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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로 싸우다 만나서…늘어나는 'SNS 현피'

"SNS는 현실 세계와 유사"·"SNS상 다툼, 오프라인보다 파급력 커"

(서울=뉴스1) 정재민 기자 | 2015-09-06 08:00 송고
/ (서울=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 (서울=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퍼지면서 SNS 내에서의 다툼이 현실로 이어지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가 현실 세계와 유사할 만큼 발전했지만 SNS상의 다툼은 오프라인보다 주변인에 노출이 큰 만큼 파급력도 더 크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14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3000명 초·중·고생의 14.0%, 1500명 성인의 17.4%가 최근 1년간 타인에게 사이버폭력을 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사이버상 뿐 아니라 SNS에서의 다툼이 현실로 이어져 폭행 등의 범죄로 나타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실제 폭행 사건으로도 번져…'SNS 현피'까지
실제 서울의 한 학교전담경찰관은 "사이버 폭력이 최근 단순히 사이버 공간에만 머무르지 않고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다른 학교 학생들과 게임 등을 통해 만나 SNS 친구가 됐다가 댓글을 달면서 시비가 붙어 실제로 다투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2014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이버폭력을 가하는 대상은 '주로 실제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지만 '내가 평소에 알던 사람',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나 선·후배' 등도 높은 비중이었다.

사이버폭력 가해에 활용되는 서비스는 '온라인 게임', '채팅·메신저', '커뮤니티' 등에 이어 'SNS'가 주요 순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온라인 게임이나 커뮤니티 등에서의 다툼이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를 넘어서 최근에는 SNS에서의 다툼이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다. 이른바 SNS '현피'다.

'현피'는 '현실'의 '현'과 'PK(Player Killing·상대의 캐릭터 죽이기)의 'P'의 조합어로 게임 등 웹상에서 벌어지는 일이 실제로 싸움으로 번지는 신조어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SNS에서 시작된 다툼 때문에 또래를 마구잡이로 폭행한 혐의(폭행 등)로 김모(17)양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달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양 등은 지난 18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에서 A(15)양을 4시간 동안 감금하고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양과 A양 등은 초등학교 선후배 관계였고 SNS에서 시작된 갈등이 폭행까지 이어지게 됐다.

SNS에서만 알고 지내던 여성과 댓글로 싸움을 벌이다 직접 만나서 싸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 2월 A(20·여)씨는 페이스북에 한 남성과 찍은 사진을 올렸다. 이에 SNS에서만 알고 지내던 B(20·여)씨는 이 사진에 "너나 가져" 등의 댓글을 달았고 A씨와 B씨는 SNS상에서 말다툼을 이어갔다.

그러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 약속 장소를 잡고 서로 머리를 잡고 흔드는 등 서로를 때리다 출동한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 폭행 등 범행 동기를 보면 SNS상에서 비롯된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예전에는 어린 학생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 치부됐지만 성인들도 그 대상이 되는 경우도 느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어 "단순히 모르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들 사이에도 폭행 등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 (서울=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 (서울=뉴스1) 최진모 디자이너 © News1

◇SNS는 현실? 가상?

SNS의 분쟁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곽대경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순간적인 분노와 화가 현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SNS라고 해도 현실과 유사할 만큼 빠른 반응이 있어 감정이 격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SNS가 완전히 익명화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익명성을 이용하거나 상대방의 실제 얼굴을 안 본 상태기 때문에 더 과격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로 인해 오프라인 범죄까지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학생뿐 아니라 성인 중에도 네티즌 예절 등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현재 SNS 세계는 현실과 상당히 유사해 당사자들도 사이버상 이야기를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SNS에 자신한테 불리한 글이 퍼지면 수많은 주변 사람들이 그 글을 보게 된다"면서 "오프라인의 경우와는 달리 SNS 내에서의 다툼은 그 파급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설명했다 .

이어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불리하게 되면 더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 교수는 "SNS상에서는 자신이 돋보이는 글을 주로 올리는데 그 공간에 자신이 느끼기에 상대방이 자기를 비하하는 글을 올리게 될 때의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SNS가 확산이 되면 될수록 이런 일들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ddakb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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