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 경제 >

오릭스, 현대證 인수 '빨간불'…정치권·업계 반발에 당국도 '멈칫'

(서울=뉴스1) 강현창 기자 | 2015-09-20 06:00 송고 | 2015-09-22 16:22 최종수정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에 안개가 끼어 있다. 2013.1.30/뉴스1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증권가에 안개가 끼어 있다. 2013.1.30/뉴스1


일본의 대부업체 오릭스그룹의 현대증권 인수를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 등도 겹치면서 금융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두 차례나 관련 안건의 처리를 미뤘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열린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진웅섭 금감원장은 "현대증권의 파킹딜논란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년 내 팔면 우선매수권을 청구할 수 있고 5년 경과시에는 콜옵션(조기매수청구권)이 붙어있어, 현대상선이 콜옵션 조건으로 오릭스 PEF에 참여해 일시적으로 지분을 파킹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식의원은 "현대증권 주가가 1만9000원을 넘어가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는 조건인데, 현대증권 주가는 최근 5년래 이 가격에 도달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대그룹 지배권의 유지를 위해 파는 모양새만 취하고 실제로는 팔지 않는 파킹딜"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파킹딜 이슈는 업계의 굵직한 M&A가 있을 때 자주 불거졌다. GS그룹도 연초 파르나스호텔 인수 과정에서도 파킹딜 논란이 일면서 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직접 나서 우선매수청구권 등 파킹딜을 유발하는 요인은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금호산업을 되찾는 과정에서 파킹딜 논란을 피하기 그룹 구조 전체를 손보는 중이다.
게다가 오릭스의 인수자금 자체도 현대상선이 만들어준 형국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공개한 현대상선과 오릭스의 현대증권 매각 계약 내역에 따르면 오릭스 측의 현대증권 인수 자금 5226억원 중 2008억원(38%)를 현대상선이 냈다. 오릭스그룹은 총 1831억원(35.04%)을 출자해 현대상선보다 지분율이 낮다. 나머지는 버팔로파이낸스의 몫이다.

현대상선 지분 매각 금액 총 6512억원 중 2008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매각에 들어오는 외부자금은 4500억원이다. 그나마도 파킹딜이 인정될 경우 이번 계약은 인수계약이 아니라 현대상선이 4500억원을 연15%의 금리로 빌린 것에 불과해진다.

이 같은 정황에 증권가도 반발하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롯데그룹 사태로 불거진 일본계 자본에 대한 적대감이 증권가로 옮겨 오지 않을지 걱정이 깊다.

한 증권사 임원은 "일본계라는 점만으로도 국내 대형증권사의 인수대상자가 된다는 데에 반발이 심하다"며 "더구나 대부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자금이라는 점에서 국내 전체 제도권 금융에 대한 이미지가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부업자가 케이블 방송에서 선전을 하도록 놔두고, 저축은행을 인수하도록 놔두고, 이제는 증권사마저 인수하도록 놔둔다"며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되고 뭔가는 잘못됐는데, 그것도 크게 잘못됐는데, 그게 어디가 잘못돼서 시작된 것인지 콕 집어내기가 어렵다"고 포스팅했다.

현대증권을 콕 찍어 지적한 것은 아니지만 일본계 대부업의 국내진출을 지적하는 기사를 함께 링크하면서 현대증권이 자연스럽게 연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오릭스 관계자는 "일본 오릭스는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스업무를 통해 성장한 회사로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업은 한 적이 없다"며 "기업에 대한 여신 업무를 영위하다보니 일본 대금업법(貸金業法)상 대금업 등록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일본의 대금업법은 한국 법령상 여신전문금융업법과 대부업법이 하나로 통합된 성격의 법률"이라며 "오릭스는 한국의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여신전문금융업자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 금융회사이며, 대부업법 상 대부업자와는 성격이 분명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비싼 이자를 치르면서까지 불리한 계약조건을 감수한 이유는 현대증권에 대한 경영권 유지 때문"이라며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매각과정을 통과시킨다면 당국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적으로 금지하는 결격사유가 없는 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는 무리가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적인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적격성 승인을 안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며 "동양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대만계 자금이라는 우려를 샀던 유안타증권이 당시 동양증권의 인수를 마무리 한 뒤 현재 문제가 없이 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릭스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건은 오는 23일 증권선물위원회의 상정을 거쳐 다음달 7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이미 두 차례나 연기한 상태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현대증권은 현대그룹에서 완전히 분리돼 오릭스의 품에 안긴다.


khc@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