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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는 돈잔치'…신흥국들 '부채의 바다'에 왜 빠졌나

신흥국 민간 부채, 금융위기 전 선진국 부채보다 많아
美 연준, QE 이후 약 7조 달러가 신흥국 시장에 유입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2015-11-17 19:02 송고 | 2015-11-17 19:25 최종수정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그동안 유입된 막대한 저리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 신흥국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AFP=News1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그동안 유입된 막대한 저리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 신흥국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AFP=News1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그동안 유입된 막대한 저리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 신흥국이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 제기된다.
이와관련,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긴축으로 야기될 위기는 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양적완화(QE)가 글로벌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게 되는 구체적 방식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를 필두로 영란은행(BOE),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 등은 경기 부양을 위한 자산을 매입하는 QE로 2008년 이후 약 8조달러(약 9357조6000억원)의 자금을 시중에 풀었다.

◇신흥국 찾는 선진국 저리 자금

연준의 경우, 연기금 등 예금주로부터 미 국채를 매입해 채권 가격은 상승했고 금리는 떨어졌다. 이로 인해 뮤추얼펀드들이 회사채와 신흥국 채권을 매입하는 것과 같이 연기금 등이 보다 높은 수익을 찾도록 했다. 이 같은 방식이 QE가 신흥국 시장에 영향을 끼치는 대표적 방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컨설팅업체 앤드류 헌트 이코노믹스의 앤드류 헌트는 지적했다.
다른 방식은 연준이 시중 은행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맞교환으로 입게 된 수익 저하를 만회하기 위해 매각 대금을 헤지펀드 등 다른 투자자에게 대출한다. 헤지펀드와 소위 레버리지펀드는 이 대출로 싱가포르 달러, 필리핀 페소, 혹은 브라질 헤알로 금융시장 상품이나 증권을 매입해 보다 높은 수익을 챙겼다.

후자가 훨씬 더 보편적인데 일부 QE 자금은 유동성 제공국을 빠져나오기도 전에 몇배의 신용을 창조한다. 예를 들면, 레버리지펀드는 현금 10달러에 30달러를 빌려 신흥국 통화에 40달러 투자하는 방식이다. 일부는 레버리지(차입)하지 않지만 이 방식에선 모두 "캐리 트레이드"에 참여한다. 즉, 저금리 국가의 자금을 빌려서 고금리 국에 투자하는 것이다. 환율이 좋다면 수익이 쏠쏠하다. 하지만 환율이 바뀌면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지난 2009년에서 2014년 사이에 연준이 QE로 약 4조 달러를 제공했을 때 은행대출과 채권을 통해 역외로 약 9조달러가 공급됐다. 앤드류 헌트는 연준이 창출한 4조달러는 신흥국에 도달하면서 7조달러가 됐고, 이후에 추가 신용이 창조됐다고 설명했다.

◇신흥국에서 불어나는 저리 자금

막대한 현금이 브라질,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유입되며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들은 우려하기 시작한다. 유입을 그대로 두면, 통화는 평가절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국과 비교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중앙은행들은 환시에 개입해 달러와 파운드 혹은 유로화를 사들인다.

중앙은행들이 이들 해외 자산을 대차대조표로 옮기면 부채가 만들어진다. 그래서 통화를 발행하게 되면 현지 은행 시스템으로 진입하게 된다. 새 현금이 가득해 현지 은행들은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선다.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을 남겨두고, 몇배의 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브라질에서는 4배, 말레이시아에서는 8배, 중국에서는 10배이다.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뉴스1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 ©AFP=뉴스1


은행들만 대출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다. 위기 이후 은행들에 규제가 강화되면서, 그림자금융(섀도뱅킹시스템)의 역할도 확대됐다. 일부 그림자금융은 규제의 손길을 크게 받지 않는 헤지펀드 등에서 자금을 제공받는다. 일부는 서플라이체인(공급망) 내에서 다른 기업들에 자금을 빌려주는 기업으로부터 자금을 공급받기도 한다. 이 같은 루트에서 경로와 규모를 파악하기 힘들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신흥국 대형 기업들은 캐리 트레이드에 참여하기 위해 외환 표시 채권을 발행해왔다. 대형 채권 발행사는 현금이 풍부했고, 이들은 자국과 발행국 간 금리차가 가장 클 때에 채권을 발행해왔다. 

