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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 총리 서대문형무소 찾아 "아베담화에 사죄 담겨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순국선열 추모비에 무릎꿇고 헌화

(서울=뉴스1) 차윤주 기자 | 2015-08-12 15:32 송고 | 2015-08-12 18:04 최종수정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 앞에서 무릎꿇은 후 참배하고 있다.2015.8.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방문해 추모비 앞에서 무릎꿇은 후 참배하고 있다.2015.8.1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12일 "일본이 한국을 식민지 통치하던 시대에 독립운동, 만세운동에 힘쓴 유관순(열사)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수형돼 고문을 당했고 가혹한 일이 벌어져 목숨까지 잃었다"며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오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이) 너무나 해선 안되는 일을 했고 고문을 통해 목숨까지 빼앗았다는 사실에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과드린다.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이같이 사죄했다.
 
그는 전후 70주년인 15일을 앞두고 아베 총리가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담화가 발표된다면 당연히 과거 일본이 어떤 일을 했는지 그 내용이 담겨야 한다. 한국에 대한 식민통치,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 대한 침략이 역사적 사실로서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연히 반성, 사죄의 마음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그런 내용이 아베 총리의 진심으로부터 나오길 저 또한 진심으로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날 유관순 열사가 투옥됐던 여옥사(女獄舍)를 찾아 헌화하고, 중앙사 등을 돌아봤다. 서대문형무소 광장 추모비에선 신발을 벗고 무릎을 꿇어 두번 절해 예를 갖췄다. 원래 착용하고 왔던 빨간 넥타이를 검정색 넥타이로 바꿔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 평화국제회의'에 참석차 방한한 그는 "일본의 전 총리로서, 한 사람의 일본인으로서, 그리고 한명의 인간으로서 서대문형무소를 방문하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약 500명이 처음 이곳에 수용됐다가 독립운동가를 비롯해 사상범 등 더 많은 이들이 투옥됐다고 들었다"며 "한국인 여러분께서 민주주의와 피와 땀으로 쟁취한 원점이 바로 이곳에 있지 않을까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유관순 열사가 투옥된 여옥사에 대해 "너무나 가혹한 곳에서, 굉장히 작은 방에서 일곱분이나 생활했다고 들었다. 많은 경우 40~50명이 한곳에서 살았다고 들었다"며 "사상범으로 몰려 너무나 가혹한 환경에서 고문받는다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진심으로 그분들께 경의를 표하고 민주주의에 얼마나 뜨거운 열의와 열정을 가졌는가에 대해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고 했다.
 
방명록에는 '만세운동에 힘을 다하신 모든 영혼의 편안한 쉼이 있길 바라고 독립, 평화, 인권, 우애를 위하여'라고 적었다.
 
하토야마 전 총리를 의전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기자들과 만나 "하토야마 전 총리를 비롯해 평화를 원하는 일본인들이 더 많다"며 "예정에 없이 추모비에 무릎 꿇고 큰절을 한 것은 일본인으로서 최대의 예를 다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구청장은 "광복 70주년을 사흘 앞두고 일본 전 총리가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찾는 것은 경색된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시작이 될 수 있다"며 "무릎을 꿇고 조의를 표한 것은 폴란드인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비 앞에서 무릎을 꿇은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를 떠올리게 한다"고 의미부여했다.
 
앞서 2001년 10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가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1908년 일제가 경성감옥으로 이름붙인 서대문형무소는 광복된 1945년까지 독립지사들이 고초를 겪은 곳이다. 해방 후에도 민주화 인사들이 수감돼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을 상징하는 장소다. 서대문구는 1998년부터 이곳을 서대문형무소역사관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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