △IMF 정책기획국 수석 이코노미스트 △IMF 베트남 주재 수석대표 △IMF 아시아·태평양국 자문관 △IMF 중국 주재 수석대표 △G20 대한민국 국제협력대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kh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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