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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화장실을 신라호텔처럼 바꿨더니…"

업계 최장수 CEO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 회장의 남다른 경영철학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2015-07-12 08:10 송고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도레이케미칼 회장. 한국능률협회 제공 © News1
이영관 도레이첨단소재·도레이케미칼 회장. 한국능률협회 제공 © News1


이영관(68) 도레이첨단소재·도레이케미칼 회장이 공식석상에서 '화장실 예찬론'을 펼쳤다. 옛 삼성그룹 새한합섬 신입사원에서 시작해 16년째 대표이사로서 회사를 이끌고있는 이 회장은 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리더스모닝포럼'에 연사로 나선 이영관 회장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화장실'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바이오나 헬스케어 기업도 아닐진대 무슨 '화장실'인가 싶었는지 청중들은 들었던 커피잔을 내려놓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의 말은 이랬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어느 공장을 가나 지저분한 화장실이 맘에 들지 않았다.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 특성상 회사 경영진들은 공장 화장실에 무심했다. 그러나 직원들이 가장 자주, 가장 많이 이용하는 회사 시설은 다름 아닌 '화장실'이다. 이를 눈여겨본 그는 공장 화장실부터 뜯어고치기로 했다.

1997년 새한(제일합섬)의 구미공장 건립 당시 1평당 750만원을 들여 전체층의 화장실을 '특급호텔' 수준으로 깨끗하고 화려하게 지었다. 이 회장은 "공장 화장실을 서울에 있는 신라호텔과 똑같이 지으라고 지시했다"며 "공간을 넓히고 대리석을 쓰는 등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당시 공장 1평당 건립비용이 15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화장실에 엄청난 공을 들인 셈이다. 

그의 혜안은 적중했다. 호텔급으로 변한 화장실을 직원들은 애지중지 사용했다. 화장실뿐 아니라 공장 근무현장의 전체적인 위생도가 함께 높아졌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생산현장을 깨끗하게 관리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불량률이 줄어들고 품질도 올라갔다. 낮아진 불량률은 원가개선으로 이어졌다.
이 회장은 "화장실이 자기 집 안방처럼 깨끗해지니 직원들 스스로 주변을 정돈하고 현장을 깔끔하게 만들었다"며 "구미공장을 세계에서 가장 깨끗하고 자동화된 공장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도레이첨단소재 구미공장..© News1
도레이첨단소재 구미공장..© News1


평사원에서 회장까지 오른 그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월급쟁이'다. 그는 단 한번도 본인이 '월급쟁이'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남다른 '주인의식'은 회사를 3년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원동력이 됐다. 도레이새한은 일본 도레이가 적자상태인 새한폴리에스테르 사업을 인수해 출범한지 3년만에 4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이후 2010년 '도레이첨단소재'로 사명을 변경, 2014년 영업이익은 1099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이 34%에 그칠 만큼 재무구조도 탄탄하다. 이 때문에 도레이첨단소재는 한일합작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회장은 '천지만물중화본야(天地萬物中和本也)'라는 글귀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천지 만물 중에서 인화가 가장 근본'이라는 뜻이다. 이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모범적 '노사화합'을 이뤄내 업계의 부러움도 받았다. 그는 "평사원으로 입사해 21년간 현장에서 근무하며 쌓은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초과달성한 수익의 4분의 1을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4분법' 경영원칙을 지키고 노조가 매년 회사 경영전략회의에 참석해 경영정보를 공유한다"고 강조했다. 이탓인지 도레이첨단소재 직원들의 퇴직률은 3.5%에 불과하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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