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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국정화' 잠자는 학생운동 깨울까…전국단위 '꿈틀'

전문가 "민주주의 역행에 대한 우려"…"의견 표출 늘 있었다"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정재민 기자 | 2015-11-02 05:50 송고 | 2015-11-03 17:32 최종수정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를 비롯한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네트워크'를 비롯한 정부의 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국정화 교과서 채택을 두고 찬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그동안 정치적 의사표현에 소극적이었던 대학생들이 대거 반대운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2017학년도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를 국가가 발행하는 국정교과서로 가르치겠다고 발표하자 각종 시민단체는 물론 대학 교수들과 예비 교사들까지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들은 정부 발표 이후 계속해서 각종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부의 교과서 국정화 결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이들은 바로 '대학생'들이다. 그동안 취업난과 이념 갈등 등을 이유로 거리에 나서기를 꺼려했던 대학생들은 국정교과서 문제를 이유로 너나할 것 없이 각종 서명과 집회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대와 고려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국정 교과서 반대 성명이 나오는가 하면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 상당수의 대학 캠퍼스에는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글귀가 담긴 대자보가 나붙었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전국 단위 대학 30여곳이 참여해 만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저지를 위한 대표자 시국회의'다. 전국 단위의 대학들이 참여해 하나의 단체를 결성한 것은 이례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30일과 31일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서 4만2000여 대학생 국정교과서 반대 선언을 하고 민주주의의 퇴보와 역사의 역행을 우려하는 등 강력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거리로 나선 대학생들은 앞으로도 자신들의 뜻을 굽히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서재우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국정 교과서가 큰 논란이 되고 있는데도 정부가 이를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라며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것이 아니라면 국민 여론을 수렴해야 하고 이는 역사교과서 발행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려는 국정 운영에 고대 총학생회를 비롯해 모든 대학생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른 대학들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의해 거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송준석 연세대 총학생회장도 역시 "국정교과서에 대한 교육부 발표 이후 학내 학우들의 문의가 상당히 늘었다"며 "이에 총학생회장이 목소리를 모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역사교과서는 교육계 역사계를 포함한 국민 합의를 통해 조금씩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학내 서명과 학교 간 협의를 통해 반대의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겠다"고 말했다.

손솔 이화여대 총학생회장도 "함께 하는 이가 많아질 수록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기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국정 교과서에 반대하는 대학생 단체 등을 통해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대의 뜻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만인만색 네트워크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역사학과 관련 교수진 및 학생들이 참가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했다.2015.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만인만색 네트워크 회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열린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역사학과 관련 교수진 및 학생들이 참가해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정책을 규탄했다.2015.103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그동안 주춤했던 대학생들의 '운동'이 이처럼 활기를띠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는 학생들이 민주주의의 역행에 대해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노진철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그동안 잊고 있던 현실 사회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문제가 제기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화 교과서의 내용에 대해 문제로 삼는 것이 아니라 국정화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라면서 "대학생들이 민주주의와 관련된 현실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우병 촛불 집회 이후 오랜만에 학생들의 목소리가 퍼져나가고 있다"면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교육 공간이 학교라는 점에서 교육의 당사자들이 일어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이같은 현상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설동훈 전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의견 표출은 늘 있었고 광우병 촛불 집회 등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있었다"면서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설 교수는 "다만 의견 표출의 강도가 센 것 같다"면서 "대학생들이 한국 사회를 민주주의 사회로 배웠고 자신들이 그 사회의 주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대학생들의 특징을 개인화, 개별화로 보고 있는데 학생들이 집합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놀랍다"면서도 "성격의 평가는 빠르지만 80, 90년대 학생운동과 같이 강한 성격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 역시 "학생 운동은 늘 있었고 그 규모도 크지 않았다. 인원도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 때나 촛불 집회와 비교해 많은 수준이 아니다"라며 "아직까지는 평소 집회 시위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jung90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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