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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강릉 자녀 납치사건, 부모 자식 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아들 "부모와 목사가 감금·납치 했다" 주장
부모 "납치한 것이 아니라 교육하려 한 것"

(강릉=뉴스1) 정진욱 기자 | 2015-07-14 16:02 송고 | 2015-07-14 19:23 최종수정
강릉경찰서 © News1
강릉경찰서 © News1
강릉 가족 실종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고민에 빠졌다.

사건을 처음 신고 받았을 때는 '가족 실종 사건'이었는데 '자녀 납치 사건'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부모와 목사가 납치했다"고 주장하고, 부모는 "아들을 납치한 것이 아니라 교육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 6월 강원도 강릉에서 시작했다.


지난달 홍모씨(21)와 김모씨(31·여)의 부모는 "자녀가 A교회에 빠졌다"며 홍씨와 김씨를 부모의 품으로 돌려달라는 피켓을 들고 A교회 앞과 강릉시내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 부모는 "자식들이 A교회 때문에 가출했다"고 주장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지난 1일 강릉의 한 커피숍에서 홍씨와 김씨, 부모 4명, 홍씨의 동생, A교회 관계자 2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릉경찰서 경찰관 입회 하에 의견을 조율했다. 


이들은 '자녀들의 통신의 자유를 보장하고 감금·폭행은 하지 않는다'를 조건으로 홍씨와 김씨를 각각 부모에게 돌려보내는 것으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교회 측은 합의 후 자리를 떠났으며 홍씨와 김씨는 각각 부모의 차량에 탑승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홍씨는 "차에 탄 후 김씨가 창문을 열고 '경찰아저씨! 살려주세요'라고 소리 지르는 것을 봤다"며 "김씨를 도와주려 했으나 차문이 열리지 않았고 그 사이 김씨가 탄 차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홍씨는 "나도 어디로 끌려간다는 생각에 차에서 빠져 나가 경찰관에게 '부모가 나를 납치한다'고 말했지만 모른 척 해 인근 슈퍼로 뛰어가 주인에게 부탁해 112에 신고했다"며 "경찰이 올 때까지 승강이를 벌이는 동안 아버지가 삼촌, Y목사, 교회관계자를 불러 자신을 차에 강제로 들려서 태워지는데도 출동한 경찰들은 보고도 구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112에 신고했던 슈퍼주인은 "경찰에게 신고하려 했지만 아버지가 못하게 했다"며 "결국 112에 신고했는데 20분후에 경찰이 왔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현장에 입회했다는 경찰관의 입장을 듣기위해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홍씨가 감금당했다고 주장한 강릉 연곡의 모 팬션. 2015.07.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홍씨가 감금당했다고 주장한 강릉 연곡의 모 팬션. 2015.07.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이같은 홍씨 주장에 대해 부모는 "다니던 교회의 Y목사와 관계자, 친척이 아들을 데리고 차에 탔다"며 "아들이 돌아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해 애초 집으로 가려던 계획을 변경, 연곡면 부연동의 펜션으로 이동해 아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의 행적에 대해서도 홍씨와 부모는 서로 다른 말을 했다.

아들 홍씨는 "펜션에 도착하자 부모와 Y목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팬티만 남긴 채 팔과 다리를 공사용 노끈으로 묶었으며 문고리를 거꾸로 달고(문을 열지 못하도록) 창문까지 나사못으로 고정시켰다"며 "그것도 모자라 경호원 2명이 밖에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감시했고 화장실 문고리까지 빼 사람들 앞에서 문을 열고 대·소변을 보게 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아들을 짐승처럼 묶고 이게 뭐하는 것이냐'라고 따지자 팔을 앞으로 묶어줬다"며 "묶여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밥을 떠먹여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홍씨의 부모는 "옷을 벗긴 사실은 없고 아들이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문을 닫아 주었다"며 "아들이 자꾸 펜션 밖으로 나가려고 해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형식적으로 나사못을 박았고, 아들이 워낙 힘이 좋아 Y목사가 아는 두 명이 도와줬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부모는 "자식의 팔다리를 묶는 부모와 목사가 어디 있냐"며 "밥도 아들이 혼자서 잘 먹는 등 아들의 말은 지어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홍씨는
홍씨는 "부모와 목사가 자신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팬티만 남긴채 옷을 벗기고 팔과 다리를 묶었다. 또 문고리를 거꾸로 달고(문을 열지 못하도록) 창문도 못열도록 나사못으로 고정시켰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나사못으로 고정시킨 흔적. .2015.07.14/뉴스1 © News1 정진욱 기자

한편 홍씨와 가족은 강릉지역에만 머물지는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홍씨는 "7일 강제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경기 구리 C교회에서 S원장이라는 사람이 펜션으로 왔으며 이후 부모님이 C교회에 직접 데리고 갔다"며 "그곳에서 교육받기를 거부하자 다시 강릉의 00펜션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부모는 "S원장이 펜션으로 와 C교회로 아들을 데리고 간 건 사실이나 아들을 개종하려 한 것이 아니라 교육을 듣고 스스로 판단하게 하려 했다"며 "아들과 함께 잘 지냈고 펜션 주변 개울가에서 같이 산책도 하고 놀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홍씨는 지난 11일 부모의 감시가 느슨해진 틈을 타 펜션 밖으로 나간 후 지나가던 관광객의 휴대전화를 빌려 A교회 지인에게 구조를 요청, 근처 야산에 숨어있다 A교회측에 의해 발견됐다.


이 과정 중 현장에 있던 Y목사가 홍씨를 보낼 수 없다며 홍씨가 탄 승합차를 막아서기도 했다. 그는 또 A교회 측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일 강원 강릉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사라졌던 홍씨(21·가운데)가 11일 만에 발견됐다. 홍씨는 11일 오후 5시께 강원 강릉시 부연동 산촌체험마을 인근 야산에 숨어있다 지인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가족에게 경찰서로 가겠다고 계속 얘기했으나 손발을 묶어놓고 가둬놓았으며 경호업체 직원 두 명까지 불러 감시했다”고 밝혔다. 2015.07.1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지난 1일 강원 강릉지역에서 가족과 함께 사라졌던 홍씨(21·가운데)가 11일 만에 발견됐다. 홍씨는 11일 오후 5시께 강원 강릉시 부연동 산촌체험마을 인근 야산에 숨어있다 지인에 의해 발견됐다. A씨는 “가족에게 경찰서로 가겠다고 계속 얘기했으나 손발을 묶어놓고 가둬놓았으며 경호업체 직원 두 명까지 불러 감시했다”고 밝혔다. 2015.07.11/뉴스1 © News1 서근영 기자

한편 지난 13일 강릉경찰서에 조사를 받은 홍씨는 "경찰조사에서 '아버지가 이 일을 후회할 것이고 모 목사가 아버지를 조종하지 않았으면 우리 가정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진술했다"며 "아버지가 모 목사의 지시대로 움직였다고 확신하며 Y목사와 이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처벌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씨의 부모는 "아들을 포기할 수 없다. (아들이) 집에 들어와 예전처럼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한다"며 "그토록 원하면 A교회를 다니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A교회 측은 16일 강원지방경찰청 앞에서 1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강제개종 피해자 수사 촉구 궐기대회'를 할 예정이다. 


아울러 합의 현장에 함께 있던 김씨와 그 부모는 취재 결과 또 다른 곳에서 친인척에게 간헐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계속 수사 중이다. 




cro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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