해외 직접 투자 역시 가능한 루트다. 브라질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2004년에 970억달러였다. 이중에 390억달러는 기업간 대출이었다. 중국에서 FDI는 지난해 2890억 달러였으며 기업간 대출과 상환(payments) 등 "기타 자금 흐름"이었다. 이것의 일부는 생산적 활동에 사용되곤 했다. 하지만 일부는 캐리 트레이드나 그림자금융의 자금으로 사용됐다.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로 위기 치닫는 신흥국

이들 각 루트로 얼마만큼의 자금이 유입됐고 신용이 커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신흥국 내에서 부채가 경고 수준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에서 민간 부문 부채(가계와 기업)는 금융위기 이전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현재 훨씬 크다.

생산적 투자를 위해 부채를 늘리는 것은 훌륭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일어난 것은 이렇지 않다고 BIS의 필립 터너 등은 지적했다. BIS가 회사채를 발행한 280개 대형 기업의 부채와 수익을 볼 때. 부채는 늘었지만 수익은 가파르게 줄었다.

외환 표시 채권 발행은 위기 이후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이는 기업 부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약 90%인 대다수 부채는 현지 은행에 의한 대출이다. 이것은 위안거리일 수 있다. 현지 은행 대출은 캐리 트레이드를 뒤엎을 수 있는 통화 불일치(Currency Mismatch)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통화불일치는 외화 부채와 외화 자산 간의 차이 또는 부채와 자산 간 표시 통화의 불일치를 일컫는 말이다. 외화를 빌려 자국 통화로 교환해 사용하는 경우에는 통화 가치가 급락했을 때 부채 규모가 급증하는 위험을 겪을 수도 있다)

대형 기업들이 빌린 자금의 일부는 현지 은행에 맡겨지며 이들은 대출로 이어지도록 장려된다. 그리고 대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해외 자본 시장에 의지할수록, 현지 은행들은 대출하기 위해 새로운 기업들을 찾는다. 하지만 실적이 악화되거나 환율 조건이 나빠지면서 대기업들이 만기가 돌아온 외환 표시 채권을 차환하기 점차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유동성 인출은 현지 은행 시스템 전체로 퍼지게 된다.

어려움은 유동성에서의 불일치를 통해 확산될 수 있다. 선진국 내 예금주들과 다른 대출 기관들은 자신들이 매입하는 펀드나 채권을 시간이 흐르면 쉽게 팔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자금을 공장을 짓거나 모기지로 제공한 최종 차입자는 쉽게 돈을 돌려줄 수 없다. 선진국 내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면, 부채에 눌린 신흥국 기업들은 활동을 줄이고 비용을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자본 유출은 현지 통화 약세를 촉발하고, 외환 자금 조달 비용을 상승시킨다. 현지 대출 조건은 어려워진다.

이 같은 현상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국제금융협회(IIF)는 신흥국에서 은행 대출 여건이 급속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흥 트란 IIF 사무총장은 부채상환과 투자를 위한 신규 자금 조달에서 애를 먹고 있으며, 이로 인해 성장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란 총장은 "사람들은 현재 통화 불일치는 전혀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현재 문제는 통화 불일치보다 훨씬 더 일반적이며 심각하다. 이것은 순전히 과도한 부채와 느린 경제 성장세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헌트는 중국 등 신흥국 시장 때문에 이미 글로벌 성장률이 3%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진국은 2000년대 초반 일어났던 것과 유사한 리세션(경기후퇴)으로 향하고 있다고 봤다. 만약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1990년대 후반의 금융위기보다 더욱 심각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봤다.

JP모건의 신흥국 조사 부문 대표 루이 오가네스는 "QE는 이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의 우려는 전면적 신흥국 위기가 아니다. 가장 부채가 많은 기업들과 이들에 노출된 은행들에 관한 것이다. 기업들이 저수익과 부실채권, 빡빡한 신용여건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투자가 주도하는 회복이 조만간 나타날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allday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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