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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잡상인이 현대미술 작품을 판다면?

김이령 첫 개인전 '토르말린 지하철 이동상인의 판매 노-하우' 개최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5-10-14 19:20 송고
김이령 개인전 작품 중 퍼포먼스 장면 © News1
김이령 개인전 작품 중 퍼포먼스 장면 © News1


"승객 여러분, 현대미술이 부도 처리돼 눈물을 머금고 젊은 작가의 작품을 가져왔습니다. '판매에 도움을 주는 컬러떼라피'라는 책자 형태의 작품입니다. 현대미술 작품이지만 아주 쉽습니다. 또 가볍습니다. 달랑 18쪽입니다. 쌉니다. 단돈 3000원에 모십니다."
지하철 잡상인이 미술작품을 팔면 어떨까? 김이령(34) 작가는 올해 초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이용하다가 잡상인을 보면서 이같은 질문을 떠올렸다.

조소과에서 석사 과정까지 마친 그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미술교육과 아트페어에 대해 크게 실망한 상태였다. 미술작품이 갤러리나 아트페어가 아닌 지하철에서 팔리더라도 이상할 게 없어 보였다.

김이령 개인전이 '토르말린(Tourmaline) 지하철 이동상인의 판매 노-하우'이란 긴 제목을 달고 지난 3일부터 오는 18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정다방프로젝트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개인전을 위해 지하철 잡상인이 생활잡화를 판매하는 말투와 몸동작을 몇 개월동안 관찰했다. 이들이 무술 동작을 흉내 내 이목을 집중하고, 제품의 장점을 반복해 강조하고, 제품을 실제 시연하는 과정 등을 꼼꼼하게 수집했다. 그는 자성을 띤 토르말린 성분으로 만들었다는 건강 제품을 파는 잡상인의 판매기술에 감복해 직접 제품까지 구매했다.
가변설치 작품 '지하철이동상인의 판매 노-하우'는 잡상인의 행동을 본뜬 그림 6점과 판매현장에서 녹음한 음성 파일 그리고 중국 무림에서 고수의 비기를 담아낸 무술서를 흉내 낸 책자로 꾸며졌다.

이 작품을 비롯 멀티옷걸이, LED 독서용 전등, 여름용 토시 등 지하철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소재로 만든 설치작품 8점과 전시도록을 겸한 채색화보집 등이 개인전에서 선보이고 있다.

특히 그는 아랫선이 그려져 색칠하는 화보집 '판매에 도움을 주는 컬러떼라피'를 지하철과 전시장 주변 공원에서 판매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에이스하이테크 공원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김이령 작가를 만났다. 이번 퍼포먼스에는 김 작가 이외에도 박동조, 박민선, 김시연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지하철 잡상인의 판매기법을 이용해 채색화보를 점심을 마치고 공원에서 쉬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이들이 어설프게 무술 동작을 흉내 내고 이목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직장인의 지갑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퍼포먼스는 20여 분간 진행됐고 채색화보는 딱 1권이 팔렸다.  김 작가는 "지하철 1호선에서 팔다가 단속원에게 걸려 퍼포먼스가 중단된 적도 있다"며 "오프닝 퍼포먼스에서 지인들이 많이 사줘서 지금까지 20여 권을 팔았다"고 판매실적을 공개했다.

채색화보를 판매하는 것은 김이령 작가가 아트페어 관련 회사에서 근무하고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에 근거한다.

그는 "아이들의 창의력을 자극해야 옳은데 50분 안에 성과를 내려고 기술만 가르쳤다"고 반성하며 "아트페어에 일반인이 와봐야 작품을 살 돈이 없어서 진품을 축소한 작품이나 기념품이나 사갈 뿐"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번 첫 개인전은 대안 없이 현실을 비판하기보다 서툴더라도 나만의 방식으로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다"며 "미술의 껍데기만 배우고 소비하는 일반인의 현실과 가난한 젊은 작가들이 겪는 난감한 상황을 드러내고 작품으로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10월 18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정다방프로젝트. 무료. 문의 (010)5296-5382.

다음은 퍼포먼스 동영상과 전시장 주요 장면이다.



김이령 개인전 전시장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전시장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중 가변설치작품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중 가변설치작품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중 가변설치작품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중 가변설치작품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중 가변설치작품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중 가변설치작품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전시장 전경 © News1
김이령 개인전 전시장 전경 © News1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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