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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워터파크 폭발참사…"수영장이 피바다로 변했다"

조명열기로 발화성물질 컬러파우더에 불 붙어…부상자 519명 중 190명 중상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2015-06-28 22:37 송고 | 2015-06-28 23:22 최종수정
27일(현지시간) 대만 ´포모사 펀 코스트´ 워터파크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입장객들이 발화성 물질인 컬러 파우더에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무대 인근을 벗어나고자 뛰어나가고 있다. © AFP=뉴스1
27일(현지시간) 대만 ´포모사 펀 코스트´ 워터파크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입장객들이 발화성 물질인 컬러 파우더에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무대 인근을 벗어나고자 뛰어나가고 있다. © AFP=뉴스1

27일(현지시간) 5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대만 타이베이시 워터파크의 화재 사고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주말과 파티를 즐기기 위해 워터파크를 찾았던 입장객들은 즐거움 대신 악몽과도 같은 상처를 안고 이곳을 떠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고가 일어난 '포모사 펀 코스트' 워터파크에는 화재 당시 1000여명이 '컬러 플레이 아시아'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입장해 있었다.

컬러 플레이 아시아란 최근 대만에서 성행하고 있는 컬러 파티의 일종이다. 컬러 파티란 참여자들이 인근에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다양한 색상으로 된 가루(파우더)를 뿌리며 즐기는 축제를 의미한다.

워터파크에서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여느 컬러 파티와 다르지 않은 즐거운 분위기였다.
워터파크 내에 설치된 무대에서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은 하나둘씩 무대 인근으로 이동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뒤이어 파티의 하이라이트인 컬러 파우더가 뿌려지기 시작하자 흥은 최고조에 달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펑"하는 소리와 함께 무대 왼편에서 화염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발화성 물질로 구성된 파우더가 뜨거워진 무대 조명 인근을 지나면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시끄러운 음악과 들뜬 분위기 탓에 처음에는 무대 효과의 일환으로 보였지만 곧이어 앞쪽에 있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파악됐다.

한 남성 입장객은 대만 CTI 방송을 통해 "무대 왼편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당시에는 일종의 특수효과처럼 보였다"며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촬영한 영상에는 사고 당시의 끔찍한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무대에서 뿜어져 나온 다량의 파우더에 순간적으로 불이 붙으면서 순식간에 무대 앞쪽이 불바다로 변했다.

놀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화를 면하기 위해 뒤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미 화염에 휩싸인 뒤였다.

피해자들 대다수가 물 속에 있었음에도 발화물질이 몸에 잘 달라붙는 파우더인 탓에 예상보다 심각한 화상을 입었다.

워터파크 특성상 입장객 대다수가 수영복 차림, 또는 얇은 옷가지만을 입은 상태였던 점도 피해를 부추겼다.

가벼운 상처를 입은 한 남학생은 "수영장 안의 물은 피로 가득했고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 속에서 구조를 요청했다"며 "정말 지옥과도 같았다"고 묘사했다.

이 학생의 여자친구는 충격 받은 말투로 "많은 사람들이 피부를 잃은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부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구조대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물병에 깨끗한 물을 담아 중상자들의 피부에 부으며 간호를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리리종 타이베이시 보건국 부국장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519명이 다쳤으며 이 중 190명은 중상자로 현재 시내 37개 병원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중앙통신(CNA)에 따르면 부상자 중에는 외국인도 13명이 포함돼 있다.

홍콩인이 4명이며 중국인과 일본인이 각각 2명, 마카오인, 말레이시아인, 싱가포르인이 각각 1명으로 확인됐다. 다른 2명은 아직 국적확인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미국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리 부국장은 "중상자들은 피부 손상 외에도 화염을 들이마시면서 호흡기 손상을 입은 상태"라며 "앞으로 24시간이 생사의 고비"라고 덧붙였다.

3도 화상을 입은 딸이 입원한 한 병원 중환자실 앞을 서성이던 한 아버지는 "전신의 80%가 화상으로 뒤덮였다"며 "딸은 그저 콘서트를 보러갔을 뿐인데 도대체 이런 폭발이 왜 일어난 것이냐"고 울부짖었다.

대만 보건복지부는 대만 내 7개 대형 종합병원들을 통해 부상자들에게 이식할 수 있는 피부를 기증받고 있다고 말했다.

에릭 추 타이베이 시장은 "시 역사상 최악의 인명 피해를 일으킨 사고로 인해 매우 슬프고 유감스럽다"며 "워터파크 운영을 즉각 중단시켰으며 철저한 사고 원인 조사와 수사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루충치를 비롯한 공연과 워터파크 관계자 5명은 현재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사고 직후 병원을 찾아 환자들을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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